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시흥문학상 시상식 및 시흥문학 24집 출판기념회를 하다

'털실이 풀리는 저녁' 시간을 보내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4/12/01 [21:14]

15회 시흥문학상 시상식 및 시흥문학 24집 출판기념회를 하다

'털실이 풀리는 저녁' 시간을 보내다

최영숙 | 입력 : 2014/12/01 [21:14]
▲ 2014년 제15회 시흥문학상 시상식 단체 사진     ⓒ최영숙


 지난 11월 29일 '2014년 시흥문학제'가 시흥시청에서 열렸다.
 

▲ '풍경, 판화에 시를 담다' 시화전을 하다     ⓒ최영숙


시흥문학제는 11월 29일 오후 3시 시흥시청 갤러리에서 제 12회 시화전 '풍경, 판화에 시를 담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렸다.
 

▲ 시화전이 열리다     ⓒ최영숙


시흥시청 갤러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김경배 화백의 판화와 어우러진 시를 감상했다.
 

▲ 시화전 단체사진     ⓒ최영숙


컷팅식이 있었다.
 

▲ 이연옥 시흥문협 지부장 인사말을 하다     ⓒ최영숙


오후 4시부터는 시흥시청 늠내홀에서  제15회 시흥문학상 시상식 및『시흥문학』24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연옥 문인협회 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문학을 하는 일은 정신을 살리고 자존감을 높이며 어떤 경우에도 삶의 질을 높이는 장르입니다. 그러므로 지역 문학이 살아나는 일은 지역 시민들의 정신적 삶이 고차원적인 삶이 되는 일이다."고 했다. 
 

▲ 시흥문학상 대상 한흎휼씨 받다     ⓒ최영숙



올해의 시흥문학상 수상자는 한휼 씨가 받았다.
 


 

털실이 풀리는 저녁

  
                              한휼

 
하루 종일 감긴 저녁의 내부는 단단하다 아버지는 무엇이든 감는다 죽은 바퀴벌레를 삼키는 고양이 울음소리 뻐거덕거리는 회사의자와 숙취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와 텅 빈 가죽지갑까지, 무엇이든 감아 표면을 둥글게 만든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뜨개질바늘처럼 늘 아버지의 어깨에 꽂혀있다
 
고양이가 털실을 가지고 노는 저녁은 위험하다 아버지의 올이 풀리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맛있는 고양이 스튜가 될지도 모른다 발톱이 빠질 때까지 닫힌 방문을 박박 긁는 것은 괜한 짓이다 발톱이 털실뭉치 속에 박히기라도 하면 그것도 큰일이다 단단한 털실에 턱을 괸 채 밤새 무서운 꿈을 꿔야 한다 몸을 뒤척이다가 고양이 수염이 털실의 눈알을 찌르기라도 한다면, 그때 탈구된 털실의 내부가 털실 바깥으로 튀어나와 벽시계가 멈추기라도 한다면,
 
털실을 요리조리 드리블 하기 위해 고양이의 발톱은 초저녁부터 안으로 말려들어가 있다 누가 이토록 단단하게 감아놓았나 털실뭉치 깊숙이 파고든 털실의 끝을 찾을 수 없다 털실의 끝을 잡아당겨야 털실 맨 안쪽에 도사리고 있는 아버지의 미간을 펴줄 수 있을 텐데
 
털실이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동그랗게 감긴 저녁, 고양이가 발끝으로 털실 아래쪽을 툭, 건드려본다 뭉툭한 앞발로 윗목에서 아랫목으로 굴릴 때마다 아버지를 감았던 털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소매 끝이 풀리자 아버지의 손목시계가 9시 정각을 알린다 뉴스 속 가장들이 한 올씩 풀려 나온다 사고뭉치들은 대부분 털실뭉치들이다 화면이 끓어오르고 털실은 계속해서 라면처럼 풀려나간다
 
털실이 다 풀려버린 아버지의 어깨와 쇄골이 앙상하게 드러난다 어머니가 뜨개질바늘로 고양이의 붉은 털옷을 짓는다 고양이 발톱이 고양이를 밀고 고양이 바깥으로, 빨치산처럼 몰래 빠져나온다
 

 

▲ 시흥문학상 수상자 전체 사진을 담다     ⓒ최영숙



한휼 씨는 아래와 같은 수상소감을 말했다.
 
 "먼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제 작품을 뽑아주신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물러 이렇게 큰 상을 주최하고 또 오랜 시간 동안 운영해 오신 시흥시, 시흥예총, 시흥문인협회 관계자 모두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도중 자주 글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번 가을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제 나태함을 일깨우는 한 통을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선 통보를 받고 죽비에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앞으로 나태해지지 말고 늘 긴장하며 글을 쓰라는 어떤 계시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죽비에 맞은 부위가 아직도 욱신거립니다. 
 
저는 늘 혼자서 시를 씁니다. 같이 공부하는 시 모임이 없어 제 시를 함께 읽어주고 평가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시를 써도 되는가 하는, 혹은 내가 제대로 시를 쓰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저에게 주신 시흥문학상은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켜 준 한모금의 청량제였습니다. 이제 텁텁했던 입안이 개운해졌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저녁이 막 신발을 벗고 제 서재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는 시간입니다. 저녁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신발 두 짝이 방문턱에 걸쳐 있습니다. 제가 또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발이 가지런해지면 낮 동안 흩어졌던 제 마음도 시 쪽으로 모아지겠지요.   끝으로 제가 시를 쓸 동안 말없이 지켜봐 준 가족과 금년 봄에 저와 가족의 연을 맺은 사돈네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해 올립니다." 
 
시부분에서 우수상은 조현, 강경아, 지연 씨 가 수필부분에서 우수상은 엄옥례,최호, 조미정 씨가 받았다.
 

▲ 소프라노 유이현 나비에, 봄방에 노래하다     ⓒ최영숙


시흥문학상 시상식이 끝나고 『시흥문학』24집 출판기념회를 했다.소프라노 유미현이 이연옥 시인의 '나비에게' 와 임경묵 시인의 '봄밤에' 시에 작곡한 곡을 노래했다.공로패 시상과 시낭송을 끝으로 제15회 시흥문학상 시상식 및『시흥문학』24집 출판기념회를 마쳤다.이번 시흥문학상에는 200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이 들어왔다. 시흥문학상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내년에는 더욱 높은 수준의 많은 작품들이 접수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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