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의 명문초, 소래초등학교 제89회 졸업식 하던 날

소래산 자락에 있는 소래초등학교 89회 졸업식을 가다 -3

최영숙 | 기사입력 2012/02/15 [22:10]

시흥의 명문초, 소래초등학교 제89회 졸업식 하던 날

소래산 자락에 있는 소래초등학교 89회 졸업식을 가다 -3

최영숙 | 입력 : 2012/02/15 [22:10]

 

▲ 매화동에서 바라본 소래산     © 최영숙


소래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소래초등학교의 제89회 졸업식을 다녀왔다.

▲ 소래초등학교 제89회 졸업식을 하다     © 최영숙


2012년 2월 15일 오전 10시 30분, 소래초등학교의 제89회 졸업식이 본교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제89회 졸업식에서는 총 154명의 학생이 졸업장을 수여받았다. 이로써 누적 총졸업생 수는 17,513명에 달하게 되었다.

▲ 소래초등학교 전경     ©최영숙

 

본교는 1920년 7월 4일 소래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하여, 1945년 9월 1일 광복 후 초대 이우석 교장이 취임하며 소래국민학교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어 1947년 12월 2일 소래초등학교 계수분교 인가를 거쳐 1949년 10월 1일 계수초등학교를 분가시켰다. 이후 지역의 인구 유입에 따라 1989년 9월 1일 신일초등학교 분리(당시 본교 68학급 편성, 32학급 분리), 1990년 9월 1일 대야초등학교 24학급 분리, 1995년 9월 1일 은행초등학교 3학급을 분리 정립시켰다.

 

소래초등학교의 연혁을 살펴보면 시흥 지역 초등 교육의 89년 역사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본교에서 분가해 나간 계수초등학교의 역사만 해도 벌써 63년이 되었다. 시흥시에 인구가 유입되고 새로운 학교가 필요할 때마다 소래초등학교의 품에서 자란 학교들이 독립해 나간 셈이다. 그야말로 소래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초등학교들의 든든한 뿌리이자 근거가 되어 온 것이다.

 

 

▲ 2011년 10월 3회 총동문 체육대회     © 최영숙

 

지난 2011년 10월 3일에는 본교 운동장에서 총동문회 체육대회가 열렸었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동문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운동장을 힘차게 달리며 족구와 경기를 즐겼다. 일제강점기 시절 소래초등학교를 다녔던 이복영(75) 어르신은 당시의 독특한 기억을 전해 주었다.

 

“예전에는 소래국민학교에 입학하려면 나름대로 시험을 봐야 했어. 여덟 살 때 학교 마당에서 시험을 보는데, 운동장에 작은 웅덩이가 있고 그 위에 외나무다리가 하나 걸쳐져 있었지. 그걸 무사히 건너가는 게 시험이었어. 그런데 아뿔싸, 다리를 건너다가 중심을 잃고 웅덩이에 콰당탕 빠져 버린 거야. 결국 낙방해서 다음 해에 다시 다리를 온전히 건너고서야 겨우 입학할 수 있었지.”

 

당시의 입학 시험은 글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 험한 등하굣길을 스스로 걸어올 수 있는 신체적 영리함을 보는 다리 건너기였던 셈이다. 실제로 그 시절 시흥 전역에 하나뿐이던 소래초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과림동, 포동, 매화동, 계수동 등 먼 곳에서 통학하던 아이들은 여우가 출몰한다는 험한 고개나 냇가를 몇 개씩 건너 등하교해야 했다. 공부는 학교에서 가르치면 되지만, 매일 아침 학교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과제였던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 재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졸업생들 입장하다     © 최영숙

 

재학생 후배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제89회 졸업생들이 의젓한 모습으로 식장에 입장했다.

