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전 도일시장의 함성 기억하자”… 시흥시, 제96주년 3.1절 기념식 개최도일시장에 대한독립만세가 울려 퍼지다
이날 기념식에는 광복회원들을 비롯해 애국지사 윤동욱 선생의 손자 윤성준 씨, 김윤식 시흥시장, 정원철 시흥문화원장, 윤태학 시흥시의회 의장, 함진규 국회의원, 최재백 도의원, 박선옥 시의회 부의장과 조원희, 장재철, 홍원상, 김영철, 김찬심, 손옥순 시의원 등 지역 내빈과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해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식전 행사로는 무대에 설치된 대형 흰 천 태극기에 손바닥 도장을 찍어 태극 문양과 괘를 완성하는 ‘손바닥 찍기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행사에는 청소년과 일반 시민은 물론, 시흥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까지 국적을 넘어 한마음으로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오전 10시, 군자고등학교 풍물패의 힘찬 길놀이 공연과 함께 본 행사의 막이 올랐다.
시흥 지역 3.1운동 경과보고는 애국지사 윤동욱 선생의 후손인 윤성준 씨가 맡아 진행했다.
윤성준 씨는 “1919년 3월 1일 당시 시흥의 인물이자 군자중학교를 일군 교육자 최긍렬 선생께서 만세 시위에 참가하셨다. 이어 3월 30일에는 시흥군 수암면에서 시흥 지역 최대 규모의 만세운동이 일어났는데, 홍순칠 지사와 저희 할아버지 윤동욱 선생 등이 2,000여 명의 군중을 이끌고 수암 비석거리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운동의 열기를 들불처럼 이어가신 것”이라고 역사를 짚었다. 이어 “우리는 오늘 애국, 애민, 애향의 ‘시흥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대한민국과 시흥시의 물질적 번영과 아울러, 늘 민족을 생각하고 우리 터전을 돌아보는 정신이 길이길이 전승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진 순서로 최낙훈 군과 심채연 양이 청소년 대표로 무대에 올라 기미독립선언서를 엄숙하게 낭독했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 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 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 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
半萬年(반만년) 歷史(역사)의 權威(권위)를 仗(장)하야 此(차)를 宣言(선언)함이며, 二千萬(이천만) 民衆(민중)의 誠忠(성충)을 合(합)하야 此(차)를 佈明(포명)함이며, 民族(민족)의 恒久如一(항구여일)한 自由發展(자유발전)을 爲(위)하야 此(차)를 主張(주장)함이며, 人類的(인류적) 良心(양심)의 發露(발로)에 基因(기인)한 世界改造(세계개조)의 大機運(대기운)에 順應幷進(순응병진)하기 爲(위)하야 此(차)를 提起(제기)함이니, 是(시)ㅣ 天(천)의 明命(명명)이며, 時代(시대)의 大勢(대세)ㅣ며, 全人類(전 인류) 共存同生權(공존 동생권)의 正當(정당)한 發動(발동)이라, 天下何物(천하 하물)이던지 此(차)를 沮止抑制(저지 억제)치 못할지니라.“
정원철 시흥문화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당시 지역 사회의 영웅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정 원장은 “96년 전인 1919년 당시, 시흥군 군자면사무소가 있었던 바로 이곳에서 주민 500여 명이 참여한 삼일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가 모였다”라며, “그 옛날 군중 속에서 시위를 직접 이끄셨던 원곡리의 강은식 지사, 죽율리에서 거모리까지 주민들을 독려하며 만세운동에 적극 동참시킨 김천복 지사, 장곡리에서 '비밀통고'라는 격문을 작성해 배포한 권희 지사, 그리고 그 격문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회람시킨 창수산 지사를 오늘 우리는 가슴 깊이 떠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암리에서 평화적 시위를 주도하며 왜경들에게 독립운동 동참을 당당히 촉구하셨던 윤동욱 애국지사와 그 유족분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삼일운동의 위대한 비폭력 정신을 기반 삼아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새날이 시작되었다. 시흥문화원 역시 선조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며 시흥의 지리, 민속, 인물에 담긴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깊이 있게 해석해 시민들의 애향심을 높이고, 문화적 자긍심이 넘치는 시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인사말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역사 기록이 갖는 중요성과 국제 사회의 역사 인식 문제를 명확히 짚었다.
