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는 과학이자 창조다,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제10회 졸업식 및 작품 전시회

-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발길-

최영숙 | 기사입력 2011/02/17 [04:36]

조리는 과학이자 창조다,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제10회 졸업식 및 작품 전시회

-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발길-

최영숙 | 입력 : 2011/02/17 [04:36]
▲ 모자를 날리다     ©최영숙

 
  

2011년 2월 15일 오후 4시, 코엑스 아셈조선 그랜드 볼룸에서 2010학년도 제10회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졸업식 및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지난 2010년 숯두루지 마을을 답사하며 이 학교와 인연을 맺었던 선생님의 초대로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 코엑스 그랜드 볼품 1층 전시장     ©최영숙

 
 

전시장은 졸업 작품을 준비한 학생들과 이를 축하하러 온 학부모들로 활기가 넘쳤다.

 

▲ 학생들의 작품     ©최영숙
 
▲ 선인장으로 만든 작품     ©최영숙
▲ 졸업 작품전을 하다     ©최영숙
▲ 초콜릿으로 만든 초코롤떡     ©최영숙
 
▲ 졸업작품전을 하다     ©최영숙
▲ 졸업생들의 작품     ©최영숙

 

졸업생 247명이 조를 이뤄 선보인 작품들은 한식, 양식, 전통 다과상, 퓨전 요리 등 그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화려하고 섬세한 색감의 음식들을 마주하니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 자신들이 만든 작품 앞에 서다     ©최영숙

 
▲ 학생들의 작품 슈가크레프트     ©최영숙


 

▲ 학생들의 작품을 보다     ©최영숙

 

모든 작품에 학생들의 정성과 예술적 감각이 깃들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인형이 서 있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인형이 입고 있는 옷 자체가 학생들의 작품이라는 설명에 깜짝 놀랐다. 설탕, 물엿, 젤라틴, 달걀 등을 반죽해 한 땀 한 땀 밀고 붙여 만든 '슈가 크래프트' 작품이었다. 세 명의 학생이 한 달 동안 친구 집에 모여 공을 들였다고 한다. 온도가 높으면 녹아내리기에 운반할 때도 무척 애를 먹었다는 말에서 아이들의 지극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내빈들이 졸업생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피며 격려하는 품평회 시간이 이어졌다.
 

▲ 졸업식을 축하하다     © 최영숙

졸업생들은 대부분 요리 관련 대학으로 진학하며 꿈을 이어갔다. 라스베이거스로 유학을 떠난다는 배성준 군은 "원하는 경지에 오르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며,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낸 3년이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양식부 고승정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은 제자이자 조리계의 후배"라며, 사회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요리사가 되길 응원했다. 장학금을 받고 조리과에 진학시킨 학부모 이미숙 님은 "조리는 과학이자 창조라는 말에 매료되어 진로를 정한 아이가 대견하다"며 자녀의 앞날을 축복했다.


내빈들이 졸업생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피며 격려하는 품평회 시간이 이어졌다.


 
▲ 졸업식을 시작하다     ©최영숙

 

졸업작품전에 이어서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 타드락 축하공연     ©최영숙

 

재학생들로 구성된 '타드락' 공연팀이 무대에 올랐다. 도마와 칼 등 주방 도구가 북소리와 어우러져 내는 힘찬 가락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졸업생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듯했다.

 

▲ 담임선생님에게 상을 받다     ©최영숙


졸업식의 방식이 좀 독특했다. 이사장상과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장상을 제외하고는 담임선생님들이 상을 수여했다. 정들었던 담임선생님에게 받는 상은 특별한 듯했다.
 
또한 상장 하나 하나마다 글의 내용이 달랐다. '이하동문'이라는 말이 없었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춘 다른 문구로 채워져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제자 한 명 한 명을 향한 선생님들의 깊은 사랑이 전해졌다.

"삶이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오늘 하는 일이 내일 가질 것에 영향을 미친다. 삶이란 오늘 하루 이틀 사용하고 마는 호텔의 객실이 아니다.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결과를 만든다. 어리석은 사람은 모른다. 현명한 사람은 안다. 오늘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이라고 적힌 표창장이 오래 기억되었다.


  

▲ 양호진 재학생 송사를 하다     ©최영숙

 

양호진 학생의 송사가 있었다. 졸업식을 몇 번 다녔고 이제는 눈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반갑게 웃고 헤어지는 졸업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많은 눈물을 보았다.
 
"선배님! 막 중학교를 졸업하여 철없던 우리를 엄하게 혹은 인자하게 다스
리던 선배님들은 떠나고 남은 저희는 그 역활을 다해야 합니다.  머리로 후배의 잘못을 꾸짖어 주고 가슴으로 후배를 보듬어 주는 것이 '선배'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등 송사를 읽어가는 동안 후배는 울었다.

