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4일 - 소금창고 파괴 2주년을 맞아 소금창고를 찾다

소금창고를 복원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9/06/06 [00:44]

2009년 6월 4일 - 소금창고 파괴 2주년을 맞아 소금창고를 찾다

소금창고를 복원하다

최영숙 | 입력 : 2009/06/06 [00:44]

 

▲ 2007년 1월 1일 소금창고에서 해맞이 하는 사람들     © 최영숙


2007년 6월 4일, (주)성담에 의해 소금창고가 파괴된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지난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 소금창고가 파괴되던 해인 2007년 1월 1일, 소금창고가 보이는 옛 염전에서 해맞이를 하는 시민들을 담은 사진이다. 소금창고를 바라보며 맞이하는 새해는 그해가 마지막이 되었다.

 

▲ 2009년 6월 4일 소금창고 파괴 2주기에 소금창고 가다     © 최영숙

 
2009년 6월 4일, 다시 소금창고를 찾았다. 창고들이 서 있던 자리는 휑하 비어 있었다. 파괴된 지 2년이 지났건만, 이곳 옛 염전에 들어서면 깊은 허전함이 다시금 엄습한다.

▲ 천개의 시선의 소금창고 벽을 바라보다     © 최영숙

 
모든 소금창고와 정이 들었지만, 여섯 번째인 '천 개의 시선'은 그 정이 남달랐다. 어느 날 이곳 벽면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눈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창고의 사진은 유난히 많다.
 

▲ 2004년 온전한 함수통     © 최영숙

 

2004년에는 온전한 모습을 지닌 함수통이 있었다. 이곳의 변화는 비단 소금창고뿐만이 아니었다. 이토록 튼튼하게 만들어진 함수통조차 세월 속에 그 모양을 바꾸었다.

▲ 6번째 천개의 시선 소금창고와 함수통     © 최영숙

 
천개의 시선 소금창고 앞에는 함수를 담아두던 통이 보였다. 이 통을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질식하여 위험한 고비를 넘긴 염부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은 마치 뱀이 머리를 치켜든 것처럼 함수통을 갈라지게 만들었다.

 

▲ 소금창고에 술 한 잔을 붓다     © 최영숙

 

파괴 2주년, 이제 창고는 없다. '천 개의 시선'이 있던 자리에서 준비해 간 술 한 잔을 부어주었다. 이곳의 풍경처럼 마음이 스산하고 한없이 쓸쓸해졌다. 소금창고와 함께한 5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소나기를 만난 날, 바람 불던 날, 함박눈이 내리던 날과 보름달을 맞이하던 날까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그득해졌고,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가장 빛나던 순간들이었다.

 

고마웠던 시간들 뒤로, 창고가 파괴된 후 별반 한 일이 없는 내 자신이 정들었던 그들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기억해주고 술 한 잔 부어주는 것뿐이었다.

 

▲2009년 6월 4일  파괴된 소금창고에서 '별노랑이꽃'이 피어나다     © 최영숙

 
추억이 가장 많던 곳을 뒤로하고 아홉 번째 '유령선' 창고로 향했다. 조각조각 부서진 잔해 속에 ‘별노랑이꽃’이 피어 있었다. 자연은 참으로 무심하다. 제 자리가 있으면 그저 깃들 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단지 존재한다. 소금창고가 제 몸속에 꽃 한 송이를 심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게들을 잡기 위한 그물망들     © 최영숙

 
'유령선' 창고에서 여덟 번째 '쉼터' 창고 방향으로 게를 잡는 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게의 개체 수가 줄었는지 망들은 더욱 촘촘해졌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족을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이곳 게들의 삶도 참 팍팍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개발을 알리는 붉은 표시     © 최영숙

 

▲ 바람 소금창고의 모습     © 최영숙

 

▲ 2009년 6월 4일 바람 소금창고의 모습     © 최영숙

 

'바람' 창고로 들어서는 입구 나무에 붉은 리본이 묶여 있었다.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곡 골프장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은 곳이다. 바람에 흔들리던 소금창고의 모습은 이제 없다. 예전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골프장이 들어선 후 닥쳐올 농약 오염과 생태계 변화를 그려보니 마음이 어두워졌다.
 

▲ 생태공원 안의 소금창고들     © 최영숙

 
갯골생태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파괴를 면한 두 동의 소금창고가 보였다. 다른 창고들이 건재할 때는 사람 손을 많이 탔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이곳이, 이제는 유일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편으로는 이거라도 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 생태공원 안의 울타리     © 최영숙


갯골을 따라 설치된 울타리는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들었다. 지난겨울에는 앞이 막혀 답답했는데, 이제는 사람의 시선 높이에 맞춘 작은 창문들이 생겼다. 인간은 갯골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새들은 편안한 환경을 누리는 상생의 통로라는 생각이 든다.

 

▲ 소금창고에 배 들어오다     © 최영숙

 

시흥갯골생태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예전에 없던 배가 한 척 올라와 있었다. 이곳도 참 소소하게 많이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04년 멀리 보이는 늘어선 소금창고들     © 최영숙

 

저 건너 보이던 그 많던 소금창고들의 모습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싶어졌다.
 

▲ 2009년 봄의 풍경     © 최영숙

 

▲ 2009년 6월 4일 거인 소금창고     © 최영숙

 

이제 소금창고들이 늘어선 풍경은 볼 수 없다. 대신 생태계를 조사 중이라는 천막만이 보였다. 부디 이곳의 생명들이 안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른여섯 번째 ‘거인’ 소금창고는 불에 탄 흔적 속에서도 유일하게 뼈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복원도 중요하지만, 존재했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 남겨진 유물 '수문'     © 최영숙

 
스물여섯 번째 ‘산을 품다’ 창고 앞, 바닷물을 받아들이던 수문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소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증언하는 수문, 해주, 함수통 등을 보존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원본들마저 사라지면 무엇으로 역사를 증명할 수 있을까.

 

▲ 2006년 '꿈길에 들어서다'  풍경    © 최영숙

 

20번째 ‘절대금지’ 창고 방향까지 왔다. 예전에 이 길은 아카시아가 양옆으로 그득했었다. 안개가 끼던 어느 겨울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꿈길을 걷는 듯했다.


▲ 2009년 6월 4일의 '꿈길에 들어서다' 의  바뀐 풍경                                                  © 최영숙

 

그러나 2009년 6월 4일 만난 풍경은 이곳이 변하는 것은 소금창고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현재 매립공사가 한창이었다.  한쪽의 나무들은 모두 베어지고 묻혀서 옛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의 변화가 예전에는 느릿느릿했다면 근간에는 변해가는 모습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갯벌을 메우고 있는 모습     © 최영숙

 

갯벌을 메우고 있는 이 공사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방산교 다리 아래로 소래 방향까지 이곳을 메우는 공사는 광범위했다.

▲ 2009년 6월 4일 '월곶' 소금창고     © 최영숙

 

 

 마지막으로 자연적으로 남겨진 유일한 '월곶' 창고를 찾았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역설적으로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새롭게 세우는 것보다 지금 남겨진 것들을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월곶 소금창고에 달 뜨다     © 최영숙

 

2009년 2월 9일, 정월대보름날 담은 ‘월곶’ 소금창고의 모습은 여전히 당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금창고의 보존이 더욱 시급하게 느껴진다. 이 창고조차 어느 날 무너져 내리거나 파괴된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남겨진 세 동의 소금창고와 옛 염전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들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일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다시는 이토록 귀한 문화유산들이 파괴되어 마음 저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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