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흥예총 워크숍
지난 3월 26일(토) 시흥예총 워크숍이 선재도 오션빌에서 있었다. 워크숍의 목적은 ‘제23회 물왕예술제’ 개최에 따른 각 단체별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과 토의, 새로운 집행부 구성에 따른 회원 상호간의 화합과 친교의 자리를 겸해 마련되었다. 2016년 시흥예총의 공식적인 첫 행사이자 제8대 시흥예총 수장으로 취임한 최찬희 회장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자리였다.
워크숍 일정은 먼저 대부 해솔길 중 ‘구봉도’를 산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대부 해솔길은 대부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안산시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모두 7개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대부도 방아머리를 시작으로 구봉도, 선감도, 탄도항을 거쳐 대송단지까지 연결되는 길이라고 하며 인공시설물은 거의 설치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대부 해솔길의 대표적인 코스라 할 수 있는 1코스는 아름다운 봉우리가 아홉 개로 이뤄져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구봉도’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구봉도는 과거엔 섬이었으나 염전이 조성되면서 육지와 연결된 이력을 지닌 곳이다. 해안가와 북망산 오솔길, 개미허리 아치교, 낙조전망대 등 끊임없이 펼쳐지는 장관에 한 순간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 풍경을 자랑한다. 그렇게 1시간 30분 정도 산책을 한 후 점심을 먹고 선재도 오션빌로 이동했다.
특강에 들어가기 전 신임 최찬희 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그는
“오늘 시흥예총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갖는 행사입니다. 그 시작을 함께 해 주신 각 단체 및 회원 여러분 자문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 시흥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짧은 인사말로 앞으로의 각오와 당부의 말을 남겼다. 뒤이어 조정국( 한국문화기획학교 이사장, 코리아문화수도 시흥 조직위원) 강사의 ‘시흥예총의 시대적 소명과 브랜딩 전략’ 이라는 주제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그는
“예술 행정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지난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오페라 ‘투란도트’를 기획하고 제작 총감독을 했다. 공연은 중국의 장예모 감독이 했다.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쪽 일을 하다 보니 그동안 했던 일들이 많이 부끄러웠고 이 분야에서만큼은 최소한 안 되겠다, 하는 것들 정도는 알게 됐다. 지금은 인공지능의 시대다. 자동차며 대체 에너지, 소설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고 있다. 영국의 마틴스쿨은 702개 직업군 중 몇 년 안에 사라질 직업을 47.6%라는 예상치를 내놓았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떤 대응이 필요하며 또한 살아남아야 할 예술가들, 시흥예총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가 말한 영국 옥스퍼드 마틴스쿨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化)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컴퓨터,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직업은 텔레마케터인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운송 중개인, 시계 수선공, 보험 손해사정사 역시 같은 점수를 받아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 교환원, 부동산 중개인, 계산원, 택시 기사도 높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전문직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판사는 271번째 안전한 직업에 그쳤고, 경제학자는 282번째였다. 그러나 내과, 외과 의사는 상위 15위를 기록해 미래에도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을 직업으로 분류됐다. 가장 안전한 직업으로는 레크리에이션을 활용한 치료 전문가가 1위를 차지했고, 큐레이터, 성직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예술가 그룹, 창의성과 감수성을 요구하는 직업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직업도 안전하지 못한 미래, 불투명한 내일을 얘기 하고 싶은 듯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인 얘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한국예총에서 십 년을 근무했다. 문민정부 때 문예진흥기금에서 월급을 받았다. 칭찬이나 질책 없는 사회생활이었지만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자리는, 시흥예총 신임 최찬희 회장이 뭔가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서게 됐다. 예를 들어 보겠다. 광역시 문화재단에서 예술인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재단에서 하는 평가 항목에 대해 예총의 기획서는 다 떨어진다. 상상력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인이나 다른 기관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개구리는 15°C 정도의 온도를 좋아한다. 그 온도에 개구리를 넣고 천천히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죽어간다. 이게 매너리즘이다. 이 매너리즘에 빠진 예총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은 예총이라는 조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역민이나 공무원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존재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그냥 변화가 아니라 파괴적 혁신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새로운 가치와 개방적 혁신이어야 한다. 내부에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바깥의 힘을 빌려서라도 혁신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2012년 결국 파산 신청을 해 세계를 놀라게 한 선례를 기억해야 한다.”
라며 모두가 알고 있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판도의 구조적 변화를 과소평가하고 새로운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도태된 코닥을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블록의 대명사이자 세기의 장난감인 ’레고’, 전 세계 7500만 명이 구매하고 연간 2억 박스 이상이 팔리는 레고의 성공을 이야기했다. 처음 어린이 장난감으로 잘 나가던 레고도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1998년 창립 이후 최초로 대규모 손실을 겪고 2004년에는 폐업 직전까지 몰리며 위기에 봉착한 레고가 외부적 요인 즉, 경영자를 바꾸면서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가지고 노는 역발상의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예를 들려줬다.
그는 다시 예총 발전을 위해서는 예술인들이 (필요로 하는)예총, 예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예총, 국민들에게 (공감을 받는) 예총,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모두 따라 읽게 한 후 사이먼 시넥의 영감을 주는 리더쉽과 관련해 금원(골든 써클)과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모형을 설명했다. 기획을 할 때는 육하원칙 즉 Why(목적, 핵심가치, 수요자 중심) How(방향성, 전략) What(프로그램, 상품) Where(장소) When(시즌, 일시) Who(추진체계) 중 안에서(왜, Why) 바깥으로 나아가는 기획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통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바깥에서 안으로 일을 해 나가기 때문에 Why를 놓친다며 왜, 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가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더불어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브랜드 파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 도시의 브랜딩 전략이 시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듯이 예총 또한 이미지를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 시민들이 예총을 단순히 친목 단체쯤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야 하며 더불어 소외된 계층을 끌어안는 착한 브랜드의 선순환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시민들 곁으로 가야 하는 것 못지않게 예총 내부에서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드한 이미지를 지닌 문화원은 문화 고유의 일을 해야 하며 예총은 예술인들이 모인 단체이니만큼 현실에 맞는 혁신과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조직의 이미지는 어떤 일을 하느냐, 이며 그저 기획력 없는 프로그램으로 예산 나눠 먹기 식은 더 이상 발전도 없을 뿐더러 시민들에게 외면 받을 뿐이라고 했다. 예총이라는 조직은 문화로 길을 내는 사람, 트랜드를 창조하는 사람,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 돼야 하며 문화 행사가 단지 예술인들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되며 반드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게 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과 아이디어, 더불어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예총의 모든 단체들이 하나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그의 특강에 이어 ‘물왕예술제 개최에 따른 회원 단체별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과 토의’라는 주제로 공연팀과 전시팀으로 나눈 분임토의가 있었다. 최찬희 회장은 이 주제에 대한 프로그램 공모가 있었으나 한 팀밖에 공모하지 않아 추가 공모를 받기로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공모가 확정되면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며 오늘의 토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공모 프로그램을 연계해서 물왕예술제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각 협회의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되는 가운데 어떤 프로그램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차후에 확정될 프로그램을 위해 다 같이 협력해 예술제를 성공적으로 마치자는 다짐을 하며 워크숍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워크숍은 그 자리에 참석한 시흥예총의 예술인들에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상상력, 아이디어, 열정으로 예술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겼다. 또한 모두에게 예총이라는 조직의 정체성, 나아가 예술가 즉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구태의연의 한계를 벗기 위해 더 깊고 치열한 자기검열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게 했다. 살아남으려면, 퇴화하지 않으려면….
* 이 글은 '예술시흥 18호'(2016)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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