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개의 시선의 내부벽 여우상에 빛 들어오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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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사진 전시회 이름은 '천 개의 시선'이었다. 늘 드나들던 소금창고에서 어느 날 놀라운 발견을 한 덕분이었다. 6호 소금창고의 나무 벽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중, 나무 옹이와 못 자국들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눈동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은 경이로운 만물상이었다. 여우와 곰, 원숭이 같은 동물들은 물론,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승천하는 비천상까지 숨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만의 즐거운 보물 찾기가 시작되었다.
| ▲ 천개의 시선 창고 앞의 겨울 칠면초 황금빛으로 빛나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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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시선'과 인연을 맺은 뒤로 이곳에 오면 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칠면초 하면 벌판을 붉게 물들이는 풍경이 먼저 떠오르지만, 겨울의 칠면초는 이토록 찬연한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 빛을 마주할 때면 눈길은 절로 아련해지곤 했다.
| ▲ 천개의 시선의 보름달 위로 헬리콥터가 날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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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위로 둥근 보름달이 떴다. 정적을 깨고 하늘에는 헬리콥터 한 대가 가로질러 날아갔다.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기묘하게 서로를 보완하는 색다른 풍경 덕분에, 너른 벌판에 홀로 서 있다는 두려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 ▲ 천개의 시선의 소금창고와 욕조 그리고 구름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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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에서는 가끔 이질적인 풍경과 조우하곤 한다.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듯한 욕조 하나를 만났다. 쓰레기조차 풍경의 일부가 되는 곳은 아마 이곳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발이 달린 듯 벌판을 향해 걸어가는 욕조를 뒤로한 채, 소금창고는 무덤덤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위로 무심하게 흐르는 구름은 정지된 풍경과 대비되어 소금창고의 긴 시간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 ▲ 천개의 시선 소금창고와 전선에 걸린 저녁 해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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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로 넘어가는 해가 전선줄에서 줄넘기를 하는 듯했다.
| ▲ 천개의 시선 지붕에 폭우가 쏟아지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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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로 폭우가 거세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창고 안에 들어서서 타닥타닥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 일은 더없는 즐거움이었다. 그 소리는 마치 시간을 뒤로 돌려주는 마법의 리듬 같아, 나는 오랫동안 그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창고 안에 머물러 있곤 했다.
눈이 내리면 나는 소금창고로 제일 먼저 달려갔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길을 만난다는 것이 내겐 무엇보다 큰 설렘이었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소금창고 주변은 지독히도 고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발자국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고, 그렇게 이곳은 눈 오는 날의 수많은 추억이 쌓인 장소가 되었다.
| ▲ '천 개의 시선'과 이티(E.T.)를 닮은 함수통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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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함수통 하나가 마치 외계인 이티처럼 고개를 들고 일어섰다. 저 원형 통의 쓰임새가 궁금해 염전에서 일하셨던 분께 여쭤보니, 염도가 아주 높아진 함수를 모아두었다가 화공약품 원료로 팔 때 사용하던 것이라 하셨다.
| ▲ 소금창고 파괴되어 소금창고 없이 홀로 있는 이티상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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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가 파괴된 뒤, 홀로 남겨진 원통의 뒷모습이 너무나 허전하다. 늘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 한순간에 소멸했다는 사실이 그저 허무할 뿐이다.
| ▲ '천 개의 시선', 그 아름답던 나무 벽조차 남기지 않은 파괴의 자리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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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가 파괴되었을 때 가장 애통했던 것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던 '천 개의 시선' 나무 벽이 통째로 쓰레기가 되어 버려진 것이었다. 혹시 조각이라도 남아 있을까 싶어 눈에 익은 나무 벽의 흔적을 한참이나 찾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파괴는 그토록 철저하고 집요했다.
손대기조차 아까울 만큼 사랑을 쏟았던 창고가 하루아침에 가루가 되고, 그 편린조차 찾을 수 없던 그날의 참담함이 다시금 밀려온다. 사진 속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선명해질수록, 가슴 속의 아픔은 더욱 깊은 멍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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