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제1회 시극(詩劇), 시로 흥(興)하다.> 공연하다

시흥장수신문 | 기사입력 2018/12/02 [16:44]

< 2018 제1회 시극(詩劇), 시로 흥(興)하다.> 공연하다

시흥장수신문 | 입력 : 2018/12/02 [16:44]

▲     ©시흥장수신문

 

 2018년 12월 3일(월) 시흥청소년수련관(한울림)관에서 < 2018 1회 시극(詩劇), 시로 흥(興)하

 다>를 공연한다.

 

나래이션 / 안봉옥

..

우둠지를 키워가는 목련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이른 봄날 아직 봉오리인 녀석들을 봄바람이 깨웁니다.

서둘러 가야 할 곳이 있는 듯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백목련송이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요동이 없습니다.

 

양철대문집 손녀가 요 며칠 전 시집을 가고

장미연립 김영감이 요양원으로 떠나는 날엔

김영감의 아버지, 아버지에 아버지가

외지 색시를 얻어 마을에 들던 그 푸르고 고운모습이

어제의 일처럼 떠올랐습니다.

 

백목련은 생각합니다.

백년동안 뿌리내리고 살던 이 마을을 떠나면

백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백목련은 힘닿는 데까지 뿌리를 내려 버티려 합니다.

눈물겹도록 소중한 백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놔버릴 수가 없기에

목련나무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 

 

시 / 임경묵

 

 

맞아요, 맞대요,

방금 천리포수목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요게, 요 예쁜 게, 자생 목련이 맞대요,

백 년이나 된 자생 목련은 수목원에서도 아직 본 적이 없데요,

 

목련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분 중에

혹시 시인과 소설가가 있나요,

시인은 지금부터 목련을 찬양하는 시를,

소설가는 백 년 목련만이 알고 있는 백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그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를 써 주세요,

 

사진작가는 빌라 한 동을 통째로 가리고도 남는

우람한 목련 우듬지를 집중적으로 찍어주시고요,

기자는 목련 살리기 기사를 대문짝만 하게 신문에 실어주세요,

교감 선생님은 선생님들에게,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이 목련만은 꼬옥 살려야 한다고 서명을 받아 주세요,

서명을 받아 주세요,

서명을 받아 주세요,

 

목사님은 신도와 함께

백만 송이 목련 나무 종교로 개종을 서둘러 주세요.

, 전 시의회 의장님은 현 의장님을 만나 백만 송이 목련 살리기 긴급 의회 소집을

요청해 주세요, 전전 의장님은 꺼져가는 목련의 심장을 아침저녁으로 다독거려 주세요,

 

목사님은 신도들과 함께

백만 송이 목련 나무가 잘 살아갈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목련나무 살리기 추진 위원장님은 지역의 모든

협의회에 백만 송이 목련 살리기 긴급 소집을 요청해 주시고

꺼져가는 목련의 심장을 아침저녁으로 다독거려 주세요.

 

시장님도 물론 이 사실을 알고 계시겠죠,

! ,

목련 아래가 고향인 분은 이 자리에 안 계시나요,

목련 아래가 고향인 분은 이 자리에 안 계시나요,

 

시방 백 년 넘게 이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묵묵히 당신의 고향을 지켜온 목련이 새봄이 오기도 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데,

다들 어디 계신 거죠,

 

재개발 지구 기울어진 담벼락에 기대어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는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

새봄이 오면

목련 꽃은 지난봄보다 훨씬 더 환하게 필 테고,

이파리는 지난봄보다 훨씬 더 푸를 텐데,

해마다 봄이면 당신의 삶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백만 송이 목련 꽃을

다들 좋아했잖아요?

 

 

맺음 내레이션 (안봉옥)

 

9월입니다.

아파트 공사장을 가린 높은 휀스 아래

강아지풀 한 포기가 허기진 채 시선을 잡습니다.

시선이 이끄는 대로 휀스를 타고 올라가다

순간 눈을 감아 버립니다.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서,

습기조차 채이지 않는 허기진 흙더미에

온몸을 내맡기고 미동조차 할 수 없는 백목련을

차마 탐색할 자신이 없습니다.

여기까지였을까요?

