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참담한, 우아한 시흥의 아침 풍경

-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기사입력 2012/06/29 [10:58]

찬란한, 참담한, 우아한 시흥의 아침 풍경

-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입력 : 2012/06/29 [10:58]
▲ 백로들 날다     ©최영숙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포동 월곶에서 방산대교 가기 전에 백로들이 아주 많아요. 멋져요. 시간 되시면 꼭 사진 담으세요." 내가 시흥 풍경을 담는다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특이하거나 멋진 풍경들이 있으면 전화를 준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2012년 6월 28일 새벽 5시 30분경에 포동 구염전으로 갔다. 백로들이 쉬고 있었다.
최대한 살금살금 다가섰다. 그러나 사람 인기척이 나자 백로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았다. 고요했던 이곳은 불청객으로 인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 백로들 일제히 날아오르다     © 최영숙

 
새들이 모두 날아갔다. 미안했다. 그러함에도 사진을 담는 사람은 또 한 번 이 녀석들의 멋진 비상을 보고 싶었다.  

▲ 갈대숲에 숨어서 소래산을 보다     © 최영숙


갈대숲에 숨었다. 멀리 소래산이 보였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경계를 하는 듯 백로 한 마리가 공중을 선회했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숨었지만 녀석의 경계에 걸렸는지 40 여분이 지나도 백로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릴없이 시집을 꺼내 읽었다. 실명한 손병걸 시인의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라는 시집이었다.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손병걸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고 살아왔다

시력을 잃어버린 순간까지
두 눈동자를 굴렸다

눈동자는 쪼그라들어 가고
부딪히고 넘어질 때마다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는데

짓무른 손가락 끝에서
뜬금없이 열리는 눈동자

그즈음 나는
확인하지 않아도 믿는
여유를 배웠다

스치기만 하여도 환해지는
열 개의 눈동자를 떴다


▲ 백로들 다시 날아들다     © 최영숙


백로들들을 기다리면서 커다란 울림이 오는 시를 만났다. 시집 한 권을 모두 읽었을 즈음 백로 몇 마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더 기다려도 큰 무리의 백로들은 오지 않았다. 그나마 갈대숲에서 일어서려다 잠시 기우뚱하는 바람에 갈대숲이 흔들리자 백로들은 화들짝 놀라서 다시 날았다.

▲ 백로들 날아가다     © 최영숙

 

▲ 헬리콥터 날다     ©최영숙


헬리콥터도 날아갔다.
편히 쉬고 있던 백로들의 새벽을 뒤흔들었다는 미안한 마음 조금과 오늘은 녀석들이 이곳에 다시 오려면 더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이동했다. 멀리 월곶역이 보였다.
 

▲ 월곶역이 보이다     © 최영숙

 

▲ 사라진 소금창고 방향을  바라보다     © 최영숙

 
방산대교를 지나 포동벌판을 보았다. 소금창고들이 늘어섰던 곳은 이제 갈대들만 무성했다. 
 

▲ 시흥의 내만갯벌     © 최영숙


포동펌프장 방향으로 왔다.  내만갯벌을 바라보는 눈길이 편안해졌다. 이 한결같음을 볼 수 있는 것,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싶었다.

▲ 가뭄이 극심한 매화(도창)저수지의 모습     © 최영숙


시흥의 8개 저수지 중에서 저수율이 아닌 체감으로 가뭄피해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매화(도창)저수지로 향했다. 죽은 물고기들이 저수지 물속과 밖에 있었다. 참담했다. 사진을 담을 뿐, 할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 가뭄으로 물이 빠진 물왕저수지에 초승달이 뜨다     © 최영숙


가뭄으로 들어난 물왕저수지 안에 초승달모양의 작은 섬이  생겼다.

▲ 연꽃테마파크에 오다     © 최영숙


연꽃 테마파크로 왔다. 가뭄에 연 재배는  피해가 없는지 여쭤봤다.
연을 재배하는 분은 일조량이 많아서 꽃의 개화 시기도 보름정도 빠르고 연근 발육에는 최상의 조건이라고 했다. 물은 지하수와 물왕저수지 물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도 비는 충분히 와야한다고 걱정했다.

▲ 연꽃 피다     © 최영숙


홍연이 피었다.

▲ 논에서 연 자라다     © 최영숙


논 속의 벼들 사이에 연들이 군데군데 솟아났다. 해파리들이 유영하는 듯했다.
 

▲ 논과 연     ©최영숙

 

▲ 견학온 학생들     © 최영숙

 
어린이들이 견학을 왔다.

▲ 연꽃 피다     © 최영숙


음표를 그리듯 연꽃들이 피어있었다.
 

▲ 황금어리연꽃 피다     © 최영숙


황금어리연꽃이 피었다.
어리연꽃은 깃털모양이 없지만 황금어리연꽃은 깃털처럼 나 있다고 했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러함에도 수수한 어리연꽃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5시 30분경에 집을 나섰는데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넘고 있었다. 시흥은 50년을 넘게 살아도 언제나 어느곳을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곳이다. 집을 조금만 나서면 갯골과 바다가 있다. 또한 물왕저수지가 있고 호조벌과 연꽃테마파크까지 슬라이드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연결되어 있다.

2012년 6월 28일은 아름다웠던 아침 갯골과 함께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시흥의 두 모습을 만났던 하루로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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