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 교사 학부모 학생 시민들이 막았다

김규성 | 기사입력 2014/01/12 [23:50]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 교사 학부모 학생 시민들이 막았다

김규성 | 입력 : 2014/01/12 [23:50]
시흥시내 고교에서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없어 다행스럽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문제로 ‘교사들의 생각과 다르게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교장이 압력을 넣었다’ 는 등 일부 학부모와 학교 당국 간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표출되지는 않았다.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이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는 학생 대자보가 붙었으며, 학부모와 졸업생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하였다. 이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야당 의원들이 시·도교육청 등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채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국 고교 2천370곳 가운데 아직 최종 확인이 끝나지 않은 서울 지역을 제외하고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 학교는 14개교인 것으로 파악됐다. 친일과 군사독재를 미화하고 숱한 오류 논란에 시달린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채 몰락한 셈이다.

보수세력의 노력에도 시민들은 교학사 교과서를 외면했다. 특히 일부 학교들이 이를 선택했다가도 학생·학부모 등 교육주체의 항의에 밀려 다른 교과서로 변경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선택한 고등학교가 전체의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교과서를 적극 옹호한 정부·여당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냉정한 심판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런 결과가 무엇을 뜻하는지 자신의 행태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교학사 교과서의 심각한 역사왜곡과 허접스런 품질로 볼 때 이번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다. 청소년들이 그릇된 역사관에 휘둘리기를 바라는 교사와 학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으나 이 교과서의 내용은 학계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이 교과서와 관련된 이들은 친일·독재 세력에 대한 온당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일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극대화·영속화하려 한 것이다. 게다가 학계의 기본적인 검증 절차조차 무시하고 온갖 오류로 뒤덮여 있으니 교과서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동우여고의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 색인 목록에서 제외한 점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 경우가 많았다’고 쓴 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5·16’ 사료를 선별적으로 편집, 역사적 오류가 다수 발견된 점 등 교학사 교과서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문구를 교과서 집필진들에게 건네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정말 한탄스럽다'고 적었다.

연세대 하 모 교수는 "학생·학부모·교사·시민사회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반대로 학계에서 오류·부실 덩어리라고 지적했는데도 14곳이나 되는 학교의 관리자들이 이를 채택했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통탄하고 있다.
 
어린학생들이 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진솔한 외침을 귀담아 듣고, 우리 어른들이 먼저 각성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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