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피어난 선율과 가락… 정왕동 물들인 2015 ‘흥’ 페스티벌

음악·국악·연예협회 첫 통합 무대 시도… 상업지구 입지로 인한 관객 아쉬움도 남겨

최영숙 | 기사입력 2015/09/18 [16:45]

빗속에 피어난 선율과 가락… 정왕동 물들인 2015 ‘흥’ 페스티벌

음악·국악·연예협회 첫 통합 무대 시도… 상업지구 입지로 인한 관객 아쉬움도 남겨

최영숙 | 입력 : 2015/09/18 [16:45]

 

2015년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정왕동 이마트 앞 미관광장에서 시흥시와 (사)한국예총 시흥지회(시흥예총)가 주최한 '흥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번 축제는 시흥시음악협회, 시흥시국악협회, 시흥시연예예술인협회가 공동 주관하고 시흥시의회가 후원하여 사흘간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 흥 페스티벌 공연을 하다     © 최영숙

 

 박한석 시흥예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흥'으로 시흥의 가을을 시작한다. 땅과 하늘,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주위로 자연의 생명들이 함께 숨을 쉬며 어우렁더우렁 서로에게 '흥'을 주며 시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있다"라며 "흥이 많은 우리네 정서에는 삶의 희로애락을 소리로, 춤으로, 가락으로 풀어낼 줄 아는 멋스러움과 감성이 있다. 이 가을, 높아진 하늘 아래서 맑은 가을바람과 더불어 한바탕 흥을 즐기고 느끼며 풍요로운 추수를 나누는 위로의 자리가 되시기를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 시흥시립합창단 공연하다     © 최영숙


 이번 페스티벌은 9월 11일 '제1회 시흥시 음악제'를 시작으로, 12일 '제23회 시흥국악협회 정기공연', 13일 '제14회 시흥시 시민가요제'가 차례로 이어지며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의 장이 되었다.

 

▲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는 김유노 씨가 맡았다.     © 최영숙

 

축제 첫날인 9월 11일에는 '제1회 시흥시 음악회'가 관객들을 맞이했다. 음악회의 메인 무대는 김유노 씨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장식했다. 마침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천막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흐르는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첫날 행사를 주관한 김해숙 한국음악협회 시흥지부장은 "2015 '흥 페스티벌'을 통해 시민들에게 가을의 풍요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라며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따뜻한 음악의 선율과 맑은 가을바람, 그리고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서로 위로하고 희망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맺었다.

 

▲ 공연 중 비가 내리다     © 최영숙

 

제1회 시흥시 음악제 식전 행사로는 청소년수련관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함현중학교 댄스팀, 예꿈소년소녀합창단, 다문화싱어즈 등이 무대에 올라 풋풋하면서도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빗줄기는 한층 더 거세어졌다.

 

▲ 시흥시립합창단 공연하다     © 최영숙


이어진 본 행사에서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 연주를 시작으로 트럼페터 이창석의 협연, 팝페라 그룹 '아르더보이스'의 웅장한 무대, 그리고 시흥시립합창단의 격조 높은 공연이 잇달아 펼쳐졌다.

 

▲ 시흥시립합창단 공연하다     © 최영숙

 

시흥시립합창단은 대중에게 친숙한 '최진사댁 셋째 딸', '사랑의 트위스트'부터 'Go Classic', 'Danny Boy'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타픽 공연하다     © 최영숙

 

첫날의 마지막 순서는 4인조 걸그룹 '타픽(Topic)'이 장식했다. 세차게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도 멤버들은 지친 기색 없이 경쾌하고 발랄한 무대를 꾸몄다. 관람객들 역시 촉촉한 가을비를 맞으며 이들의 무대를 함께 즐겼다.

 

▲ 9월 `2일 시흥국악협회에서 주관한 시흥시 국악제가 열리다     © 최영숙

 

이튿날인 9월 12일 토요일에는 시흥시국악협회의 주관으로전통 가락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시흥시 국악제'가 개최되었다.

 

▲ 시흥시 국악제를 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다     © 최영숙

 

배상우 (사)한국국악협회 시흥시지부장은 "무더웠던 한여름을 뒤로하고 풍성한 가을의 초입에서 제23회 정기 국악제를 갖게 되었다"라며 "이번 국악제가 회원 여러분은 물론 시흥시민 모두가 하나 되는 신명 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본 공연에 앞서 무대 위에는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상이 차려졌으며, 국악협회 회원들은 고사상 돋움에 정성을 보태며 의식을 치렀다.

