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최초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 ‘2015 군자봉성황제 및 유가행렬’ 성료

최영숙 | 기사입력 2015/12/26 [23:03]

시흥시 최초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 ‘2015 군자봉성황제 및 유가행렬’ 성료

최영숙 | 입력 : 2015/12/26 [23:03]

 

▲ 군자봉이 보이는 한정현 군자봉성황제연구보존회장 집에서 유가행렬을 하다     © 최영숙

 

2015년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시흥의 전통을 잇는 ‘유가행렬 및 군자봉성황제’가 개최되었다.

 

군자봉은 행정구역상 시흥시 군자동과 장현동·능곡동 사이에 위치한 높이 199m의 산이다. 군자봉이라는 이름은 조선 제6대 임금인 단종(端宗)이 안산 능안(陵內, 당시 안산시 목내동)에 있는 생모 현덕왕후(顯德王后)의 묘소에 참배하러 가는 길에, 산봉우리가 연꽃처럼 생겨 군자의 모습과 같다고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산에서 성황제를 지냈다는 사실은 조선 전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이미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 후기의 《여지도서(與地圖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군자성황제가 조선 초기 국가의 공식 기록물에 언급될 정도로 당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뜻한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은 군자봉이 ‘굿봉’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산 정상에 있었던 성황사(城隍祠)에서 굿을 했던 역사적 사실에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무속 신앙에서는 영험이 있는 영산(靈山)으로 불리며, 산 정상에는 수백 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군자봉성황제는 군자봉 인근의 구지정 마을 주민들이 지내왔다. 구지정(九井井) 마을의 이름은 아홉 개의 우물에서 비롯되었다. 구지정 주민들은 군자봉 정상의 성황당에 경순대왕을 모셔놓고, 매년 섣달(음력 12월)이 되면 당주와 마을 주민들이 올라가 제를 지낸다. 이어 경순대왕을 마을로 모시고 내려와 집집마다 유가를 돌고, 삼월삼짇날(음력 3월 3일)이 되면 다시 군자봉 성황당에 모셨다.

 

▲ 유가행렬을 하다     © 최영숙


2015년 11월 13일, 구지정 족구장에서 당제 인사를 드린 후 구지정 마을을 찾아가 본격적인 유가행렬을 시작했다. 유가행렬을 집으로 맞이한 주민들은 저마다 집안의 안녕과 가족의 건강을 간절히 기원했다.

 

▲ 황정현 씨 터주가리를 설명하다     © 최영숙

 

유가행렬을 마지막으로 맞은 집은 군자봉성황제연구보존회장 황정현(1948년생) 씨 댁이었다. 뒤란에는 커다란 터주가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뒤란에서 보고 일반 가정집에서는 무려 40여 년 만에 마주하는 터주가리라 무척 반가웠다.

 

 

황정현 회장은 “이 터주가리는 시흥시 군자동 506-1번지에 예전부터 있던 자리다. 가족이 편안하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을이 되면 떡을 해놓고 치성을 드린다. 터주가리 윗부분은 매년 갈아주고 아랫부분은 한 해 걸러서 만든다. 윗부분은 오늘 유가행렬이 시작되기 전에 새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가행렬을 가서 주민의 복을 빌어주다     © 최영숙

 

이병권(1980년생) 시흥문화원 사무국장은 “집집이 다니는 유가행렬의 전승은 구준물 마을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군자봉 유가행렬은 경기 남북부 권역인 수원, 평택, 안양까지 이르렀을 정도로 군자봉 서낭대의 기가 가장 셌다. 다른 마을의 걸립패들이 군자봉 서낭대를 만나면 기를 기울여 절을 했을 정도였다”며, “이러한 원형을 잘 보존하는 동시에 시민사회와 대중이 함께 어우러져, 과거의 축제가 오늘날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2년 고현희 당주 군자봉성황제를 하다     © 최영숙


 
11월 14일 본 행사인 군자봉성황제는 우천으로 인해 군자봉 정상이 아닌 구지정 족구장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치러진 성황제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군자봉성황제연구보존회 황정현 회장은 “구지정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주민으로서, 어릴 때부터 보아온 군자봉성황제가 많은 분의 관심 속에 지속적으로 계승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선조 대대로 이어져 온 군자봉성황제는 일제강점기의 탄압 속에서도 동네 어르신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당주의 노력과 주민들의 단합을 통해 어렵게 명맥을 이어왔다. 앞으로 군자봉성황제가 우리의 소중한 전통예술문화로서 시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흥을 대표하는 경기도 무형문화재로서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 2006년 군자봉성황제     © 최영숙

