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의 동행을 멈추다, 시흥시 이동도서관 마지막 운행

-2010년 12월 31일 시흥시 이동도서관 운행을 중지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1/01/08 [02:19]

21년의 동행을 멈추다, 시흥시 이동도서관 마지막 운행

-2010년 12월 31일 시흥시 이동도서관 운행을 중지하다-

최영숙 | 입력 : 2011/01/08 [02:19]

 

▲ 이동도서관 차량     ©최영숙

 

2010년 12월 31일, 시흥시에 단 한 대뿐인 이동도서관이 멈췄다. 1989년에 시작되어 21년 동안 시흥시 구석구석 책 읽는 시민이 있는 곳이라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갔던 이동도서관이다.

▲ 2010년12월 30일 마지막 운행에 나서다     © 최영숙


2010년 12월 30일은 이동도서관 차량의 실질적인 마지막 운행 날이었다.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하는 새마을문고 이동도서관 차량에 동승했다.

 

▲ 정왕동으로 들어서다     © 최영숙


차량이 정왕동으로 들어섰다. 운행 시간표에 의하면 목요일인 12월 30일은 오전 10시부터 세종 1·2차(정왕동)를 시작으로 보성아파트, 대림 1차 아파트, 주공 1차 아파트, 한일 아파트, 동보·계룡아파트를 돌아 오후 5시 10분까지 운행되었다.

 

▲ 세종아파트에 서다     © 최영숙

 

2010년도 시흥시 이동도서관 운행 시간표를 보면 월요일 월곶 풍림아파트, 은행동 녹원아파트와 대우푸르지오, 극동아파트를 비롯하여 요일마다 포동, 장현동, 장곡동, 매화동, 하상동, 하중동 등 시흥시 전역에 걸쳐 운행했음을 알 수 있다.

 

정왕동 세종 1·2차 아파트 앞에 이동도서관이 섰다. 이미 11월 30일자로 이동도서관 폐쇄 공고가 나갔기에, 이제는 새로운 대출 없이 도서 반납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 책을 반납하다     © 최영숙

 

 소설 '태백산맥'을 반납하러 주민이 나왔다.

▲ 차를 마시다     © 최영숙

 

21년의 세월 동안 이동도서관은 마을의 이웃이었다. 세종 2차 관리사무소 주임 이길자(39) 씨는 직원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주었다.

 

이 씨는 “서재가 없어지는 기분이다. 10년 넘게 이용하는 주민들의 반응이 참 좋았다. 시립도서관이 있어도 멀어서 잘 가지 못하는데, 책을 만나는 기쁨을 빼앗겼다. 외출하는 어르신들은 도서 목록을 적어주며 부탁까지 하셨다”며 아쉬워했다.

 

▲ 새마을이동도서 무료 대여 안내     © 최영숙


아파트 관리비 부과 내역서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관리사무소 앞으로 나오시면 이동도서관 차량에서 신간 소설, 교양, 아동 도서를 무료로 빌려 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자체 방송과 홍보를 통해 주민 참여를 독려해온 것이다.
 

▲ 책을 반납하고 돌아가는 시민     © 최영숙


 어린 딸이 읽었던 책을 반납하고 모녀는 눈 쌓인 길을 걸어갔다.

 

다음은 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12월 4일 게재된 글이다.

 

[제목: 이동도서관이 가져다준 행복... 제발 빼앗지 마세요]

 