 

▲ 졸업생들 상을 받다     ©최영숙

 

졸업장 수여에 이어 상장 수여식이 진행되었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서는 획일적인 상에서 벗어나 개인의 특기와 성과를 격려하는 개인성취상(창의, 재치, 미술, 체육, 국어, 방송부, 운동부, 예능부 등)이 마련되어 졸업생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뜻깊은 상을 받았다.

 

 

▲임승원  교장선생님의 회고사     ©최영숙
 

 

임승원 소래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회고사를 통해 졸업생과 학부모들에게 축하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학교 제89회 졸업생 154명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이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처음 입학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졸업을 맞이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 6년은 그저 흘러간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배움터에서 여러 가지 학문을 배우고 익혔으며, 친구들과 정답게 어울려 평생 남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며 나름대로 원대한 꿈을 키우며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왔습니다. 오늘 졸업식을 맞이하여 교장 선생님은 여러분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됩시다. 둘째, 남을 배려하고 우리 모두를 사랑합시다. 셋째, 부모님을 공경하고 예절 바른 사람이 됩시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시작입니다. 앞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여 더 넓고 더 깊은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이 앞으로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로서,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학부모 여러분, 그동안 자녀 양육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6년 동안 코흘리개 어린아이에서 이토록 의젓한 청소년으로 자라난 자녀분들이 참으로 자랑스럽지 않으십니까?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자녀 교육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졸업생 여러분과 학부모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빌며 회고사를 마칩니다."

 

▲ 운영위원장 축사     © 최영숙
  

 

 이어 소래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의 따뜻한 축사가 이어졌다.

 

▲ 재학생 김지환  송시를 읽다     © 최영숙
 

 

재학생 대표 김지환 군이 단상에 올라 선배들을 보내는 송시를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다.

 

"오늘의 헤어짐은 슬픔이 아니랍니다. 겨우내 쌓였던 하얀 눈이 녹아 땅 위의 새 생명을 깨우고, 남녘 저편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이 우리의 마음을 깨우는 지금, 우리는 이별의 기쁨을 나누려 합니다. 헤어지는 슬픔보다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선배님들의 기쁨이 있기에, 이별은 슬픔이 아닌 새로운 기쁨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와닿습니다.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운동장을 가득 메웠던 가을 운동회,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석양이 붉은 노을로 물들 때까지 운동장 한편에서 함께 땀 흘리며 놀았던 시간들이 우리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쉽니다. 우리에겐 굳은 믿음이 있습니다. 하나의 양초가 어둠을 환하게 밝히듯, 마주 잡은 손길이 한겨울 추위를 녹이듯, 선배님들이 보여주신 따뜻한 사랑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 누나들. 새롭게 출발하는 앞길마다 영광과 행복이 늘 가득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정윤서 졸업생 답시를 하다     © 최영숙
 

 

이에 화답하여 졸업생 대표 정윤서 양이 감사와 다짐을 담은 답시를 읽었다.

 

"진달래꽃이 활짝 피고 봄비를 맞은 꽃나무가 기지개를 켜면, 여섯 해 전 봄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부모님과 함께 처음 교문을 들어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졸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에서의 6년이란 세월은 저희에게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를 온갖 사랑으로 가르쳐 주시어 몸과 지혜를 자라게 하시고, 이토록 의젓하게 길러 주셨는데 이제 정든 교정과 아우들을 두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그동안의 지극한 사랑과 가르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를 바르게 가르치시느라 흘리신 땀과 눈물, 그리고 교육의 열정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그 큰 의미를 이제는 철이 들어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비록 몸은 정든 학교를 떠나가지만, 선생님들의 훌륭하신 가르침을 늘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먼 훗날 선생님 앞에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와, 선생님의 두 손을 꼭 잡고 감사의 큰절을 올리겠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코흘리개 어린 저희를 갖은 정성으로 보살펴 주신 은혜에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희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시어 부쩍 눈가에 주름이 깊어지신 부모님을, 이제는 저희가 젖 먹던 힘을 다해 업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중학교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해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자랑스러운 아들, 딸이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아우들아! 너희와 함께 뛰놀던 정든 교정을 두고 우리는 먼저 떠나간단다. 더 넓고 더 큰 세계를 향하여 몸은 떠나지만, 우리의 마음은 항상 너희 곁에 머물러 있을 거야. 나보다 남을 먼저 위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고 협동하며,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잘 따라서 자랑스러운 소래의 전통을 이어가는 후배들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고마우신 선생님,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 이제 저희 졸업생들은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담고 정든 교정을 물러갑니다. 부디 몸 건강하시고, 더욱 성숙해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 재학생 졸업식 노래를 하다     © 최영숙
 

