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시흥문인협회가 개최한 23차 문학강좌에 다녀왔다. 7월 20~21일 이틀간 시흥 YWCA 버들캠프장에서 열렸으며 소설가 김종광, 시인 손택수ㆍ여성민 씨가 초청돼 강의를 진행했으며 4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김종광 소설가는 '쓰고 싶다면 즐겁게 쓰자'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김종광 씨는 1971년 충남 보령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1998년 계간 '문학동네'에서 단편소설 '경찰서여, 안녕'이 당선되었다.
소설집으로는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서>, <처음의 아해들>, <율려낙원국>, <첫경험> 등이 있으며 신동엽창작장(2000년), 제비꽃서민문학상(2009)을 받았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도 끊임없는 노력(다독, 다상량, 다작)도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욕심(의욕, 의지 욕망, 욕수, 승부욕) 이다"라고 했다.
100권 이상의 소설을 읽고 무조건 그냥 쓰라는 말이 공감되었다.
두 번째 강의는 손택수 시인이 '상처의 연금술' 이란 제목으로 시작했다.
손택수 시인은 1970년 전남 담양에서 출생했다.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시 전공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되었다. 시집으로는 <호랑이 발자국>, <목련전차>, <나무의 수사학>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교실 밖으로 걸어 나온 시>등이 있다. 제22회 신동엽 창작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제5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제 3회 임화문학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실천문학 발행인으로 있다.
손택수 시인은 “학교를 마치고 할머니가 보고 싶어 비닐하우스에 갔다. 그런데 뻐꾸기가 울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뻐꾹 뻐꾹, 울다가 다음은 워꾹 워꾹, 운다. 그 다음은 버꾹 버꾹, 운다. 아마도 뻐꾸기 울음소리는 세 개인가 보다.” 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뻐꾸기 울음은 '뻐꾹 뻐꾹' 낙엽은 '우수수' 개구리는 '개굴 개굴' 이라고 한다. 우리들에게 별 생각 없이 기억되어진 기호들을 털어버려야 한다. 산이나 언덕, 그리고 겨울, 봄에 우는 뻐꾸기 소리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비가 오는 날과 바람 부는 날.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울면 뻐꾸기도 목이 아프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6개월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쓴 석류나무에 관한 시를 이야기했다.
시인은 기다림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상처를 온전히 받아내고, 섬세하며 조심스러운 시인의 심성은 어린 날, 검둥이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이 현재에도 생생하게 살아나서 절을 찾아 백일기도를 드려도 고통이 가시질 않았다고 한다. 철없던 시절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 했던 잘못을 20여 년이 지나고도 속죄를 하는 시인의 그 여린 감성에 마음에 마음이 아려왔다. 속죄하는 마음은 시를 낳았다.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의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 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히 젖은 눈빛으로 핥아 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시인은 시를 통해서 자신을 치유함과 동시에 타인도 치유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려왔던 것은 내 유년시절 기억 때문일 것이다.
툇마루 밑에 누렁이가 강아지를 낳으면 막내였던 나는 그 툇마루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나왔다. 덩치가 남산만한 어미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릉 거렸지만 내 비록 작지만, 네가 주인인 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눈을 겨우 뜬 강아지들을 언니랑 수건으로 포대기를 만들어 업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정이 한참들만 하면 강아지들은 이집 저집으로 팔려 나갔고 무녀리로 남겨져 마지막까지 정이 들었던 강아지는 자라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면 없거나, 개장수에게 팔려서 쇠창살에 갇혀 팔려가며 어린 주인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눈길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손택수 시인의 ‘흰둥이’ 시는 어린 날 강아지들에게 가졌던 그 미안함과 죄스러웠던 마음이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면 독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추억들과 만나서 공감한다.
강의가 끝나고 이연옥 시흥문인협회 지부장이 인사말을 했다.
저녁식사 후 시낭송이 있는 시 콘서트가 있었다. 기타연주와 시낭송, 노래, 해금연주까지 다양했다.
임경묵 소래문학회 회장이 손택수 시인의 목련전차를 낭송했다.
목련 전차
-
손택수
목련이 도착했다
한전 부산지사 전차기지터 앞
꽃들이 조금 일찍 봄나들이를 나왔다
나도 꽃 따라 나들이나 나갈까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머릿속처럼
맑게 갠 하늘 아래,
전차 구경 와서 아주 뿌리를 내렸다는
어머니 아버지도 그랬겠지
꽃양산 활짝 펴 든
며느리 따라 구경 오신 할아버지도 그랬겠지
나뭇가지에 코일처럼 감기는 햇살,
저 햇살을 따라가면
나무 어딘가에 숨은 전동기가 보일는지 모른다
전차바퀴 기념물 하나만 달랑 남은 전차기지터
레일은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레일을 따라
바퀴를 굴리는 힘을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른다
지난밤 내려치던 천둥번개도 쩌릿쩌릿
저 코일을 따라가서 動力을 얻진 않았는지,
한 량 두 량 목련이 떠나간다
꽃들이 전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저 꽃전차를 따라가면, 어머니 아버지
신혼 첫 밤을 보내신 동래온천이 나온다
이성덕 시흥시의원이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흥시에 거주하는 여성민 시인의 '장미여관' 을 낭송 했다.
장미여관
-여성민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인사를 하고 장미여관에 가요
애인은 한 마리 새와 핏빛 노을 계단은 파라핀처럼 녹아내리고
방금 사랑을 나눈 방에선 하얀 밀이 자라요
벽에는 귀를 댄 흔적들이 포개져 있죠
자다가 일어나 차가운 물을 마시고 발포와 발화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어요
따뜻한 바람이 부는 도시 발화하는 총구에서 새의 눈이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죠
눈이 생겼다는 건 조준 되었다는 것 방들은 접혀 있어요
문을 열 때마다 애인들의 얼굴이 뒤바뀌죠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인사를 하고 우리 장미 여관에 가요
애인은 열 마리 푸른 나비와 핏빛 노을
애인의 그곳은 귀를 닮았는데요 밤이 오면 손을 포개고 그곳에 귀를 밀어 넣어요
한 개 두 개 밀어 넣어요 까마귀 떼처럼 밀밭 위를 날아 검은 귀들이 사라져요
열 번의 밤이 오고 한 번의 아침,
귀가 사라진 얼굴에서 장미가 돋아나요 영토 없는 꽃처럼
뒤집어져서, 벽에서, 검은 벽에서
꽃들이 발포해요
생의 마지막 문장은 언제나 꽃의 발포에 관한 것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이별을 하고
▲ 문도진 시흥문협 부지부장과 권순조 문인협회 사무국장 오카리나 연주를 하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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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진 문인협회 부회장과 권순조 사무국장이 함께 오카리나를 연주했다.
밤이 깊어갔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시흥문인협회 제 23차 문학강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캠프'는 시민들과 시흥시의 각 문학회 회원들이 40여명의 참여한 가운데 1박2일의 일정을 마쳤다.
손택수 시인은 말했다. “한 사물에 집중하고 하염없이, 지긋하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면 사물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 오고 그것을 받아쓰는 사람이 시인이다. 혼자 있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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