"저는 정왕동 주공아파트 주민입니다. 여기는 목요일 오후 2시 30분이면 이동도서관 차가 옵니다. 그날이 기다려져서 2시부터 안절부절못한답니다. 책을 여러 권 빌리지만 일주일을 기다리기란 힘듭니다. 아이들 책도 빌리고, 제가 읽을 책도 빌리고, 사업하는 남편 책도 가끔 빌립니다. 유일한 저의 행복입니다. 물론 근처에 시립도서관도 있고 서해초등학교 도서관도 있지만, 저로서는 찾아오는 도서관이 제일입니다. 전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세금 내는 거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요. 왠 줄 아십니까? 바로 이동도서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한다는 거 압니다. 제가 세금 낼 때 아까운 생각 들지 않도록 부디 이동도서관 없애지 말아 주세요.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마음껏 빌려 가시는 거 보고 참 좋았습니다. 없어지면 그분들 어디 가서 마음껏 책 빌려 보십니까? 효율성도 좋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이 기다려져서 2시부터 안절부절못한답니다"라는 말은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이외에도 많은 시민이 이동도서관의 운행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민원의 글을 올렸다.

 

시흥시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건의하신 내용에 대한 총괄적인 답변은 '시민참여 -> 시흥시에 바란다' 13129번 글에 올려드렸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을 복사해서라도 올리면 될 것을 불친절하고 번거롭게 찾아가게 만들었다. 도대체 시민 게시판도 아니고 시민 참여에 뭐라고 답변을 올렸는지 찾아가 보았다.

 

"○ 귀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하며, 귀하께서 건의하신 이동도서관 운영 중단 사항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답변드립니다.

 

○ 이동도서관 운영 중단으로 인해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과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 이동도서관은 시흥시에 도서관이 없던 20여 년 전부터 시민들의 도서 접근성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시흥시새마을문고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시에서 이동도서관 운영을 지원하여 더 많은 분이 가까이에서 책과 접할 수 있도록 공적인 영역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 현재 시흥시에는 중앙도서관을 비롯하여 6개의 공공도서관이 건립되어 있으며, 또한 공동체성 회복과 주민 간의 커뮤니티가 중시되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책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작은 도서관(8개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2개소를 추가로 개관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시간적·지리적 여건으로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독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아파트, 복지회관, 종교단체 등의 신청에 따라 독서 사랑방(26개소)도 운영하고 있으니 많은 이용을 당부드립니다.

 

○ 이동도서관 운영 중지는 일부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운영의 한계와 중앙도서관과의 대출·반납 시스템 및 상호대차 미연계로 인하여 별도의 도서 구입비 및 운영비 지원으로 예산이 중복되는 등 운영의 효율성을 오랜 시간 검토한 끝에 결정하게 되었음을 말씀드리며 귀하의 넓은 양해를 구합니다.

 

○ 추후 시흥시의 도서관 업무는 중앙도서관에서 총괄하여 소중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산의 중복을 예방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시민 여러분의 독서 문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을 위해 항상 열려 있고,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며 각종 문화 행사도 체험할 수 있는 중앙도서관을 이용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 이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사항은 시흥시 평생교육원 주민자치팀 김미화(☎310-2103)로 연락해 주시면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 도서 대출 장부     © 최영숙

 

이동도서관을 이용했던 주민의 도서 대출 카드는 그야말로 너덜너덜했다. 거의 매주 책을 빌려온 흔적이 역력했다.

 

현재 이동도서관의 회원은 15,000여 명으로 한 달 대출 권수는 3,000여 권, 1일 평균 8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는 시의 입장에서 보면 이 수치가 과연 적은 것일까?

시흥시 시립도서관의 평균 일일 방문객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 확인해 보니 보통 200명 선이라고 했다. 번듯한 건물과 그곳에 종사하는 수많은 인원에 비하면, 차량 한 대가 일궈내는 1일 평균 80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이동도서관은 1년 유지비 5,200만 원으로 시흥시 전역에 책을 배달하고 있다. 효율성 면에서도 오히려 시립도서관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동도서관 운행 시간표     © 최영숙

 

이동도서관 차량을 운행하던 오희철(52) 씨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책을 빌리던 회원, 포동에 살 때 등록해서 이용했는데 하상동 태평아파트에도 이동도서관이 와서 너무 행복해하던 분, 매주 세 권씩 책을 빌려 보던 완구점 주인, 그리고 이동도서관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와락 울어버리던 주부와 어린이, 중학생들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주일을 기다려 책을 빌려 읽고, 읽고 싶었던 책이 이미 대출되었을 때의 안타까움과 그 뒤에 다시 그 책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 등을 행정가들은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읽은 책은 일생을 두고 기억에 남아 정신을 살찌우고, 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 이동도서관 안의 모습     © 최영숙

 

주민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동도서관은 다음 장소로 출발했다. 

