붉은 칠면초와 실갯벌의 향연,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시흥갯골
최영숙의 발길 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입력 : 2011/09/15 [12:00]
| ▲ 2009년 1월 1일 시흥갯벌 일출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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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시흥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대표적인 명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몇 년 전 같으면 주저 없이 소금창고가 점점이 늘어선 구염전을 말했겠지만, 이제 그곳은 무참히 파괴되어 가슴 한구석을 헤집는 아픈 이름이 되었다.
머릿속으로 '시흥 9경'의 풍경들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비록 소금창고는 파괴되었을지언정, 여전히 시흥의 대표 비경으로 손꼽히는 포동 옛 염전 자리의 '시흥갯골'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쳤다.
2005년 5월 8일, 시흥갯골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과 그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주인을 만났다. 간혹 이곳에서는 넓은 벌판을 배경으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과 마주치곤 했다. 시흥의 허파와도 같은 이곳만큼 시선이 확 트이고 안전한 열린 공간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갯골을 거침없이 달리는 말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마저 한껏 자유로워지는 듯했다.
| ▲ 2005년 7월 21 붉게 타오르는 칠면초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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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색이 일곱 번 바뀐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염생식물 '칠면초'가 대지를 온통 붉게 물들이면, 이곳은 흡사 거대한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이 신비로운 풍경 속에 서 있으면, 누구나 붉은 양탄자 위를 유유히 걸어가는 한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 ▲ 2009년 10월 17일 자전거를 타는 사람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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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갯골은 사계절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특히 가을이 찾아오면 그야말로 황홀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붉게 타오르는 칠면초와 은은한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갈대숲, 그리고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타며 스쳐 지나는 사람들까지, 이 공간은 온 대지가 스스로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듯했다.
| ▲ 2010년 1월 4일 큰 새품에 안기다 ©최영숙 |
겨울이 찾아오면, 거대한 새가 날개를 웅크리고 앉은 듯한 형상의 갯벌 골짜기마다 어린 새끼들이 어미 품을 파고들듯 수많은 철새가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갯골의 풍경은 이렇듯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수시로 그 얼굴을 바꾸었다.
| ▲2006년 1월 7일 갯벌 생명력을 얻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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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에 빛나고 있는 갯벌을 보고 있으면 보디빌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2006년 12월 12일 노을 속의 갯벌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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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저녁노을을 붉게 머금은 갯벌을 바라볼 때면, 수줍게 화장을 한 여인의 화사함과 우아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렇듯 시흥갯골은 상반된 여러 이미지가 경이롭게 복합되어 나타나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그리하여 이곳을 찾을 때마다 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채워 돌아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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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가늘게 이어지는 실갯벌의 선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친 세상에서 스스로 제 길을 찾아 나서는 우리네 고단한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보이지 않는 가는 선들이 갯벌 위에서 하나로 이어져 마침내 큰 갯골을 이루고, 더 나아가 저 광활한 바다로 향한다. 이 미약한 실갯벌이야말로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는 첫 단초인 셈이다.
| ▲2007년 4월 1일 갈매기 날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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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정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실로 가득했다. 고고한 자태의 백로를 비롯해 수많은 갈매기가 물때에 맞춰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갯벌을 누볐다.
| ▲ 2006년 8월 7일 포동벌판의 노을 속으로 새 날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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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동벌판의 노을 속으로 새가 날았다.
| ▲ 2006년 6월 29일 문어 모형 속의 게들 © 최영숙 |
게들은 새들을 피해 갯벌 속으로 서둘러 몸을 숨겼다.