 

▲ 정민지 졸업생의 답사     ©최영숙

 

정민지 졸업생의 답사는 울음으로 간간히 쉬어야 했다."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10기 모든 학생들이 부모님들께는 든든한 자식과 선생님께는

자랑스런 제자, 그리고 후배에게는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되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했다.

 
 

▲ 졸업생의 눈물     ©최영숙
  
  3년간 정이 들었던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지는 졸업생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 조리학도의 선서     ©최영숙


 졸업생들의 조리학도의 선서가 이어졌다.
 
* 나의 생애를 조리 써비스를 통해 인류공영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 나의 스승에 대하여 항상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 나는 만인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습니다.
* 나의 양심과 정성으로 조리 방법을 익히고 탐구하겠습니다.
* 나는 조리인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 계승하겠습니다.
* 나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학생임을 명예와 자긍심을 갖고 지키며 학칙을 준수할
것입니다.

▲ 케익 커팅을 하다     ©최영숙
 
 
  내외빈 및 학생대표의 케익커팅을 끝으로 졸업식이 모두 끝났다.
 

 

▲ 모자를 날리다     ©최영숙
 
 
  학생들은 하얀 조리모를 던지면서 졸업을 축하했다.
 

 

▲ 친구들과 포옹하다     ©최영숙
 
   졸업식이 끝났는데도 학생들의 눈물과 포옹은 언제 끝날 줄 몰랐다.
 

 

▲ 식사들을 하다     ©최영숙

 

가족들 테이블로 음식이 차려져 나왔다. 식사비는 1인당 4만 원이라고 했다.

 

마침 뉴스에서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의 졸업식이 호텔에서 열리는 '호화 졸업식'이라는 뉘앙스로 보도되는 것을 접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취재했음에도 '호화'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붙는 것을 보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토록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학생들이었다. 3년 동안 정들었던 스승, 친구들과 헤어지며 그토록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순수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졸업식에 '호화'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보고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고, 적지 않은 음식비 때문에 혹여나 소외되는 친구는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기록을 이어가며 언제부터 코엑스에서 졸업식을 진행했는지 물었다. 허훈(49) 진로연구부장은 "1회 졸업 때부터 학교의 특성상 졸업 작품 전시회와 졸업식을 병행해 왔다. 초기에는 힐튼 호텔에서 진행하다가 현재는 코엑스에서 열고 있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이것은 사치가 아닌, 이 학교만의 고유한 전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장래 희망으로 호텔의 최고 요리사를 꿈꾸고 있었다.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는 있겠으나, 평생의 꿈을 이루고 싶은 그 마지막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 또한 교육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1회부터 10회 졸업식까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면, 이는 이미 학교의 정체성이 담긴 전통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작품 전시회를 위해 학생들이 한 달여 전부터 작품을 구상하고 재료를 구해 친구들과 함께 밤낮으로 요리를 만들었던 그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또한, 그렇게 공들여 만든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이는 과정은 조리과학고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교육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담임선생님께 절을 드리다     ©최영숙
▲ 눈물의 졸업식     ©최영숙

 

요즘 졸업식장에서 이렇게 많이 우는 학생들은 정말 처음 보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3학년 6반 담임인 양진아(34)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성향이 온순한 데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묶어주는 힘이 큽니다. 실습하며 함께 부대끼다 보니 교사와 학생 사이가 마치 부모 자식 같은 심정으로 끈끈해지죠. 늘 함께 생활하며 쌓인 정 때문에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는 1회부터 9회 졸업생까지 모두 와 있을 겁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 졸업식은 졸업생들에게는 또 다른 동창회나 마찬가지거든요. 조리는 예술입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무척 순수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창의력도 뛰어납니다."

 

선생님은 떠나는 제자들에게 따뜻한 덕담도 잊지 않으셨다.

 

"모두 행복하게 살아라. 선생님은 항상 이 자리에 있을 것이고, 언제든지 너희를 반길 거다. 행복한 일을 하면서 늘 웃고 살기를 바란다."

 

스승의 진심 어린 축복 속에 졸업식장은 눈물과 온기로 가득 찼다.

 

▲ 후배들 노래하다     ©최영숙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의 졸업식은 참으로 남달랐다.

 

그곳에는 사람 사는 진한 정이 흐르고 있었다. 단순한 형식을 넘어 스승과 제자가 요리라는 공통된 길 위에서 뜨겁게 교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제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이 저마다 가슴에 품은 원대한 꿈을 향해 정진하여,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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