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염전 벌판에는 새해 첫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전 8시가 다 되어가도 해가 보이지 않자, 이곳에서 일출을 보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오늘은 보기 힘든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런 기우도 잠시였다.
7시 58분, 새해 첫날의 해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듬직한 기둥처럼 서서 떠오르는 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매일 마주하는 태양이라지만, 새해의 첫해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나는 가만히 새해 소원을 빌어 보았다.
바닷물이 썰물을 따라 빠져나가고 있었다. 사행성 갯벌의 구불구불한 갯골길이 유려한 선을 그리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맞이가 단연 으뜸이었다. 우리 뒤에 올 세대들도 오랫동안 이 풍경을 누릴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원했다. 2010년을 맞아 호랑이에 관한 속담들을 찾아보았다. "호랑이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호랑이는 평소에 발톱을 감춘다"는 속담을 통해 호랑이의 당당한 삶의 자세와 자신의 힘을 다스릴 줄 아는 현명함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의 입장에서 본 속담들도 흥미롭다. "호랑이 안 잡았다는 늙은이 없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를 비롯해 '범 잡은 포수', '범 탄 장수' 같은 표현들이 있다. 호랑이의 강력한 힘을 알기에,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면 어김없이 호랑이를 빗대어 표현하곤 했다.
많은 속담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린 것은 "범 가는 데 바람 간다"라는 구절이었다. 어린 시절, 소설가 김훈의 부친인 김광주 님의 무협 소설 《비호》를 탐독하며 자랐다. 이 속담은 마치 그 무협의 세계로 거침없이 들어서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손에 땀을 쥐며 읽었던 기억 속에서, '비호처럼' 세상 거칠 것 없이 바람을 가르며 나는 호랑이의 강렬한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0년은 60년 만에 맞이하는 ‘백호(白虎)’의 해라고 한다. 날쌔고 용감한 호랑이에 더욱 힘찬 기운이 솟구치는 해다. 이 힘찬 기운을 빌려, 올 한 해 모든 사람이 저마다 일궈온 일들에서 크게 포효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나 자신에게도 주문을 걸어 보았다. 세상에 거칠 것이 무엇이랴. 내가 내딛는 이 길이 바로 새로운 길인 것을. <저작권자 ⓒ 시흥장수신문(시민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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