김 시장은 “과거에는 시 차원에서 별도의 3.1절 기념행사를 치르지 못했으나, 지난 2010년부터 이 행사를 정례화해 복원해 냈다. 우리 고장의 역사를 스스로 정리하고 기억하는 것은 문명인이 지녀야 할 마땅한 기본 책무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주춧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가 저지른 찬탈의 역사는 아직 온전히 끝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도 도발 같은 역사 왜곡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이 패전국임에도 오늘날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정치·경제 대국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나치의 만행에 대해 끊임없이 진심으로 사죄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침략의 역사와 위안부 문제 등 부끄러운 과거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경제적 부를 이뤘을지언정 국제 사회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태학 시흥시의회 의장은 “일제 식민 통치의 엄혹한 압제에 항거해 대한민국이 엄연한 자유독립국임을 만천하에 선언했던 기미년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96년 전 오늘, 우리 선열들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모두 초월해 오직 나라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쳤다. 오늘 뜻깊은 행사를 통해 시흥 지역 독립운동의 뜨거웠던 함성을 되새기고, 순국선열들이 몸소 보여주신 고귀한 나라 사랑 정신을 본받아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함진규 국회의원 역시 인사말을 통해 국가 정체성 확립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함 의원은 “3.1절 96주년을 맞아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독립유공자 후손분들께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조상님들이 온갖 고초를 겪으며 우리에게 물려주신 고귀한 독립 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1919년 3.1운동을 기점으로 민족의 역량을 모아 마침내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해 냈으나, 정작 우리나라는 아직 국민적 합의를 이룬 명확한 건국기념일조차 지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지 안타까움이 크며, 이제는 이념을 떠나 오직 국익과 국가 정체성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기념식이 끝난 후, 참석자 전원이 목청 높여 ‘3.1절 노래’를 제창한 데 이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우렁찬 만세 삼창을 외쳤다.
공식 행사가 마무리된 후, 참석자들은 3.1운동의 위대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거리 걷기 행진’을 시작했다.
이번 행진은 96년 전 주민들이 모여 격렬하게 만세운동을 벌였던 역사적 현장인 도일시장까지 펼쳐졌다. 거리 행진에 동참한 학생과 시민들의 가슴 벅찬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기념식에서 독립선언문을 우렁차게 낭독했던 최낙훈(소래고 2) 군은 “장래 희망이 박물관 큐레이터인데, 이렇게 뜻깊은 3.1절 행사에서 청소년 대표로 독립선언문을 독해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고 기쁘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나와 비슷한 나이의 수많은 학생 지사들이 주동이 되어 구국 운동에 나섰던 그 엄혹한 시대에 만약 내가 살았더라면 과연 선배님들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자문해 보게 되었다. 역사의 길을 닦아주신 선배님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행렬의 맨 앞에서 커다란 태극기를 쉴 새 없이 흔들며 행진을 이끈 홍경표(86, 죽율동 거주) 어르신은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나라를 위한 일인데 이 나이가 대수겠나, 당연히 나와야지. 일제에 나라를 36년이나 빼앗겨 억울한 세월을 살았는데, 이제는 저들이 독도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강력한 규탄대회라도 열고 싶다”라며 먼저 간 선열들에 대한 미안함과 가슴속 응어리를 토로했다.