 

▲ 최찬희 시흥예총 부회장이 온고지신 휘호 퍼포먼스를 하다     © 최영숙

 

이날 오프닝에서는 최찬희 시흥예총 부회장이 무대에 올라 힘찬 붓놀림을 선보였다. 최 부회장은 이번 국악제의 부제인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것을 안다'라는 깊은 뜻을 대형 서예 천 위에 써 내려가는 웅장한 휘호 퍼포먼스로 표현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 제23회 시흥국악협회 정기공연에서 장구춤을 추다     © 최영숙

 

제23회 시흥국악협회 정기공연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꽉 채워졌다. 흥겨운 길놀이를 시작으로 축원과 서도를 담은 '비손', 영혼을 달래는 '씻김시나위', 특별 출연한 휘호 퍼포먼스, 한성준류의 전통 춤인 '도살풀이춤', 태평무를 바탕으로 한 '축하무', 판소리 '흥보가' 중 가슴 뻥 뚫리는 '흥부 박 타는 대목', 화려한 동선의 '장구춤', 맑고 고운 '경기민요', 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역동적인 '판굿'까지 우리 가락의 정수가 아낌없이 펼쳐졌다.

 

▲ 도살풀이춤을 추다     © 최영숙

 

이날 소개된 '도살풀이춤'은 경기지방 무속 의식의 '도당살풀이'를 줄인 말로, 한국 민속무용의 원초적인 형태와 깊은 예술성을 간직한 대표적인 춤 예술이다.

 

▲ 전통연희단 꼭두쇠 공연하다     © 최영숙

 

이어 무대에 오른 전통연희단 꼭두쇠의 역동적인 연희 공연이 축제의 신명과 열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 유태평양 판소리를 하다. 고수 김태영     © 최영숙

 

국악 신동 출신 소리꾼 유태평양이 고수 김태영의 묵직한 북 장단에 맞춰 선보인 판소리 '흥보가' 무대는 특유의 위트와 폭발적인 성량으로 객석을 쥐락펴락하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 9월 13일 제14회 시흥시 시민가요제를 하다     © 최영숙


축제의 마지막 날인 9월 13일 오후 7시, 정왕동 미관광장 특설무대에서는 시흥시연연예술인협회의 주최로 '제14회 시흥시 시민가요제'가 열렸다. 치열한 사전 예심을 거쳐 엄선된 총 10명의 시흥시민 도전자들이 본선 무대에 올라 숨겨둔 기량을 맘껏 겨루었다.

 

▲ 제14회 시흥시 시민가요제 열리다     © 최영숙

 

박남춘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시흥지회장은 "시흥시 시민가요제는 본래 '주부가요제'로 첫 태동을 알렸으나, 보다 많은 시민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만들고자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현재의 '시민가요제'로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다"라며 "이 가요제가 시민들이 대중가요를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라며, 나아가 참신하고 실력 있는 로컬 가수를 발굴하는 등 대중문화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사회를 보는 박남춘 사)연예인협회 시흥시지부장과, 김미화 씨     © 최영숙

 

우리 대중가요와 트로트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사흘간의 축제 기간 중 유일하게 비가 내리지 않고 선선했던 날씨 덕분이기도 했지만, 광장에 마련된 객석은 시작 전부터 이미 만석을 이루었다. 의자를 구하지 못한 수많은 주민은 무대 주변에 줄을 지어 서서 마지막 순간까지 열띤 응원과 함께 가요제를 지켜보았다.

 

▲ 대상을 수상한 김병일(71년생) '사랑님'을 부르다     ©최영숙

 

치열한 경합 끝에 영예의 대상은 김용임의 ‘사랑님’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소화한 김병일(71년생) 씨에게 돌아갔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화려한 트로피와 함께 상금 100만 원, 정식 가수 인증서, 그리고 부상으로 아름다운 서예 작품 1점이 수여되었다.

 

대상을 품에 안은 직장인 김병일 씨는 "퇴근길에 정왕역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우연히 보고 용기를 내어 신청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꿈만 같고 기쁘다"라며 벅찬 수상 소감을 전했다.

 

▲ 단체사진을 담다     ©최영숙

 

이번 2015 '흥 페스티벌'은 지역 내 국악·음악·연예예술인협회가 하나의 대형 무대를 공동으로 활용하며 기획한 첫 번째 협업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문화 행정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 하나의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축제 예산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시민들에게는 더욱 화려하고 내실 있는 고품질의 특설무대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기획과 예산 절감 성과에도 불구하고, 축제가 펼쳐진 공간적 입지에 대해서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행사가 개최된 정왕동 이마트 앞 미관광장은 주변이 온통 번화한 상업지역이어서 유동인구는 많았으나, 행사의 성격을 인지하고 진득하게 앉아 감상하는 순수 관람객의 유입으로 온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11일과 12일 이틀 내내 내린 갑작스러운 가을비라는 악조건을 감안하더라도, 만약 홍보가 조금 더 세심하게 이루어지고 더 많은 시민이 접근하기 좋은 문화 중심 공간에서 개최되었더라면 이 사흘간의 고품질 융복합 공연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여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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