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9일,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섬산을 돌아가는 길을 비롯해 모든 갯골길이 (주)성담에 의해 폐쇄되었다.
“이 지역은 (주)성담의 사유지입니다. 그동안 일반인의 무단출입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 및 쓰레기 무단 투기 등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출입을 통제하오니 양해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철문이 굳게 닫혔다.
(주)성담이 막아 세운 철문 앞에는 시흥시에서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시흥시의 안내문에는 “이 지역은 도시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갯골생태공원으로, 공원 내 생태 보존을 위하여 일반 차량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용무가 있으신 분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 ▲ 2009년 10월 31일 늠내길 제2코스 갯골길 개장식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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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31일 오전 10시, 시흥시청에서는 늠내길 제2코스인 ‘갯골길’ 개장식이 열렸다.
구불구불 사행성(蛇行性) 갯벌을 품은 이곳은 시흥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개장 당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갯골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들은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주)성담은 지난 2007년 6월 4일, 등록문화재 심의를 불과 사흘 앞두고 소금창고들을 기습적으로 파괴한 전력이 있다.
시민들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아름답게 늘어서 있던 소금창고들이 어느 날 갑자기 포클레인에 의해 처참히 부서지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흥시민들은 (주)성담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시화 이마트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 파괴된 소금창고는 끝내 복원되지 않았다. 시흥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기업 중 하나가 이마트 시화점이라고 들었다. (주)성담이 시흥시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시흥시민의 발길이 닿고 지갑이 가장 많이 열리는 곳이라는 점이 반증한다.
그런데 매장을 찾던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전국적인 명소로 알려진 시흥 갯골길이 (주)성담에 의해 다시 막혔다.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들었다. 늠내길 1코스부터 3코스까지 시흥의 여러 길 중 개인에 의해 통제된 곳은 없었다. 그곳들 역시 사유지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길을 내어준 인심은 넉넉했다. 일반인도 이럴진대, 지역 대기업의 인심이 어찌 이리 박하고 모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제주 올레길 또한 모두 국유지는 아닐 것이다. 이것이 시흥 대기업이 보여주는 사회 환원의 모습인가 싶어 씁쓸했다.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주)성담이 갯골길을 폐쇄하며 내세운 명분이었다. 소금창고를 파괴할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사고 및 쓰레기 무단 투기’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갯골길을 이용하는 이들은 주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시민들이었으며, 개장 이후 특별한 사고나 쓰레기 문제를 목격하지 못했다. 오히려 발생하는 쓰레기는 시흥시에서 즉시 수거하여 예전보다 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다.
| ▲ 문이 닫힌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시민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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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온 한 시민은 갯골로 가는 길이 막힌 것을 보고 “사람 다니는 길을 막으면 집안이나 기업이나 망하는 법이야!”라며 혀를 차고는 부흥교 방향으로 돌아 나갔다.
생태공원에서 섬산으로 향하던 시민들도 철문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주)성담과 시흥시의 안내문을 나란히 보며 모순을 느꼈다. 성담은 이곳을 “사유지”라 주장하고, 시흥시는 “도시공원으로 지정 관리하는 생태공원”이라 명시했다. 두 개의 철문 사이에 시민들이 가두어진 형국이다.
갯골의 커다란 새 조형물 안으로 작은 새들이 옹기종기 파고든다. 자연은 모든 것을 품어 안는데, 사람은—아니 기업은—오히려 사람을 내치고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거인의 정원’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즐겁게 놀았다. 그러나 그는 어린이들이 정원에 들어와 노는 것이 보기 싫었다. 담장을 높이 쌓고 정원 문을 굳게 닫았다. 그때부터 정원의 꽃은 시들고 깊은 겨울뿐이었다.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았다. 그러자, 나비와 새들조차 날아들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 이유를 모르는 주인은 춥고 외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조그만 꽃이 핀것을 보았다. 주인은 반가워서 달려가 보았다. 담장 귀퉁이가 무너진 곳으로 어린이들이 몰래 들어와 놀고 있었다. 그곳에 꽃이 피었던 것이다. 그는 깨달았다. 그는 담장을 허물고 어린이들과 함께 놀았다. 그곳은 다시 예전의 아름다운 꽃동산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갯골길 초입을 걷고 있다. “우리는 시흥의 아름다운 갯골길을 걷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그 맑은 눈망울에 우리 어른들은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현재를 사는 어른들이 미래의 새싹들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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