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갯골에서 만난 또 다른 일출

-최영숙의 발길 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기사입력 2012/01/04 [20:26]

시흥갯골에서 만난 또 다른 일출

-최영숙의 발길 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입력 : 2012/01/04 [20:26]
▲ 2011년 12월 31일 시흥갯골에서 일출을 보다     © 최영숙

 

새해가 되면 시흥갯골을 찾아 경건한 마음으로 해맞이를 하곤 했다.

 

▲ 2012년 1월 1일  홍천에서 일출을 보다     ©최영숙


 
 2012년 새해 첫날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일출을 맞이하게 되었다.

 

▲ 여명이 밝아오다     © 최영숙


그 때문에 늘 새해를 시작하던 시흥갯골에서의 해맞이를 거르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한 해의 마지막 날인 2011년 12월 31일 새벽, 카메라를 메고 다시 시흥갯골로 향했다. 저 멀리서 푸르스름한 여명이 고요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 포동 벌판에서 해를 만나다     © 최영숙

 
끝없는 바다 위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일출이나 장엄한 산등성이 위로 둥실 떠오르는 일출도 저마다 아름답지만, 포동 벌판과 갯골 사이에서 호젓하게 만나는 일출은 또 다른 멋과 깊은 위로를 안겨준다.

 

▲ 송전탑에 걸린 해     © 최영숙

 
포동 벌판의 한가운데서 마주한 해가 광활한 대지 위 송전탑 실루엣 걸려 멈춘 듯 서 있었다.

▲ 해뜨다     © 최영숙


안개를 헤치고 붉게 떠오르는 해의 둥근 모양이 마치 신선한 계란 노른자처럼 선명하고 탐스러웠다.

 

▲ 갯골에서 만난 해     © 최영숙

 

국내 유일의 사행성 내만갯벌이라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지닌 이곳 시흥갯벌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막힘이 없어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까지 시원하게 열어주었다.

 

 

▲ 서리꽃이 핀 갯골     © 최영숙



방산대교 아래 갯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절을 지나 빛이 바랜 칠면초와 벌개미취 등이 하얀 겨울 서리를 맞아 마치 눈부신 흰 꽃을 다시 피워낸 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벌개미취 서리꽃 피다     © 최영숙


차가운 벌개미취 줄기마다 서리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났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수주문학상에 이어 2011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 한 소래문학회 임경묵 시인의 시 한 구절이 가만히 귓가를 스쳤다.
 


  폐염전 서리꽃
 
 
   -임경묵-
 

 소금 꽃 사라진 염전에 서리꽃 피었단 말은
 소금 온다는 말처럼 반가운 말이리.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
 흔들리면 피울 수 없는 꽃
 밤새 염전 외곽을 서성이던 칼바람이
 비루먹은 갈대밭에 몸을 얹고
 까무룩 잠든 사이 피어난 꽃이리.
 시린 새벽과 당당히 맞서는 
 날 선 결정(結晶)이리
 소금 꽃 사라진 염전에 서리꽃 피었단 말은
 수수 억만의 갈대가
 태곳적 과두문자(蝌蚪文字)로
 흰 눈썹 휘날리며
 바람의 원전(原典)을 베껴 쓰는 일이리. 


▲ 새들 날개 짓하다     © 최영숙
 
이른 새벽, 정적을 깨는 사람의 인기척에 놀란 겨울 새들이 일제히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 갯골에 해 뜨다     © 최영숙

 

내가 살고 있는 시흥에 이토록 아름답고 서정적인 일출을 품은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늘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이 귀한 자연의 유산이 아주 오래도록 변치 않아서, 우리 뒷세대의 사람들도 먼 훗날 이곳에 서서 일출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기를 마음 모아 기원했다.

 

드디어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밀물이 들 때면 그득하게 차오르는 저 갯골의 푸른 물길처럼, 새해에는 모든 분의 가슴속 소망이 빈틈없이 그득하게 차오르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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