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의 결혼사건 어찌 볼 것인가?

암 보다 더 무서운 치매란 무엇인가

김규성 | 기사입력 2013/11/16 [11:21]

치매노인의 결혼사건 어찌 볼 것인가?

암 보다 더 무서운 치매란 무엇인가

김규성 | 입력 : 2013/11/16 [11:21]
암 보다 더 무서운 치매란 무엇인가

치매란 정상적인 지적능력을 유지하던 사람이 다양한 후천적 원인으로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사고력 등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정상생활에 상당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행복했던 때, 사랑하는 사람들, 때론 아팠던 기억까지도 하나둘씩 잊게 되는 병, 사람들은 이병을 ‘치매(dementia)' 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2008년 42만 1000여명에서 올해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57만 6000여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2024년께는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모든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면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생긴 이 서글픈 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기 실제 있었던 치매를 앓고 있는 한 할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치매노인의 가족문제를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여기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사건기사를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그 내용을 각색해 본다.

한 평생 함께 살아온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스무 살이나 적은 간병인을 의지해 살아온 90대에 이른 할아버지가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다. 뒤 늦게 이 사실을 안 가족들은 아버지의 결혼이 무효라며 소송을 내기에 이른다. 법원은 어떻게 법률적 판결을 했을까 궁굼해 진다.

딸의 이야기-간병인이냐? 어머니냐?

한국에서 연락을 받은 건 몇 달 전 이다. 아버지는 치매로 의식을 자주 잃었다. 요양원으로 옮겨간 뒤로부턴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요양원에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버지는 대부분의 한국 아버지들처럼 평생 동안 자식을 위해 사셨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돈을 벌겠다고 일본에 건너가 일터를 잡아 성실한 성품으로 인정받아 먹고 살만한 재력을 쌓게 된 때는 환갑을 넘겼을 때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지병으로 알아 눕게 되면서 또 한 번의 슬픔이 찾아 왔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있는 간병사는 어머니를 간병했던 그 분이었다.

어머니가 허무하게 타향에서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셨다. 한국에 작은 아파트를 구입한 아버지는 간병인과 함께 살기 시작하셨다. 아버지보다 스무 살이나 적은 간병인이다. 다만 ‘아주머니’ 라고 부르는게 전부였을 뿐인데, 그분은 현재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아버지의 법적인 배우자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혼인신고는 불과 몇 년 전에 되어 있었다. 과연 치매를 앓고 게신 아버지가 온전한 정신으로 부부가 되겠다고 결정하셨을지 의문이었다. 요양원으로 찾아가 아주머니가 없을 때 아버지에게 넌지시 물었더니 “내가 승낙한 뒤에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결정해 버렸다. 이해할 수 없다” 간병과 가사를 도와주던 아주머니에게 어머니의 자리를 내어 줄 수는 없었다.

간병사의 이야기-아내의 역할을 다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의식을 잃는 환자 곁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가 마흔을 갓 넘겨 간병을 시작해 20년이 지났지만 매일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아침을 먹고 돌아섰는데, 아침식사를 잊을 때가 있고, 혼자선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부터 목욕까지 어린아이 돌보듯 붙어있어야 한다.

그렇게 십 수 년을 식사, 목욕, 화장실 볼일까지 수발들며 평생을 바쳐 아내의 역할을 다했건만, 혼인무효소송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 번도 치매환자의 수발을 들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자식이랍시고 나를 사기꾼 취급을 하고 있다.

부부가 되기로 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그 사람의 아내가 세상을 뜨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우리는 한 집에서 살기로 했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났지만 둘 사이는 좋았다. 자식들과 함께 여행을 할 때도 항상 동행했다.

혼인신고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남편은 자신의 병세가 악화되자 정신이 맑은 날, 내 손을 잡고 “혼인신고를 하라” 고 말했다. 남편이 하라고 해서 신고했을 뿐,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속이진 않았다. 평생을 헌신해 놓고도 하루아침에 남편의 유산을 노리는 사람처럼 취급되니 억울하다.

치매아버지 혼인신고,  법원의 판단은?

구십을 바라보는 치매 아버지의 혼인신고. “이 결혼은 인정할 수 없다” 며 소송을 낸 자식들에게 부산가정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신고를 인정한다.” 고 판결했다.

우선 법원은 2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을 ‘사실혼‘ 관계로 봤다. 인생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낸 남편은 70대로서 건강하여 귀국한 때였다. 만약 새 어머니가 ’간병인‘ 이었다면 별도의 월급을 받아야 했지만, 그런 기록이 없던 것을 증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자신보다 연상인 남편과 단 둘이서 생활하면서 살림을 했는데, 이는 간병인이나 가사 도우미로서의 의무라기보다는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의 의무에 가깝다” 고 해석했다.

하지만 ‘치매’ 를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혼인신고의 의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혼인에 합의할 의사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고 봤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사실혼의 관계가 유지되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고 판단했다. 아버지를 위한 효도가 무엇인지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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