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김민지(김순기) | 기사입력 2017/12/04 [21:21]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김민지(김순기) | 입력 : 2017/12/04 [21:21]

 

 

젊은 시절부터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은 30년간 세일즈를 하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았다. 어느 날부터 급격히 원기를 잃어간다. 믿음을 갖고 성실하게 살아온 주인공 윌리 로먼은 세파에 이기지 못하고 업적이 악화되는 상황을 맞아 직장에서 위기에 처한다.

 

두 아들인 비프와 해피 또한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지만, 제대로 된 직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결국 백수 신세가 된다. 윌리가 사장을 찾아 가서 직장에 머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그것도 월급을 깎이고 깎아서라도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하지만, 결국 해고를 당하고 만다.

 

큰아들 비프 역시 제기하려 해 보지만 실패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삶의 나침판을 잃어버린 윌리 로먼. 결국 가족들에게 자신의 보험금이라도 타게 하려고 차를 타고 과속하여 자살을 선택한다. 그 보험금으로 가족은 나머지 차입금을 갚지만, 정작 윌리 로먼은 세상에 없다. 이것이 아서 밀러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의 줄거리다.

 

책 표지는 웃으면서 운전하는 모습이다. 그 표지의 윌리 로먼의 표정은 많은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 항변이든 변명이든. 한때 직장인-아버지- 남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때의 시간 같기도 하다. 또 죽음으로 내몰려서 허탈한 모습, 아니 세상을 초월한 표정 같기도 하다. 그의 웃음 너머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책을 20대에 읽었을 때는 그 어떤 공감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읽는 책들 중에 속했던 것뿐. 그런데 지천명을 지나 다시 읽었을 때는 눈물도 흘리게 했지만,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답답했다. 남의 일 같지 않고 심정이 복잡해진다. 다시 읽은 책이 이런 충격을 줄 줄은 몰랐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고령화다. 그 고령화에 속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급변기를 헤치고 나온 사람들이다. 해가 뜨면 산업 전선으로 나아가 별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다람쥐 쳇바퀴를 같은 시간을 브레이크 없이 달렸다. 달리고 달려서 돌아보니, 둥지를 떠난 자식들 그리고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소원해진 부부 관계 등- 멋진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나 정작 웃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빈 집뿐이다. 무엇을 위해 달렸는지 고민할 시간 없이 이제는 백세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누구나 퇴직 후 럭셔리한 삶을 꿈꾼다. 사실 우리는 또 그 꿈을 향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다. 그 달려오는 동안 자신의 삶을 위해 포기한 것들도 부지기수다. 세상은 적응 할세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뛰고 뛰었는데 공수래공수거 되는 삶.

 

요즘 황혼 이혼이니 고독사니 노숙자니 하는 말들이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방법만 다를 뿐. 우리 주변에는 윌리 로먼을 닮은 사람이 많다. 그만큼 사는 게 버겁고 치열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서 밀러는 나는 이 연극에서 비극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본 대로의 진리를 보여 주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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