행사장을 찾은 조문객과 시민들에게 이른 아침부터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훈훈함을 더한 군자봉사회 김명숙(51) 씨는 “지역의 의미 있는 역사적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어 정말 즐겁고 보람차다”면서도,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할 부분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죄해야 마땅한데, 도리어 역사를 왜곡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 상한다. 매년 기념식을 치를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인데, 하루빨리 과거사 앙금이 풀려 미래로 나아가는 정당한 역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은창(64) 군자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은 학교에 대한 깊은 자긍심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우리 군자초등학교가 시흥 지역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중심지라는 이야기를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귀가 닳도록 들으며 자랐다. 다행히 이번에 시 예산 지원을 확보하게 되어, 현재의 기념비를 더욱 크고 장엄한 규모로 학교 운동장에 새로이 건립할 계획이다. 우리 민족의 고결한 얼과 혼이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행사인 만큼, 내년부터는 동문회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어 더 많은 시민과 학생이 동참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행사를 실무 기획한 이병권 시흥문화원 사무국장(36)은 행사의 취지와 향후 과제에 대해 학구적이면서도 명확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 국장은 “도일시장은 과거 군자면 3.1 만세운동이 불타올랐던 역사적 발상지이기에, 그 장소성을 살려 시민들과 함께하는 재현 행사로 기획했다. 오늘 행사에서 독립선언서를 완벽하게 낭독한 최낙훈, 심채연 학생은 우리 문화원이 운영하는 '청소년 박물관 학예사(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우수하게 마친 인재들이다. 청소년들이 진로 교육을 넘어 이처럼 사회 참여와 역사 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뜻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3.1절에 대한 기억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역사 운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국가 기념일인 3월 1일도 소중하지만, 사료를 살펴보면 실제 우리 군자면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났던 만세운동 기념일은 '4월 4일 도일시장 만세 거사'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주민 및 유관 기관들과 긴밀히 협조하여 우리 지역만의 역사적 기점인 4월 4일을 기리는 로컬 라이징 기념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그는 또한 역사적 본질과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는 흔히 3.1운동을 논할 때 민족대표 33인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곤 하지만, 실상 33인은 탑골공원 현장에 나오지도 않았고 이처럼 전국적인 대규모 민세운동으로 번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운동을 진정한 거족적 독립운동으로 확산시킨 주역은 다름 아닌 전국의 이름 없는 민초들과 학생들이었다. 당시 군자면에서만 2,000여 명이 집결했다는 것은 온 동네 주민 전체가 목숨을 걸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뜻이다.
현재 한일 간의 끊임없는 마찰은 일본의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역사적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국의 현실 정치와 우경화 전략에 역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략의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다시금 군사·패권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권의 야욕이 일본 대다수 대중의 암묵적 동조를 얻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나치의 문양과 흔적을 철저히 법으로 금지하고 지워버린 독일 등 서구 사회와 달리, 오늘날 국제 스포츠 경기장 등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전범기(욱일기)가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현실은 우리가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될 심각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행진을 마치며 ‘오늘날 우리는 과연 진정하고 완전한 조국의 독립을 맞이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이 가슴속에 맴돌았다. 여전히 일상 언어 속에 깊이 박혀 있는 일제강점기의 잔재들부터, 생존해 계신 명백한 역사의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죄 한마디조차 받지 못한 채 한 분씩 세상을 떠나시는 서글픈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언론인이자 기록자로서 형언할 수 없는 무력감과 답답함을 안겨준다.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하는 작금의 현실 또한 온전한 광복으로 가는 길이 아직도 멀었음을 방증한다.
치밀하고 집요하게 역사를 왜곡해 오는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서, 우리의 대응은 그들보다 배로 정교하고 치밀해야 할 것이다. 감정적인 구호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전국의 산재해 있는 독립운동 사료들을 철저히 발굴·고증하고 명명백백한 역사적 진실의 증거들을 축적해 대항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아이의 서툰 손으로 그려진 도화지 위 태극기를 바라보며,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역사를 물려주기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깊은 서사를 남겨준 뜻깊은 3.1절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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