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용사 2주기 추모식에 다녀오다

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기사입력 2012/04/04 [14:29]

천안함 용사 2주기 추모식에 다녀오다

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입력 : 2012/04/04 [14:29]
▲ 2012년 3월 26일 천안함 묘역에서 분향하다     ©최영숙


2012년 3월 26일 오전 10시, 천안함 용사 2주기 추모식이 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추모식이 끝나고 천안함 용사 46명이 잠들어 있는 308묘역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헌화에 이어 묵념을 했다.

▲ 308묘역     ©최영숙

 
46명의 천안함 용사가 잠든 308묘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살펴보다     ©최영숙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묘역을 살펴보았다. 

 

▲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유족을 만나다     ©최영숙


자식을 먼저 묻은 어머니의 슬픔은 세월이 흘러도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유족들의 손을 잡고 깊은 위로를 건넸다.

 

▲ 2010년 천안함 묘역의 빈 무덤들     ©최영숙


묘역을 걷다 보니, 지난 2010년 4월 29일 천안함 용사들의 안장식에 취재를 왔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당시 파여 있던 46기의 빈 구덩이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시리다 못해 서늘해졌었다. 이 차가운 빈 구덩이 속으로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며 아버지, 그리고 남편들이 묻힐 것이기 때문이었다.

 

▲ 무덤을 덮는 어머니     ©최영숙


그날 안장식을 지켜보던 한 어머니는 끝내 절규했다. "내 새끼! 그 추운 바다에서 얼마나 추웠냐"라며 어미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차가운 무덤 위를 덮어주었다. “동진아! 이 아까운 것을 우찌 보낸다냐. 일찍 갈 거면 속이라도 좀 썩이지, 어찌 이리 착했노. 에미는 이제 어찌 살라꼬…” 하며 통곡하던 목소리가 온 묘역을 울렸었다.

 

▲ 2010년 대전현충원 안장식     ©최영숙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절규하는 아내, 그리고 그 옆에서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몰라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받아내던 어린 아들의 모습도 보였다. 2010년 천안함 46인의 안장식을 온몸으로 기록한 후, 내상이 무척 깊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이기에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이 남 일 같지 않았고,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그 울음소리가 오래도록 귓가를 맴돌았다. 그저 남겨진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 2011년 3월 26일 천안함 1주기     ©최영숙


이어 2011년 3월 26일, 대전현충원에서 다시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그날의 하늘은 무심할 정도로 푸르렀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은 여전히 끝이 없었다.

 

▲ 천안함 1주기 나현민 초상화     ©최영숙

 

한 아버지는 아들의 생전 모습을 정성스럽게 그림에 담아 무덤 앞에 바쳤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리움이 담긴 그림 속에서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방일민 어머니     ©최영숙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는 또다시 묘비 앞에서 오열했다.

 

▲ 2011년 3월 26일 천안함 1주기 때 쓰인 글들     ©최영숙

 

추모 벽보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수많은 글이 적혀 있었다.

 

"김태민! 1년 만이구나.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다오.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너를 잊지 않았단다. 정말 보고 싶구나." "한주호 준위님, 그리고 46용사 여러분.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촌, 소은이 왔어요. 우리 꿈속에서 꼭 만나요." "더 이상 가족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성실히 복무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귀 하나하나가 묘역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 2012년 3월 26일 박석원 상사의 묘     ©최영숙


그리고 오늘, 2012년 3월 26일 천안함 2주기를 맞아 다시금 308묘역을 찾았다.

 

▲ 2012년 이상민 하사의  친구들     ©최영숙

 

묘역에는 용사들의 친구들이 찾아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故) 이상민 하사의 친구 이숙경(23) 씨는 "상민이는 항상 가족 걱정뿐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부모님과 동생을 늘 먼저 챙기던, 참 정이 많고 따뜻한 친구였다"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공주 의랑초등학교 동창인 김경식(25), 이종연(25) 씨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함께 자랐기 때문에 유치원 때부터 단짝 친구였다. 이 친구는 정말 착했다. 워낙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이라 친구들과도 두루 잘 지냈다. 지금도 문득문득 상민이가 너무 보고 싶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어린 아들     ©최영숙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터뜨리자, 한 어린 아들은 "이 아저씨들은 왜 이렇게 모여서 사진을 찍어?"라며 천진난만한 호기심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곁에서 엄마는 차마 아이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최영숙
▲ 김태석 원사의 어머니     ©최영숙
▲ 목놓아 우는 어머니     ©최영숙


시간은 흘렀지만, 이곳 308묘역의 슬픔은 여전히 지독한 '현재진행형'이었다.

 

▲ 가족의 슬픔     ©최영숙


유가족들이 묘비를 어루만지며 깊은 절을 올렸다.

▲ 46 천안함 용사의 사진     ©최영숙

 

차가운 상석 위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애틋한 글귀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많이 보고 싶다. 그곳에선 부디 좋은 부모 만나 더 많이 사랑받으렴. 이곳에서 못다 한 공부, 마무리하지 못한 피아노, 늘 하고 싶어 했던 택견, 네 꿈이었던 만화가, 그리고 미처 못 해본 데이트와 가보지 못한 여행, 가지고 싶다던 자동차까지… 그곳에선 꼭 다 이루려무나." -못난 어미가, 정범구 모(母)-

 

"꽃에 새긴 사랑은 꽃이 시들면 지고, 땀에 새긴 사랑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지만, 내 마음에 깊이 새긴 내 사랑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 308묘역     ©최영숙

 

묘역 한편에는 "대한민국은 천안함 용사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소중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 땅에 두고 먼저 떠나간 영령들이, 이제는 저 하늘에서 부디 추위도 슬픔도 없는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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