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4일 - 소금창고 파괴 2주년을 맞아 소금창고를 찾다소금창고를 복원하다
2004년에는 온전한 모습을 지닌 함수통이 있었다. 이곳의 변화는 비단 소금창고뿐만이 아니었다. 이토록 튼튼하게 만들어진 함수통조차 세월 속에 그 모양을 바꾸었다.
파괴 2주년, 이제 창고는 없다. '천 개의 시선'이 있던 자리에서 준비해 간 술 한 잔을 부어주었다. 이곳의 풍경처럼 마음이 스산하고 한없이 쓸쓸해졌다. 소금창고와 함께한 5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소나기를 만난 날, 바람 불던 날, 함박눈이 내리던 날과 보름달을 맞이하던 날까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그득해졌고,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가장 빛나던 순간들이었다.
고마웠던 시간들 뒤로, 창고가 파괴된 후 별반 한 일이 없는 내 자신이 정들었던 그들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기억해주고 술 한 잔 부어주는 것뿐이었다.
'바람' 창고로 들어서는 입구 나무에 붉은 리본이 묶여 있었다.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곡 골프장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은 곳이다. 바람에 흔들리던 소금창고의 모습은 이제 없다. 예전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골프장이 들어선 후 닥쳐올 농약 오염과 생태계 변화를 그려보니 마음이 어두워졌다.
시흥갯골생태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예전에 없던 배가 한 척 올라와 있었다. 이곳도 참 소소하게 많이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건너 보이던 그 많던 소금창고들의 모습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싶어졌다.
이제 소금창고들이 늘어선 풍경은 볼 수 없다. 대신 생태계를 조사 중이라는 천막만이 보였다. 부디 이곳의 생명들이 안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른여섯 번째 ‘거인’ 소금창고는 불에 탄 흔적 속에서도 유일하게 뼈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복원도 중요하지만, 존재했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번째 ‘절대금지’ 창고 방향까지 왔다. 예전에 이 길은 아카시아가 양옆으로 그득했었다. 안개가 끼던 어느 겨울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꿈길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2009년 6월 4일 만난 풍경은 이곳이 변하는 것은 소금창고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현재 매립공사가 한창이었다. 한쪽의 나무들은 모두 베어지고 묻혀서 옛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의 변화가 예전에는 느릿느릿했다면 근간에는 변해가는 모습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갯벌을 메우고 있는 이 공사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방산교 다리 아래로 소래 방향까지 이곳을 메우는 공사는 광범위했다.
마지막으로 자연적으로 남겨진 유일한 '월곶' 창고를 찾았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역설적으로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새롭게 세우는 것보다 지금 남겨진 것들을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9년 2월 9일, 정월대보름날 담은 ‘월곶’ 소금창고의 모습은 여전히 당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금창고의 보존이 더욱 시급하게 느껴진다. 이 창고조차 어느 날 무너져 내리거나 파괴된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남겨진 세 동의 소금창고와 옛 염전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들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일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다시는 이토록 귀한 문화유산들이 파괴되어 마음 저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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