 

고현희 당주는 “군자봉성황제를 지켜온 외증조할머니(곽명월)와 그 뒤를 이은 외할머니(김부전), 어머니(김순덕)에 이어 저(고현희)까지 오랜 전통과 여러분의 뜻을 이어받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천년의 전통을 가진 문화적 자산이 계속 전승되어 향토전통예술로서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주민들과 관계자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경기도 무형문화제 제59호로 지정되다     © 최영숙

 

정원철 시흥문화원장은 “군자봉성황제는 군자성황사지(시흥시 향토유적 제14호)에서 서낭신을 맞이하는 의례로, 우리 시흥 지역민들이 오랜 옛날부터 이어오며 마을의 단합과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시흥시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해 온 소중한 의식”이라며, “2015년 군자봉성황제를 맞아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화합하고 넉넉한 인정을 나누며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자리에 함께해 주신 시민 및 내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올해 성황제는 예년에 비해 매우 뜻깊은 의미가 있다. 제20회 경기도 민속예술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가 군자봉성황제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어떤 방향으로 가꾸어나가야 할지 더욱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고 축사했다.

 

 

윤태학 시흥시의회 의장은 “군자봉성황제는 지역민의 소박한 마음과 바람을 담은 기원 풍습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재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무가의례지만, 과거에는 그 영험함으로 타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정도였다. 우리 스스로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역사적 자산인 만큼,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계승·발전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리며, 가정에 안녕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 정원철시흥문화원장     © 최영숙


정원철 문화원장에게 무형문화재 지정에 대한 소감을 묻자, “군자봉성황제가 어둠 속에서 광명으로 나아가는 입구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군자봉성황제연구보존회와 시흥시 관계자분들의 노고가 많았다. 전국적으로 행사를 소개하려 해도 대외적인 타이틀이 없으면 소통이 어려운데, 무형문화재 지정은 전면으로 당당히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답했다.

 

 

이어 “본연의 원형 행사는 그대로 지켜가되, 유가행렬 등은 거리 축제의 선봉과 중심에서 시민과 어우러지도록 하여, 시흥의 뿌리 깊은 민속이 현대인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가행렬과 성황제는 무속 행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한국 무용의 옛 작품들 역시 대부분 무속 춤에서 유래했으나 오늘날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지듯 종교적 갈등 없이 문화로서 서로를 인정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시흥시사를 보면 군자봉에 군자산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향후 당집이 복원된다면 군자산성과 연계해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2012년 군자봉성황제에서 서낭대를 선두에서 잡고 내려오는 황정희(45년생)씨와 군자봉성황제연구보존회원들     © 최영숙

 

19살 때부터 서낭대를 잡았다는 황정학(1945년생) 씨는 “무형문화재가 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기뻤다. 평생을 바쳐 해오다 보니 주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흐뭇했다. 지금은 서낭대를 내려놓고 젊은 사람들이 이어받아 하니 보기 좋다. 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앞으로 당집이 멋지게 지어지면 내가 다시 한번 서낭대를 힘차게 잡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 2015년 군자성황제를 끝나고 출연자들과 군자봉성황제보존회 고현희 당주 집 앞에서 단체사진을 담다     © 최영숙

 

2015년 군자봉성황제 및 유가행렬의 출연자로는 연행에 고현희 당주를 비롯해 조광현, 김순중, 승경숙, 변순애, 윤희숙, 김기철 씨가 참여했으며, 악사로는 이한복, 문종호, 강차욱, 이희선, 고경석 씨가 연주했다.

 

군자봉성황제보존회는 한정현 회장과 이도수·황정학 부회장을 중심으로 표용환, 당행복, 김은태, 표창환, 이상선, 강재모, 이상목, 이상걸, 이흥렬, 이상화, 이영명, 최보근, 당승상, 황기종, 정세훈 회원 등으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 2006년 군자봉성황제를 마치고 제물을 지고 내려오는 주민     © 최영숙

 

2015년의 군자봉성황제는 참으로 특별했다. 시흥시 최초의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치러진 첫 공식 행사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사랑 속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벅찬 감동이 일었다. 우천으로 인해 군자봉 정상이 아닌 구지정 족구장에서 행사를 진행한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지만,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푸른 군자봉 정상에서 신명 나게 펼쳐질 성황제의 본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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