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팔공산 갓바위를 찾아서-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하산길에 만난 한 아저씨는 팔공산의 작은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계셨다. 새들이 재잘재잘 소리를 내며 날아들고, 아저씨가 먹이를 손에 얹어주면 새들이 휙 날아와 먹고 갔다. 얼마나 빠른지 카메라를 들자마자 이미 사라져 버렸다. 그 다정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아서 잘 오지 않는다. 사람들의 통행이 적을 때는 새들이 더 자주 날아와 먹이를 먹고 간다"고 하셨다. 한참을 기다려도 새는 오지 않았다. 다음 일정 때문에 아쉽지만 그냥 내려와야 했다. 팔공산에서 생활하시며 작은 생명들에게 먹이를 나누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나눔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볼거리들을 구경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갓바위가 보였다.
갓바위 앞에는 공양미와 초 등 정성껏 준비한 제물들이 놓여 있었다. 갓바위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민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뚜렷하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며 탄력이 있지만,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가 있어 자비로운 미소보다는 근엄한 표정에 가깝다. 귀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고 굵고 짧은 목에는 세 줄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표시되어 있다. 당당하고 건장한 어깨에 비해 가슴은 평판적이며 신체 형태는 다소 둔중한 편이다. 투박하지만 정교한 두 손 중 오른손 끝이 땅을 향한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은 석굴암 본존불과 닮았다. 왼손바닥 위에 작은 약 항아리를 들고 있어 약사여래불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불상이 앉은 대좌(臺座)는 사각형이며 옷자락이 내려와 대좌를 덮고 있다. 8세기의 불상과는 구별되는 9세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갓바위 불상을 바라보면 마음이 스스로 경건해진다. 무뚝뚝한 표정은 가만히 있어도 내 속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부드러운 미소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아버지의 침묵 속에 담긴 깊은 속정 같은 것이 느껴지는 불상이었다.
팔공산 갓바위 앞에는 많은 사람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의 소원을 담아 정성껏 기도를 드리는 모습에서 간절함이 묻어났다. 이곳에서 드리는 소원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갓바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 덮인 산하는 말이 없었다. 멀리 사찰이 보이고 산등성이를 따라 난 길들이 사람의 자취를 알리고 있었다. 굽이진 능선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의 기원을 듣고 있을 갓바위 부처님은 무심한 듯 유심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갓바위의 모습을 정면에서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소망을 담은 등과 각종 시설물에 가려 정작 부처님의 모습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시설물 없이 정면에서 온전한 얼굴을 마주했다면 더욱 웅장하고 경건하게 다가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갓바위 하단부 쪽에 촛불을 놓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그나마 부처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의 갓바위 부처님인데 앞에 큰 등이나 초를 켜지 않아도 기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 갓바위 부처님의 목선을 가로지르는 시설물들이 못내 눈에 거슬렸다.
옆에서 바라본 모습은 사뭇 인자했다. 정면의 강인한 턱선 대신 가볍게 눈을 감은 온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는 위치에 따라 표정이 변하는 것이 신비로웠다.
하산하는 길에 햇살이 더욱 깊이 들어섰다.
위풍당당한 갓바위 부처님을 만난 날이었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치 않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지켜온 그 당당함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조금의 흔들림 없는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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