▲ 마지막 인사를 하러온 시민     © 최영숙

 

주공아파트의 김숙자(69) 씨는 일부러 이동도서관을 찾아와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건넸다.

 

“정왕2동 도서관은 너무 멀었다.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책을 빌렸다. 너무 섭섭하고 이해가 안 된다. 방학이 되면 손녀가 읽을 책을 빌려주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

 

박소희(12) 어린이는 “어떻게 해요, 방학이라 이제 마음 놓고 책 읽고 싶었는데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이동도서관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이용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 책을 반납하는 어린이     © 최영숙


오늘이 마지막 운행이라는 것을 알기에 책을 반납하는 학생도 반납을 받는 직원도 서운할 수 밖에 없었다. 

 

▲ 마지막 인사를 나누다     © 최영숙


오희철(51) 씨와 주민들은 그동안 고마웠다고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 이동도서관 아파트에 서 있다     © 최영숙


2010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이제 이동도서관은 시흥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새마을 이동문고’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운행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다     © 최영숙


21년을 운행했던 이동도서관은 실질적인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새마을문고로 돌아왔다.
 

▲ 마지막운행을 마치고 책들을 내리다     © 최영숙

 

 2010년 12월 31일, 차량을 시흥시에 반납하기 위해 서가에서 도서들을 내렸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정현경 주부의 글이 눈에 어른거렸다.

 

"정왕동 대림아파트 거주자입니다. 작년까지는 무관심하게 보냈는데, 올해 어느 날 보니 집에 없는 책도 많고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도 골고루 있더라고요. 금요일마다 아이는 이동도서관을 기다리게 되었고, 다음 주에는 또 무엇을 빌릴까 하는 행복한 고민으로 일주일을 보냈었는데 갑자기 없어진다니요. 제가 보기에 시 예산 5,200만 원은 시민들의 작은 행복에 비하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데 아닌가 보죠? 가정 경제도 어려운데 책을 다 사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면 안 될까요?"

 

▲ 문고책들     © 최영숙

 

우리 시흥시가 진정한 문화도시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절절히 원하는 시민들이 있고, 다른 것도 아닌 책을 읽고 싶다는데 말이다. 예산을 늘려 시흥 전역을 돌 수 있도록 돕지는 못할망정, 21년 동안 시민과 동고동락하며 쌓아온 그 깊은 관계를 어떻게 한순간에 접게 할 수 있는가.

 

이동도서관이 없어진다는 말에 그만 소리 내어 울어버린 어린아이와 중학생의 마음이 되어 우울하게 동행했던 하루였다.

 

▲ 이동도서관 햇살들다     © 최영숙

 

동행하며 느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이동도서관이 얼마나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았으며,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스포츠처럼 눈에 보이는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는 민족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주부와 노년층의 독서 인구는 오히려 느는 추세다. 이들에게 거리가 먼 도서관보다 정해진 날짜에 찾아오는 이동도서관은 훨씬 편안한 존재였으며, 늘 같은 시간 같은 사람과 만나는 그 시간은 설레는 기다림이었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PC방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이동도서관이 사라진다고 우는 학생이 있는 한 이동도서관은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16년 넘게 지속되어 온 사업을 이토록 허망하게 마칠 수는 없다.

 

5,200만 원의 예산이 없어 사라진 21년 세월의 이동도서관이 내년 예산에는 꼭 반영되어, 차량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얼굴에 다시 환한 햇살이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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