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명이요" 그대는 숭례문과 광화문의 대들보가 되시오!<연재>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신응수 대목수가 벌목된 금강송에 대해 설명했다. “수령은 110년 정도 되었고 송진이 꽉 찼다. 삼척 나무는 질기고 부러지지 않아 좋다. 숭례문과 광화문의 기둥이나 창방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으며, 국가의 상징으로서 수천 년을 견뎌줄 나무다.”
문화재청 하선웅 씨(36)는 "준경묘 산림 보호를 위해 벌채 수량을 20본으로 제한했으며, 봉향회와 마을 주민 등 관련 기관의 입회하에 나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베어진 소나무들은 헬기로 운반될 예정이며, 숭례문은 발굴 조사를 마친 뒤 2010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수령 110년에 지름 74cm, 높이 30m의 금강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다. 고종 광무 3년(1899)에 묘소를 수축하고 제각과 비각을 건축했다는 기록이 109년 전의 일이니, 이 숲도 그 당시에 조성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적어도 수령이 2~300년은 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110년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그 어린 것들이 숭례문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또한 우리 숲이 생각보다 젊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지금부터라도 녹화 사업에 힘쓴다면 100년 후 우리 후손들도 이토록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내려왔음에도 음식이 남아 있어 도시락을 받아 준경묘 위쪽으로 올라갔다. 세 그루의 소나무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이곳은 내가 준경묘에 올 때마다 들르는 아늑한 장소다. 점심을 먹고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나무 가지들이 서로를 보듬고 있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더없이 행복해졌다. 이곳의 적막을 지긋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려오는 길에 준경묘와 영경묘의 재실을 들렀다. 봉향회 며느리들이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재실 뒤편으로 올라가 보니 멀리 마을과 준경묘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준경묘는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될 만큼 훌륭한 경관을 자랑한다. 그런데 문화재청 직원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과 종친회에서 이 길을 시멘트로 포장해달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아득해졌다. 이 숲길이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스러운 흙길이기 때문이다. 준경묘를 열 번이나 찾아도 늘 새로운 것은 이런 소소한 자연의 변화 덕분이다.
관광객의 이기적인 마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교통이 원활하지 않고 길이 가파른 탓에 평소에는 늘 문이 잠겨 있다. 관리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문화재청 사람들도 소나무 보호를 위해 소장님조차 꼭 걸어서 올라간다고 한다. 1년에 한두 번 제향 때나 사람이 몰릴 뿐인데 무엇이 그리 급해 포장을 하려 하는가.
월정사 상원사 길은 4km에 달하는 흙길을 유지하기 위해 가뭄에는 물차를 동원하고 장마 후에는 다시 흙을 깐다. 그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은 자연과 하나 되는 풍경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준경묘만이 간직한, 자연과 천천히 동화되며 걷는 이 여유로운 풍경이 부디 어그러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시흥장수신문(시민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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