찬란하게 빛났던 그 푸르고 아름다움 백목련이

백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의 향기를 기억하고

사람들도 백목련으로부터 위로와 안위에

정을 나누며 살아왔습니다.

소원합니다.

백목련이 피돌기를 멈추지 않기를

저 깊은 땅 어디에 반드시 실핏줄이

꿈틀거릴 거라는 희망의 끈을 우린 놓치지 않을 겁니다

 

월곶귀항선月串歸港船 

시 / 조철형            

 

 

어머니 자궁 같은 포구로

돌아오는 배들은

거친 돛대마다 푸드덕거리는

꽃 한 송이 달고 온다

 

거친 파도와 싸웠던 순간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올리면

봄눈 녹듯 갯벌로 스며든다

  
먼 바다를 항해하며 눈뜬 고기를 낚아채면서도

이 땅의 아버지들은 뱃머리에 홀로선 채  

기어이 지켜내야 할 꿈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평안하길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만선의 귀항을 못하는 날

파도처럼 많아도
가슴엔 먼 바다에서 끌고 온

아름다운 바다꽃들과 해어海漁들이

돛대마다 춤을 춘다  

 

 

 나비에게

이연옥 작사 / 조혜영 작곡

 

 

아직도 잠들고 있는 거니

아직도 잠들고 있는 거니

희디흰 꽃잎 위에 흰날개 펴고
파르라니 떨며 앉아 있는 너는
허공을 날아 또 다른 세계와
마주치는 것이 두려운 거니

마주치는 것이 두려운 거니


보일 듯 말 듯 한 꽃에 앉아
바람 불어 꽃가지 흔들려도
보일 듯 말듯 한 꽃에 앉아
너는 앞날을 예감하고 있구나

밀물지듯 밀려오는 사랑의 굴레들
굳이 아니라고 말 못하는 너는
하얀 꽃잎 위에 있는 듯 없는 듯
천 년이라도 바라보고만 있니.

꽃잎을 날아오르는 순간

꽃잎을 날아오르는 순간

수없이 부딪쳐 올 그리움

수없이 부딪쳐 올 그리움

파르르 파르르 가슴 저리겠구나.

래산

 

정수경 작사 / 한재필 작곡

 

 

아침마다 발길을 열어주는 그대는

동구 밖 느티나무처럼 묵묵히 지켜주네요

 

우리를 이끌어주는 소래산은 등대

등대의 배웅을 받으며 나아가죠

세상의 바다를 향하여 저어가요

 

소래산은 소래산은 초록 빨강 하얀 등대

지친 몸을 어서 오라 반겨주는 그대는

창을 열고 기다리는 가족처럼 따뜻하게 반겨주네요

 

우리를 인도해 주는 소래산은 등대

등대의 마중을 받으며 돌아올 때는

세상의 바다에서 당당하게 오는거죠

 

계절은 소래산에 물들어

우리들의 꿈과 함께 익어가네

 

 

천만 번의 풍경

최분임 작사 / 박경애 작곡

 

 

너라는 이름의 햇살에는 너라는 이름의 바람에는

고요하고 시린 먼 나라 풍경이 묻어나지

나라는 이름의 외로움에는 나라는 이름의 기다림에는

상상 속 따뜻한 먼 남쪽 나라 바다가 넘실대지

 

우리 젖은 시간이 천만 번의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면

우리 젖은 기억이 천만 번 뒤척임으로 일어서면

우리 가는 공중의 길 언제나 이렇게 기억하리

우리 꿈꾸는 하늘의 길 언제나 이렇게 함께 하리

 

너라는 이름의 연안에는 너라는 이름의 허공에는

높고 푸른 천만 번의 풍경이 지문처럼 찍혀 있지

나라는 이름의 눈보라에는 나라는 이름의 폭풍우에는

마중과 배웅의 날갯짓 눈물처럼 반짝이지

 

우리 젖은 시간이 천만 번의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면

우리 젖은 기억이 천만 번 뒤척임으로 일어서면

우리 가는 공중의 길 언제나 이렇게 기억하리

우리 꿈꾸는 하늘의 길 언제나 이렇게 함께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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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의 시인들이 대야동 목련나무, 월곶, 시흥갯골생태공원, 소래산 등 시민들에게 익숙한 시흥을 주제로 시 낭송과, 시극, 노래로 불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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