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할아버지 무덤이 따뜻해”고 (故) 김수환 추기경 무덤에서 꼬마 성자를 만났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추기경님의 장례 미사를 위해 먼 길을 찾아준 참배객들에게 묵주와 열쇠고리, 엽서 등을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염수정 주교가 엽서에 적힌 내용을 낭독했다.
“추기경님은 찾아오는 이마다 고맙다는 정표로 늘 무언가를 주셨습니다. 천당 문을 열라고 열쇠고리를 건네시면서 '한 표 부탁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오늘 찾아오신 여러분께는 당신의 좌우명이 새겨진 묵주를 드립니다. 그 어른을 위한 평화의 기도를 청합니다. 하늘나라에서 이 나라를 위하여 함께 기도해 주실 것입니다.”
이어서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 희생과 봉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기도로써 보답하겠습니다. 추기경 김수환”이라는 대목을 읽어 내려갔다.
추기경님이 생전에 남기신 엽서 내용을 들으며 신자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이 세상을 떠나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평화롭게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은, 생전에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베풀고 떠난 큰 어른의 은덕이 아닐까 싶었다.
순간 사진을 찍던 손이 멈칫했다. 세상에, 무덤을 따뜻하다고 느끼다니! 마치 꼬마 성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셨던 추기경님이 무덤 속에서 친구가 왔다며 반기시는 것만 같았다.
선종 후 많은 분을 인터뷰했지만, 묘소가 따뜻하다는 이 어린아이의 말만큼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없었다. ‘할아버지’, ‘따뜻해’라는 말이 주는 온기가 추기경님의 평생의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면 삶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를 자처하며 다른 사람의 '밥'이 되어주고, 세상 만물에 고마움을 느끼며 하느님을 사랑했던 큰 어른은 신자들이 바치는 연도 소리와 국화꽃 향기 속에 또 다른 세계로 향하셨다.
추도 미사가 모두 끝났다. 사진에 담긴 온화한 미소들과 "할아버지 무덤이 따뜻하다"던 아이의 목소리가 내내 마음을 울렸다. 남녀노소, 빈부, 종교를 초월해 모두를 하나로 묶어준 힘, 그리고 우리에게 고마움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것이 그분이 남기신 마지막 선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은 비록 죽음으로 우리 곁을 잠시 떠나셨을지라도, 당신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부활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시흥장수신문(시민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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