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그친 하늘 아래, 다섯 친구 한 봉분에 잠들다…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학생 영결식

-공주사대부고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영결식을 다녀오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3/07/29 [20:36]

소낙비 그친 하늘 아래, 다섯 친구 한 봉분에 잠들다…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학생 영결식

-공주사대부고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영결식을 다녀오다-

최영숙 | 입력 : 2013/07/29 [20:36]

2013년 7월 24일 오전 10시,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는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로 희생된 고(故) 장태인, 고 진우석, 고 이병학, 고 김동환, 고 이준형 군의 영결식이 엄수되었다.

 

공주사대부고 교문에는 “고 장태인, 고 진우석, 고 이병학, 고 김동환, 고 이준형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공주대학교 교직원 일동, 사범대학부설 중·고등학교 교직원 일동”이라고 적힌 검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 학생들이 쓴 편지     ©최영숙


교문 앞에는 선배, 후배, 친구들이 밤새 꾹꾹 눌러쓴 편지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매일 와도 매일 눈물이 납니다. 어른이라 미안하고 오래 살아 부끄럽습니다. 부디 편안하길…”, “사랑하는 아들들아, 못다 이룬 꿈을 하늘나라에서 피워보렴”, “사랑하는 우리 후배님들, 하늘나라 천국에서는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길 기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54기 소보경” 등 애끓는 추모의 글들이 남겨져 있었다.

▲ 공주사대부고 강당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최영숙

 

학교 강당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부터 걸음을 재촉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차례로 분향하며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 발인식이 거행되는 공주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자식을 먼저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의 단장의 슬픔을 아는 듯 하늘에서는 촉촉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애처로운 통곡 소리 속에 다섯 학생을 실은 운구차는 영결식이 열리는 교정으로 향하기 위해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 참석한 사람들     ©최영숙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재학생과 동문, 장례위원장을 맡은 서만철 공주대 총장, 서남수 교육부 장관, 안희정 충남도지사, 마을 주민, 취재진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숨진 다섯 학생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약력 보고, 조사, 추도사, 종교 의식,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 안희정 도지사 추도사를 하다     ©최영숙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추모사를 통해 “故 장태인, 故 진우석, 故 이병학, 故 김동환, 故 이준형 군,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지난 18일 저녁 사고 소식을 접하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억장이 무너지고 애통할 뿐이었다.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이자 제자이며 친구인 다섯 아이를 이렇게 아프게 떠나보내야 한다. 피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에게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더 이상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이런 아픔과 서러움이 마지막이 되도록 책임자로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우리 아이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애끓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계신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도지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이윤재 교사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선생님이 좋아하는 바나나 맛 우유를 챙겨두었다’고 수줍게 말하던 병학아, 지난 스승의 날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를 전해주던 우석아, 진지한 눈빛으로 ‘체육대회는 저한테 맡겨달라’던 든든한 태인아, 선생님과 외모가 많이 닮아 아이들에게 큰 웃음을 주던 준형아, 수업이 끝나면 조용히 다가와 질문을 하던 동환아…”라며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다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 교사는 “내가 아이들이 그리워서 울면 아이들이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울지 않으려 한다. 더 좋은 세상으로 가서 너희의 꿈을 마음껏 펼치길 바라며, 다만 그 세상에서는 부디 쉬어가며 공부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 안장식을 지켜보는 친구들     ©최영숙

 
숨진 학생들의 동기인 김현겸 군은 추도사에서 “너희들 내 말 듣고 있지? 그날 밤 하늘이 유독 맑더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바다와 하늘이 만날 듯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어. 그때 네가 말했지, 하늘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네 목소리가 귓가에 가득해. 그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답답한데, 너무 답답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친구들아, 이제 나 어떻게 해야 하니. 갈 곳을 모른 채 주저앉아 나를, 바다를, 세상을 탓해보지만 마침내 너희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짧은 시를 즐겨 짓던 작은 시인 우석아. 아이들이 ‘형, 형’ 하며 따르면 수줍게 웃으며 자기 일을 말없이 끝내놓고 기타를 쳐주던 영원한 맏형 동환아. ‘공부는 왜 하지!’ 투덜대면서도 제 할 일을 다 하던, 내가 힘들 때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안아주던 자유로운 영혼 준형아. 이제 너희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너희의 따뜻한 온기를 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지만, 언젠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게. 태인아, 우석아, 병학아, 동환아, 준형아! 잘 가라, 부디 잘 가라”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주먹으로 꾹꾹 참아가며 친구들을 기억해 낸 김 군의 추도사는 장내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영결식 도중 실신하는 어머니     ©최영숙

 
이어 유족 대표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교정에서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내일을 향해 달렸던 우리 아이들이 그 꿈을 채 피우지도 못한 채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습니다. 아이들이 못다 이룬 꿈이 헛되지 않도록, 남겨진 친구들이 그 꿈을 함께 이루어 주길 바랍니다. 사고 수습을 위해 애써주신 공주사대부고 총동창회와 구조를 위해 헌신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끝맺었다.
 