망둥어도 얼른 제 자리를 찾아갔다.
| ▲ 2005년 1월 18일 새 모형 갯벌 ©최영숙 |
이 갯벌 아래에는 새가 죽어있는지 새 모형의 문양이 갯벌에 나타났다.
| ▲ 2006년 1월 25일 별 아이 모습의 갯벌 바닥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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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별 아이가 있는 듯한 갯벌바닥을 만났다. 이곳에 있으면 바닥만 보고 있어도 즐거워 졌다.
| ▲ 2006년 12월 25일 갯벌과 반추된 풍경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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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으면 늘 새로운 풍경과 마주쳤다.
| ▲2006년 6월 29일 산딸기 피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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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천이현상이 빨리 진행되어 둑으로 올라오면 산딸기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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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6월 29일 민들레 홀씨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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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는 바람에 날아다녔다.
| ▲ 2007년 4월 1일 시흥 갯골 황사가 짙던 날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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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가장 짙은 날 시흥갯벌을 찾았었다. 뿌연 황사바람은 이곳의 풍경을 이국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 ▲ 2009년 1월 25일 갯벌에 눈 흩날리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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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위로 함박눈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 ▲ 2011년 3월 9일 방산대교 아래 배 들어오다 ©시흥시민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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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대교 아래로 배가 들어왔다.
| ▲ 2006년 3월 18일 게를 잡는 아주머니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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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를 잡고 있는 분을 만났다.
| ▲ 2005년 5월 28일 세월을 낚는 사람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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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세월을 낚는 사람을 만났다.
| ▲2011년 2월 17일 대보름 맞이 놀이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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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정월대보름맞이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 ▲ 2006년 3월 7일 그물을 만지는 사람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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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만지는 사람들을 만났다.
| ▲ 2006년 12월 25일 승마하는 사람들과 송전탑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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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적부터 있어온 갯벌과 승마하는 사람, 송전탑까지 이곳 시흥갯벌에 있으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숨쉬었다.
| ▲ 2008년 6월 29일 소래포구 방향에서 배를 타고 시흥갯벌로 들어오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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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8월 14일 헹글러이더를 타는 사람을 만나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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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방향에서 배를 타고 시흥갯벌로 들어오고 하늘에서는 헹글레이더가 날았다. 이곳을 배고 타고 들어와도 된다는, 예전에는 이곳이 뱃길이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물 때를 잘 활용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듯했다.
시흥갯벌은 세상 모든 풍경들을 안고 있었다.
| ▲ 2005년 10월 29일 붉게 타오르는 칠면초와 갯벌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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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시흥갯골을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급히 서둘러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금창고는 개인재산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파괴되었다. 우리 다음 세대는 이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려고 하는 곳은 공유수면이다.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천우의 기회를 놓친다면 당대에 사는 우리들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하는 자책감은 다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 ▲ 2009년 10월 17일 가을 갯벌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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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를 살아갈 시흥의 다음 세대들이 " 공유수면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못하고 무었을 했는가?"하고 질문할 후대에게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싶었다.
| ▲ 2005년 3월 24일 갯골에서 바라보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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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동의 주민을 만나면 어릴 적 추억을 이야기 했다. "시흥갯벌에 오면 먹을 것이 지천이었다. 새알들이 모세달과 칠면초 아래에 보면 수북했었다. 고기도 잡고, 게 잡고 새알들을 주워왔다." 고 했다."
시흥갯골에서의 추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방산동과 포동, 장현동, 월곶동에 많이 살고 있다. 이곳은 그분들에게는 추억의 보고인 곳이다.
| ▲ 2006년 10월 29일 안개 낀 갯벌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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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습지보존지역으로 보존한다는 것은 수 만년 동안 이어져 온 이곳의 풍경을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보호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곳 주변의 주민들은 그동안 그린벨트로 묶여서 재산상의 많은 피해를 보고 살았다. 그래서 일부 주민들은 이곳이 습지보존지역까지 지정되면 더 큰 규제를 받지 않을까 염려를 하는 듯했다. 이곳이 습지보존지역으로 지정됨으로써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이곳 자연환경의 보호 모두가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곳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년이 되어 부모가 되는 과정을 살아온 주민들처럼 이곳에 애정이 많은 분들이 없기 때문이다. 증도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 ▲ 2010년 2월 28일 시흥갯골의 새벽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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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다.
석양이 지는 것도 보았다.
| ▲ 2010년 2월 28일 대보름날 갯골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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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갯골을 지켜주는 솟대도 만났다. 우리 뒤의 사람들에게 더도,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의 풍경을 남겨주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할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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