 

이어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졸업식 노래 제창이 시작되었다.

1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2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3절: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식장에 울려 퍼지는 졸업식 노래를 듣고 있으니, 문득 나의 40년 전 초등학교 졸업식 풍경이 겹쳐 들었다. 온 식장 안이 눈물바다를 이뤘던 그 시절의 추억이 가만히 되살아났다. 요즘 중·고등학교 졸업식 노래는 많이 바뀌었지만, 초등학교만큼은 예전 선율 그대로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익숙한 졸업식 노래 소리가 무척이나 반갑고 뭉클하게 다가왔다.

 

▲ 소래초등학교 교가를 부르다     © 최영숙

 

모든 이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교가를 제창하는 것을 끝으로, 감동적이었던 제89회 졸업식의 공식 행사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교가

 

장엄한 소래산 정기 받은 우리 학교 / 정다운 별들이 자라나는 배움터 / 푸른 꿈 가득 안고 큰 마음 닦으니 / 배움의 꽃송이 이 강산에 퍼지네 / 새 일꾼 여기 있다 소래 어린이~

 

▲ 졸업사진을 담다     © 최영숙
 


졸업식이 끝난 뒤, 학생들은 정든 교실과 운동장을 배경으로 정다운 졸업사진을 촬영했다.

 

▲ 89회 소래초등학교 졸업식     © 최영숙

 

식이 끝나고 교정에 모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졸업을 맞는 소감을 들어보았다.

 

학부모 채훈(42) 씨는 “사랑하는 아들 채유민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번에 소래중학교 야구부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부상 없이 건강하게 운동하고 학업 성적도 성실하게 잘 유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늘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김수현(13) 졸업생은 “졸업을 하니 정말 기뻐요. 그동안의 학교생활도 정말 즐거웠고요. 대흥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공부 열심히 하고 새로운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어요. 나중에 커서 훌륭한 검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인배균(13) 졸업생은 "6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가장 즐겁고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예전처럼 친구들과 건강하게 뛰어놀고, 장래 희망인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학교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본교 야구부 총무를 맡고 있는 학부모 손현미(41) 씨는 ”우리 소래초등학교 야구부 아이들 모두가 몸 건강히 원하는 학교로 잘 진학하게 되어 다행이고, 앞으로도 더 큰 무대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를 어머니의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재학생 대표로 참석한 이진희 양은 “ 정들었던 6학년 형들과 헤어지게 되어 무척 섭섭하다. 형들이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야구를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 특히 지난 도지사기 대회에서 극적인 1승을 거두었을 때 다 함께 정말 행복했었다. 이제 내가 6학년이 되면 선배들이 해준 것처럼 후배들을 친절하게 잘 보살펴 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들겠다“고 기특한 포부를 밝혔다. 이근영(13) 졸업생 역시 ”중학교에 진학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다. 멋진 경찰관이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운동도, 공부도 중학교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소래산 자락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자, 시흥시 초등 교육의 살아있는 역사인 소래초등학교의 제89회 졸업식을 지켜보았다.

 

전원 중학교로 진학한 154명의 졸업생 모두가, 인생에서 가장 폭발적인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쳐나는 중학교 시절을 다정하고 유익하게 보내기를 온 마음으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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