▲ 친구들 마지막 인사를 나누다     ©최영숙


유족과 내빈, 그리고 재학생들의 눈물 어린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 공주사대부고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정든 교정을 떠나다.     ©최영숙

 
마지막 순서로 교가를 불렀다. “하늘과 마주선 계룡의 싱싱한 숨결 바다로 흐르는 금강은 노래 부르고 옛터에 그윽히 솟은 집 우리학굘세 먼 뜻을 가슴에 새기어 자라는 우리 내일을 그리는 꿈속에 열매를 맺어 이 나라 새 날 밝히는 빛이 되겠네 별빛에 젖어서 자라들 가세 고운 해 우러러 익어만 가세“ 학생들은 교가를 부르면서 흐느껴 울었다.

▲ 정든 교정을 떠나는 운구차량     ©최영숙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운구 차량이 정들었던 학교를 천천히 빠져나갔다.
 

▲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을 배웅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재학생들     ©최영숙

 

▲ 친구, 선배, 후배를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진 학생과 서로를 위로하는 재학생들     ©최영숙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길가에 길게 늘어서서 마지막으로 떠나는 제자이자 친구, 선후배의 운구차를 향해 오열했다. 한 학생은 친구를 떠나보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학생들은 옷소매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텅 빈 학교 안으로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 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최영숙


천안추모공원으로 왔다. 화장로로 이어지는 50m의 통로는 울음바다였다. 자식과의 마지막 이별에 어미와 아비들의 단장의 슬픔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이 애끓는 심정들을 이해하기에 사진을 담는 사람도 가장 힘들었다.

▲ 자식을 떠나 보내는 어머니의 절규     © 최영숙


입술을 꾹꾹 눌러 가며 울음을 참고 자식의 관을 어루만지는 아버지와 절규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 단장의 슬픔을 주고 떠난 마지막 떠난 자리는 무심한 듯 고요하다     ©최영숙



이 깊은 슬픔의 멍에를 지상에 남겨둔 채 아이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떠났다. 주인 잃은 텅 빈 복도가 남겨진 이들의 먹먹한 마음 같았다.

▲ 화장을 마치고 유골함을 들고 나오다     ©최영숙


아버지들의 떨리는 손에 의해 다섯 자식의 자그마한 유골함이 들려 나왔다. 그 푸르던 생이 이토록 허무하게 한 줌의 재로 변할 수 있는가 싶었다.
 

▲ 장지인 천안공원묘지에 들어서다     © 최영숙


합동 안장식을 거행하기 위해 최종 장지인 천안공원묘지에 도착했다.
 

▲ 안장식이 치뤄지다     © 최영숙

 

영결식 내내 슬프게 내리던 비는 어느덧 씻은 듯이 그치고 가을 하늘처럼 맑고 푸른 하늘이 열렸다. 가족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묘역으로 들어섰다.

 

▲ 다섯 친구들 한 봉분 안에 잠들다     ©최영숙

 

한날한시에 유명을 달리한 다섯 명의 친구들은 차가운 땅속, 하나의 커다란 봉분 안에 나란히 누워 영면에 들었다.

 

▲ 안장식을 마치고 가족들 돌아가다     © 최영숙

 

공주사대부고 앞에 거주한다는 주민 이란규(76) 어르신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고 아까워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우리 아들도 사대부고를 졸업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일이 하도 허망해서 직접 와봤다. 우리 집 아이들도 셋이나 이 학교를 나왔다. 다시는 이 아까운 아이들에게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7회 졸업생인 심우일 소래고 교사는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비극이다. 내 딸과 같은 나이의 아이들인데, 부모에게는 삶의 지고한 꿈이었고 나라에는 귀한 인재가 되었을 아이들이 꿈 한 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떠난 것이 가슴 아프다.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 이제라도 철저히 구비되어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 학생들의 숨결이 남겨진 공주사대부고 교정      ©최영숙



 다시 돌아온 교정의 나무들은 무심하리만큼 푸르렀다. 영결식장에서 서만철 총장이 읊조렸던 추도사의 한 구절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대들의 자부심이었던 학교가 그대들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이제 모든 국민이 준엄한 회초리 앞에 서 있다. 이제 다섯 명이서 다정한 동무가 되어 슬픔에 잠긴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하며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자유가 되거라.”

 

영정 사진 속에서 세상 가장 무구하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故 장태인, 故 진우석, 故 이병학, 故 김동환, 故 이준형 학생. 이제는 차가운 바다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부디 평안히 영면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