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추기경 “아쉬울 것이 없어라” 묘비명과 함께 영면에 들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9/02/21 [03:36]

고 김수환추기경 “아쉬울 것이 없어라” 묘비명과 함께 영면에 들다

최영숙 | 입력 : 2009/02/21 [03:36]
▲ 천주교용인공원묘지성직자묘역으로 들어서는 고 김수환추기경 운구차     © 최영숙

 

2009년 2월 20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교황의 이름으로 집전한 장례 미사를 마치고 명동성당을 떠난 고 김수환추기경의 운구는 1시 14분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 성직자묘역으로 들어섰다.

 

▲ 고 김수환추기경 사제들에 의해 운구되다     © 최영숙


선배  사제의 장례식 때 막내 신부들이 관을 옮기는 카돌릭의 전통에 따라서 2008년에 사제 서품을 받은 후배 신부 8명이 김 추기경의 유해를 모신 관을 들고 묘소까지 운구했다.

▲ 김수환추기경의 관 위에 꽃과 손을 얹다     © 최영숙


고 김수환 추기경의 관은 사제들의 운구로 안장 장소로 들어왔다. 운구가 지나는 동안 2천 여명의 참배객들은 경건하게 기도로 맞이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려고 운구 앞으로 다가선 여인은 추기경의 관 위에 손을 얹었다. 

 

▲ 입관예절을 하다     © 최영숙

오후 1시30분부터 정진석 추기경, 윤공희 대주교 등 성직자와 유족, 사제단, 신자 등 모두 2천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관 예절을 벌였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지에 모인 참배객들     © 최영숙

성직자 묘역에 들어선 조문객들은 하관예절이 치러지는 동안  진행하는 사제의 선창에 따라 묵주 5단을 드렸다.


 

▲ 고 김수환추기경의 무덤에 꽃을 놓다     © 최영숙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무덤 위에 참배객들이 국화꽃을 놓았다. 무덤 위로 가만히 흙을 뿌렸다.

▲ 고 김수환추기경의 무덤에 흙을 덮다     © 최영숙

하관 예절은 고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대로 30분 만에 간소하게 치러졌다. 나무 묵주 하나만을 가지고 영면에 들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무소유의 삶이었다. 

▲ 정진식 추기경 장지를 떠나다     © 최영숙

교황청특사로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를 주관했던 정진석 추기경은 하관예절을 마치고 신도들의 인사를 받으며 장지를 떠났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의 영면을 기원하며 무덤을 밟다     © 최영숙

고 김수환추기경 묘비에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와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가 쓰일 것이라고 했다. 추모객들은 무덤을 밟아주며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영면을 기원했다.

▲ 연도를 바치는 신자들     © 최영숙

분단 요한성당 ‘사랑하올 어머니’ 레지오의 주세실리라(53) 등 다섯 분이 추기경 무덤 앞에서 연도를 드렸다. 그 뒤를 이어 많은 이들이 추기경의 무덤 앞에서 연도를 드렸다.

▲ 방송국 인터뷰를 하는 박영림(데레사 70)     © 최영숙

택시를 타고 무조건 장지로 왔다는 박영림(70) 데레사는 고향이 함평이라고 했다.

수원에서 왔다는 전바울라(41) 는 늦게나마 뵈러왔다면서 큰 정신적 지주가 무너진 느낌이라고 했다. 김미카엘(14), 라파엘(12), 안드레아(8) 세 명의 아들과 함께왔다.

서울 신림동의 온은순(55) 수산나는 “5일을 울었다.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다”라고 했다.

▲ 노기남 주교 옆에 안장되었다     © 최영숙

고 김수환 추기경은 1984년 선종한 서울대주교 노기남 대주교 옆에 안장됐다.

▲ 성직자 묘역에 안장된 김수환 추기경     © 최영숙

40만 명의 조문객과 계층과 종파를 초월한 애도 물결로 ‘김수환시드롬’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만났던 조문객들의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 “위대하다”, “참사랑을 알게 했다”,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다”, “고귀한 정신과 함께 각막을 기증하여 당신의 몸도 함께 주셨다”, “그냥 오게 했다”로 요약되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삶속에서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깊은 사랑과 감사함,  믿음과 소신, 결단, 온유함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고 김수환추기경 무덤을 쓰다듬는 참배객     © 최영숙

좀 더 가까이 당신의 삶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아직 단장이 끝나지 않은 묘지 위에 가만히 손을 올려놓았다.
 
그 뒤로 묘역 뒤편에 걸린 펼침막에는 환한 웃음의 생전 모습과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가장 간결 명료하게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그냥' 당신의 삶 속에 녹아들게 하고 그 삶을 따르고 싶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과 용서, 화해를 선물로 주시고 아쉬울 곳이 없는 곳으로 고 김수환 추기경은 그렇게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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