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금창고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가? [4]

최영숙 | 기사입력 2006/01/31 [00:00]

이 소금창고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가? [4]

최영숙 | 입력 : 2006/01/31 [00:00]

 

위의 사진은 2004년 9월 7일에 찍은 소금창고의 모습이다. 이 소금창고는 포동 폐염전에서 유일하게 아치형 지붕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창고들은 투박한 사각형이었지만, 이 창고만은 아치형으로 유려한 곡선을 뽐냈다. 아마도 이 창고를 지은 이는 이곳에서만큼은 한껏 멋을 부리고 싶었나 보다. ‘장: 3.40, 폭: 8.00, 고: 3.70’이라고 천장 기둥에 꼼꼼하게 적어놓은 수치가 그 정성을 말해주는 듯했다. 숭숭 뚫린 지붕 위에는 어느새 새들이 날아와 집을 짓고 입주해 살고 있었다.

 

일 년 뒤인 2005년 8월 28일, 그 아름답던 아치형 소금창고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지붕은 뭉텅스럽게 더 뜯겨 나갔고, 지붕 위 새집은 누군가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허물어져 버렸다. 창고 안은 마치 기괴한 밀교 의식을 치른 듯한 모습이었다. 누군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무법자들은 새들의 안식처를 빼앗고, 가장 독특했던 소금창고를 일회용 무대로 전락시킨 뒤 자신들이 썼던 소품들을 쓰레기로 버려둔 채 떠나버렸다.

 

폐염전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요즘 들어 더욱 절실히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의 손길이 세월의 풍상보다 훨씬 앞서간다는 사실이다. 모진 사람의 손길이 남긴 흔적은 자연의 풍화보다 더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2006년 1월 26일, 다시 아치형 소금창고를 찾았다. 다행히 그곳은 또 한 번 변해 있었다. 붉은 천이 떼어지고, 붕대를 감아놓은 사람 형상의 십자가와 온갖 잔해들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비로소 가슴이 후련해졌다. 늘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예술적 기운을 얻어갔던 터라, 훼손되는 과정을 마냥 지켜보기만 했던 것이 미안하고 빚진 마음이었다. 이제라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창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빛을 타고 지붕의 아치선들이 제 모습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었다. 진정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나는 이 소금창고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하며, 연재 글 [3]편에서 폐염전에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현장을 보며 답답해하기만 했던 나와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시청에 문의하고 해결 방안을 알아봐 준 분들이 있었다. 그 정성이 닿았는지, 소금창고 안팎을 덮고 있던 쓰레기들이 말끔히 수거되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누군가 직접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이토록 컸다. 문제가 있을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오랜 세월 버려져 있던 의자는 그 자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견뎠다. 그사이 멀리 보이던 주찬양교회의 빨간 지붕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세월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간 시간은 2년 남짓인데, 주위 풍경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저 멀리 새롭게 지은 주찬양교회가 보인다. 다시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눈에 익히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익숙함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늘 제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의자도 언덕 위로 올라왔다. 쓰레기 수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펌프장 쪽 소금창고의 쓰레기들은 모두 수거되었다. 하지만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안쪽 폐염전의 쓰레기들은, 길을 트면 바로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길목에 모여 있었다. 바리바리 쌓인 쓰레기더미를 보며 수거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싶어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의자, 가방, 스티로폼, 낚시 도구, 비닐 등 폐염전 구석구석에 숨겨졌던 오물들이 길 위로 넘쳐나고 있었다. 버리는 사람 한 명을 줍는 사람 열 명이 당해낼 수 없기에,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함을 절감했다.

 

2006년 1월 3일에 찍었던 사진 속 게 모양 조형물도 1월 26일 사진에는 사라지고 없었다. 지난 1월 17일에 쓰레기 문제를 다룬 글을 올린 후,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이뤄진 일련의 처리 과정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폐염전이 쓰레기로 고통받는 것을 안타까워만 했던 한 시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문제 제기만 했을 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시청에 적극적으로 문의해준 이웃들과, 추운 날씨에도 넓은 폐염전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해주신 시청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포동 폐염전은 시흥의 허파와 같은 휴식 공간이다. 드넓은 벌판에 들어서면 바람 소리부터가 다르다. 우리는 진정 귀한 보물을 곁에 두고도 그 가치를 잊고 산 것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이 소중한 것들을 아끼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나 또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더욱 깊은 시선으로 만나고 기록하려 한다. 각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모일 때, 진정으로 큰 힘이 발휘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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