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계중학교 제1회 졸업식, ‘시간의 정원’에 심은 20년 후의 꿈

최영숙 | 기사입력 2011/02/11 [04:28]

은계중학교 제1회 졸업식, ‘시간의 정원’에 심은 20년 후의 꿈

최영숙 | 입력 : 2011/02/11 [04:28]
 
▲ 졸업장 수여식     ⓒ최영숙

 

2011년 2월 10일 오전 10시, 은계중학교 강당에서는 역사적인 제1회 졸업식이 거행되었다. 은계중학교는 2008년 3월 3일, 10학급 385명의 학생이 입학하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3년 후인 오늘, 357명의 학생이 첫 졸업장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 은계중학교 교문 앞 풍경     ⓒ 최영숙

 

학교 입구에서 졸업식 날이면 늘 마주하는 익숙하고 설레는 풍경을 만났다.

 

▲ 졸업장을 수여하다     ⓒ 최영숙

 

졸업장 수여식이 시작되었다. 전형재 교장 선생님은 357명의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했다.

 

▲ 졸업장 수여식을 하다     ⓒ 최영숙

  

강당 화면에는 학생들의 이름과 사진, 진학할 고등학교, 그리고 저마다의 장래 희망이 띄워졌다. 법조인, 회계사, 승무원, 인터넷 쇼핑몰 CEO, 치과 의사, 교사, 군인, 요리사, 경찰관 등 아이들의 꿈은 참으로 다양했다. 학생 대표 한 명만 상을 받던 우리 세대의 졸업식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이 방식이 진정으로 귀중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타임갭슐을 넣다     ⓒ 최영숙

 

졸업장 수여가 끝난 뒤 특별한 행사가 이어졌다. 3년간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자료들을 타임캡슐에 넣는 '타임캡슐 채우기'였다. 이 캡슐은 20년 후인 2031년 2월 10일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20년 후면 이 학생들도 어느덧 서른여섯, 일곱의 든든한 중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캡슐을 열며 청소년 시절의 꿈과 조우할 그들의 감회가 얼마나 새로울까. 혹시 나 또한 그때까지 기록을 계속하고 있다면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에 이르게 되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쯤이면 나는 백발의 노인이거나, 어쩌면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3-10반 정혜임 학생 은계대상을 받다     ⓒ 최영숙

 

졸업식 전, 정혜임 학생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졸업 소감을 묻자 간단명료하게 "시원섭섭하다"며 웃었다. 이어지는 미래 계획은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1. 경찰대에 진학하고 싶다. 내신 관리에 힘써 꼭 1등급을 유지하겠다.

  2.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3. 이후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나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자신의 꿈을 위해 향후 10년의 계획을 조목조목 세워둔 정혜임 학생을 보며, 그녀가 왜 수석의 자리에 올랐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 김현주(43) 씨에게 교육 방침을 묻자 비결은 '가족'에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마음껏 놀게 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게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매년 1월 1일이면 할머니부터 아이까지 모두 모여 한 해의 계획을 짠 뒤 마지막 날에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전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 깃든 비범한 교육 철학이 정혜임 학생을 성장시킨 동력이었다.

 

▲ 감사패 수여     ⓒ최영숙

 

학교의 기틀을 마련해 준 교가 작곡가와 발전에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패 증정식이 이어졌다.

 

▲ 전형재 은계중학교 교장선생님     ⓒ 최영숙

  
전형재 교장 선생님은 축사를 통해 세 가지를 당부했다.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개발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될 것.이라는 당부였다.

 

▲ 담임선생님의 영상 편지     ⓒ 최영숙

 

이어진 3학년 담임선생님들의 영상 편지는 강당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선생님의 진정한 첫사랑은 너희들이었단다", "밝고 맑게 생활하렴", "함께해서 행복했다, 사랑한다"는 진심 어린 고백에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제자를 향한 지극한 사랑을 보며 문득 찾아뵙지 못한 옛 스승님이 떠올라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 선생님의 영상편지를 보다     ⓒ최영숙

 

학생들은 화면에 담임선생님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잠시 접어둔 채 선생님의 덕담을 즐겁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시는 선생님들     ⓒ 최영숙

▲ 제자들에게 선생님들의 마음을 전하다     ⓒ 최영숙

  

영상 편지가 끝난 뒤, 선생님들이 무대에 올라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를 합창했다. "우리들의 만남이 너와 나의 인연이, 언제나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었죠. 영원히." 노래하는 스승과 듣는 제자들 사이로 흐르는 공기가 무척이나 따뜻했다. 개교와 함께 만난 첫 스승과 첫 제자들이 은계중학교의 첫 페이지를 아름다운 역사의 기록으로 써 내려가고 있었다.

 

졸업생들의 진학 현황 또한 눈부셨다. 관내 주요 고등학교에 수석과 차석으로 입학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이 많았다. 공부뿐 아니라 방과 후 활동과 예능, 글짓기 분야에서도 다수의 상을 휩쓸며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다. 스스로 전통을 만들고 가꾸어 온 사제 간, 선후배 간의 정은 그 어느 학교보다 돈독해 보였다.

 

▲ '후배가 선배에게' 노래 선물을 하다     ⓒ 최영숙
  
후배들은 선배들의 앞날을 축복하며 노래를 불렀고,

▲ 선배들의 답가     ⓒ 최영숙
▲ 답가를 불러주는 선배들     ⓒ 최영숙
 

이에 선배들은 '자전거 탄 풍경'의 '나에게 넌 너에게 난'으로 화답했다.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익숙했던 송사와 답사 대신 서로에게 마음을 담은 노래를 선물하는 모습에서 바뀐 시대의 졸업 풍경을 실감했다.


▲ 졸업생의 다짐     ⓒ최영숙
 
 
▲ 교가 제창을 하다     ⓒ 최영숙
 
 
 
 
"정직하고 근면하게 생활하며 모교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다짐과 우렁찬 교가 제창을 끝으로 공식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 교실에서 마지막 만남을 갖다     ⓒ 최영숙

 아이들은 정들었던 교실로 돌아가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 상을 받다     ⓒ 최영숙
 
교실에서 선생님께 상을 받았다.
  
▲ 복도에서 서성이다     ⓒ 최영숙
 
 복도 끝에는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다     ⓒ 최영숙
복도 끝에는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 졸업사진들을 담다     ⓒ 최영숙
 
운동장에는 일찍 나온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 시간의 정원에서 기다리다     ⓒ최영숙
  
은계중학교의 제1회 졸업식이 모두 끝났다. '시간의 정원'이라 이름 붙은 타임캡슐도 이제 깊은 잠에 들 시간이다. 20년 후, 꿈을 이룬 학생들이 이 정원에서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교문을 나섰다.

▲ 졸업장을 받다     ⓒ 최영숙
 
졸업 시즌이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저마다 인생의 소중한 한 시절을 매듭짓는 시기다. 모든 졸업생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 졸업식을 하다     ⓒ최영숙

 

학교라는 울타리를 모두 졸업하고 나면, 우리는 '마지막 졸업'을 위해 또 다른 거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곳엔 졸업장을 주는 이도, 노래를 불러줄 친구도 없다. 오로지 자신이 살아온 삶의 무게만을 지니고 홀로 떠나는 진정한 졸업인 것이다.

 

그 마지막 졸업장에서 '세상의 모든 만남, 고맙습니다'라고 당당히 쓸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볼 일이다. 졸업식 취재를 갔다가 묵직한 삶의 화두를 안고 돌아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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