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란 산수유와 검붉은 흑매화의 유혹, 남도 봄꽃 기행

화엄사에서 흑매화를 만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0/03/21 [12:21]

[현장] 노란 산수유와 검붉은 흑매화의 유혹, 남도 봄꽃 기행

화엄사에서 흑매화를 만나다

최영숙 | 입력 : 2010/03/21 [12:21]

 

▲ 구례산수유마을을 가다     © 최영숙
 
 

   

2010년 3월 17일, 구례 산수유마을과 섬진강 매화마을의 봄꽃을 만나기 위해 새벽 3시에 길을 나섰습니다. 올해로 벌써 두 번째 맞이하는 남도의 봄입니다.

▲ 산수유마을     © 최영숙
 
 

    

아침 8시경 도착한 구례 산수유마을은 봄답지 않게 추웠습니다. 살짝 얼어붙은 꽃망울을 보며 제대로 된 풍경을 보지 못할까 아쉬움이 앞섰습니다.
 

▲ 햇살 비추다     © 최영숙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태양이 솟아오르자 햇살을 머금은 산수유들이 일제히 환하게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온 마을과 들판이 환해지는 광경을 보며 자연의 위대한 힘을 실감했습니다.

 

▲ 마을길     © 최영숙
 
 

  

▲ 산수유 꽃그늘     © 최영숙

 

▲ 산수유마을     © 최영숙


 아침 8시경 도착한 구례 산수유마을은 봄답지 않게 추웠습니다. 살짝 얼어붙은 꽃망울을 보며 제대로 된 풍경을 보지 못할까 아쉬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태양이 솟아오르자 햇살을 머금은 산수유들이 일제히 환하게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온 마을과 들판이 환해지는 광경을 보며 자연의 위대한 힘을 실감했습니다.

 

돌담을 따라 이어진 마을 길은 노란 꽃 터널을 이루었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물은 산수유꽃과 하나가 되어 흘렀습니다. 마을을 포근하게 품고 있는 산수유나무 아래에서 봄나물을 캐는 여인들의 손길에서 완연한 봄이 느껴졌습니다.

 

▲ 구례 화엄사 각황전     ©최영숙


이어 구례 화엄사로 향했습니다.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호), 사사자 삼층석탑(국보 제35호), 그리고 각황전(국보 제67호)까지 한곳에 모인 세 개의 국보를 마주하니 천년 고찰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 각황전 앞의 흑매화     © 최영숙


각황전과 나한전 사이에는 600년 세월을 버틴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꽃이 붉다 못해 검붉어 '흑(黑)매화'라 불리는 이 나무는, 마치 방문객을 반기는 여인의 손길처럼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흑매화는 이제 막 붉은 눈을 뜨기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단청하지 않은 각황전의 나무 질감과 검붉은 매화가 어우러질 장엄한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렜습니다. 비록 만개한 꽃은 보지 못했으나, 존재만으로도 화엄사의 또 다른 국보라 불리기에 충분했습니다.

▲ 화엄사 석등     ©최영숙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 거대한 석등 앞에서 불자들이 경건하게 원을 그리며 탑돌이를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 최영숙


국보 제35호 사사자 삼층석탑의 네 마리 사자상 사이로 원통전이 보였습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사자상 너머로 불도들이 기원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 흑매화와 사람     ©최영숙


몽글몽글한 꽃망울을 맺고 있는 흑매화 그늘로 사람이 지나왔다. 주위의 풍경에서 천년 고찰의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화엄사의 흑매화가 핀 것을 만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만나보고 싶다는 염원을 가지게 하는 흑매화였습니다.

 

▲ 선암사 홍매화     © 최영숙


선암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대웅전 앞 홍매화의 명성을 익히 들었기에 기대가 컸으나, 이곳 역시 꽃망울만 맺힌 채 만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약 열흘 뒤의 풍경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섬진강 매화마을로 이동했습니다.
   

▲ 홍쌍리 마을에 매화 피다     © 최영숙


매화마을은 사찰과 달리 홍매화가 만개해 있었습니다. '홍쌍리 청매실농원'의 수많은 장독대와 어우러진 홍매화가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촬영지였던 정자에 올라 영화 속 매화꽃이 흩날리던 장면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 섬진강이 보이다     © 최영숙



▲ 매화꽃과 김영랑의 시     © 최영숙



    꿈밭에 봄마음

                        -김영랑-


굽어진 돌담을
돌아서 돌아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즈르르 몰아서
꽃밭에 봄 마음
가고 가고 또 간다 


굽어진 돌담과 대나무 숲길 사이에는 김영랑, 김용택, 안도현 등 시대를 아우르는 시인들의 시구가 매화 꽃그늘 속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 매화축제장이 보이다     ©최영숙

 

 
  매화꽃 자체는 아름다웠으나, 아랫마을 행사장 지역에서 들려오는 호객 소리와 확성기를 타고 산 위까지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꽃을 감상하는 데 큰 방해가 되었습니다. 집중해서 풍경을 마주하기 힘들 만큼 소란스러운 풍경은 단아한 매화꽃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축제장을 벗어나 섬진강 변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 앞에 잠시 머물며 마음을 정돈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화엄사 뜰에 고즈넉하게 서 있던 흑매화의 잔상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 화엄사 흑매화     © 최영숙


 때로는 활짝 핀 꽃보다,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채 산사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나무에게서 더 깊은 감흥을 느끼곤 합니다. 어느 봄날, 꿈결처럼 다시 화엄사 흑매화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염원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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