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3회 시흥갯골축제를 다녀오다

<연재>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기사입력 2008/08/18 [09:39]

2008년 제3회 시흥갯골축제를 다녀오다

<연재>최영숙의 발길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입력 : 2008/08/18 [09:39]

 
  

▲ 친환경전기자동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참석자들     © 최영숙

   
2008년 8월 13일(수)부터 8월 17일(일)까지 열렸던 시흥갯골축제를 다녀왔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친환경 자동차가 관람객을 맞이하며 운행되고 있었고, 곳곳에는 제2회 시흥설치미술작가회전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 심봉진, 이남근 님의 행위예술 삶-갯골     ©최영숙

 

축제 첫날 오후 1시, 심봉진(한국화가) 작가와 이남근(설치미술가) 작가의 행위예술 ‘삶-갯골’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11번째 행위예술을 선보인 심봉진 작가는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흥 갯골은 우리나라에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내만 갯골입니다. 가꾸고 보존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이번 작품은 사라져 가는 갯골과 그곳에 살았던 생명체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머드(진흙)를 바르는 행위는 갯골만의 원초적인 사랑을, 연꽃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상징합니다.”

그들의 몸짓은 우리가 점차 잃어가는 가치가 무엇인지 침묵 속에 웅변하고 있었다.

 

▲ 소금창고와 불꽃놀이     © 최영숙


개막 공연이 끝난 밤 8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화려한 불꽃들이 오래된 소금창고 위로 쏟아져 내리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 시흥설치미술작가 이남근 님의 작품 [생태 커뮤니케이션]     © 최영숙

   
  이남근 작가의 설치작품 생태 커뮤니케이션 또한 인상적이었다.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는 물고기를 흰색으로 형상화하여 생태계 파괴의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 어린이들의 소금밭 체험     © 최영숙

  
 

▲ 어린이들이 해수풀장에서 놀다     © 최영숙


한편, 염전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소금을 거두는 소금 채취 체험이 한창이었고, 해수 풀장과 머드 슬라이딩장에서는 광복절 휴일을 맞아 찾아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기네스북 연 날리기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들     © 최영숙


8월 15일에는 연날리기 세계 기네스북 도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궂은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바람마저 도와주지 않아 기록원들이 철수하기까지 했다. 모두가 포기하려던 오후 6시경, 다행으로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방송이 들려왔다.

 

▲ 소금창고 위를 나는 쌍연 왼쪽 연이 세계기록 연이다.     © 최영숙

 

기록에 도전하는 김형인 님은 30여 명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연날리기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했다. 2.5미터 크기의 연 555개를 이어 띄워 총 1387.5미터를 날려 올리며 기네스북 등재에 성공했다.

 

이날의 성공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결실이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조차 불지 않아 기네스북 기록원들이 철수하기까지 했으나,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겨우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돌아가던 기록원들이 다시 발길을 돌려 확인한 끝에 세워진 기록이었다. 하나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마음을 졸이며 최선을 다하는 김형인 님을 보며, 최고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깊이 실감할 수 있었다.


 

▲ 기네스북 도전에 성공한 김형인(52)님     © 최영숙

  
 성공 직후 김형인 님께 소감을 물었다. 그는 대단히 기쁘다며, 우리 연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사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에도 초대받았으나 기네스북 도전 일정과 겹쳐 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기네스북 도전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연을 만들고 날릴 때마다 우리 연을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그는, 이번에 비가 오고 여건이 좋지 않아 연들이 많이 망가졌지만 기분만은 최고라고 덧붙였다. 소감을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숨길 수 없는 기쁨과 뜨거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 빗속의 해바라기 공연     © 최영숙

  

8월 15일 밤이 깊었음에도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렸다. 가수 해바라기의 공연은 빗속에서 그대로 진행되었다. 비가 내리자 많은 관객이 자리를 떠났지만, 오히려 끝까지 남은 이들은 빗속의 공연을 온전히 즐기는 분위기였다. 내리는 비는 공연장의 공기를 한층 낭만적으로 적셔주었다.

 

해바라기의 ‘모두가 사랑이에요’를 듣고 있으니 아주 오래전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관객 수는 적었을지라도, 해바라기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킨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라는 선물이 전해진 시간이었다.

 

▲ 새마을문고의 [알뜰 도서 교환전 및 도서대여]     © 최영숙

 

축제장 곳곳에 마련된 여러 부스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었다. 특히 시흥시 새마을문고의 알뜰도서교환전 및 도서 대여 부스가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헌책 두 권을 가져오면 신간 한 권으로 바꿔주는 도서 교환전은 인기가 무척 좋아, 인천이나 안양 등 인근 도시에서도 미리 헌책을 준비해 올 정도였다. 축제에 참여했다가 잠시 쉬어가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니, 도서 대여 역시 무척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 속 인물들을 설명해 주시는 최재갑(61) 님     © 최영숙



시흥문화원에서는 시흥 역사 전시관 및 생태공원 자료실을 운영했다. 이곳은 시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자료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었다.

 

전시관에서 만난 최재갑 님은 월곶에서 12대째 살고 계신 토박이로, 전시된 옛 사진 속 인물들을 한 분 한 분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사진 왼쪽부터 최옥천 전기출장소장, 원용익 면장, 최재형 월곶전기추진위원장, 장혁수 장곡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등 지역 역사의 주인공들을 가르쳐 주셨다.

 

사진 속 인물들을 직접 아는 분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무척 반갑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치 사진 속 인물들이 현장으로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지혜와 기억을 간직한 어른들이야말로 진정한 보배라는 생각이 깊어졌다. 옛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 어르신들의 모습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 빗속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아버지     © 최영숙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유모차를 밀며 축제장을 찾은 어느 젊은 아빠의 모습과 마주쳤다. 소중한 아이에게 축제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었을 그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시흥갯골에 노을 지다     © 최영숙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던 비가 저녁이 되자 비로소 걷혔다. 비에 씻겨 내려간 하늘 덕분인지 지는 노을은 더욱 맑고 아름다운 빛을 내뿜었다. 그렇게 갯골 너머로 시흥갯골축제 사흘째의 석양이 서서히 지고 있었다.
 

▲ 달빛 공연     © 최영숙



어느덧 달이 떠올랐다. 은은한 달빛 아래 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만나요’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마치 달빛을 위해 준비된 곡인 듯 분위기와 참 잘 어울렸다. 자전거를 타던 이들도, 의자에 앉아 쉬던 이들도 모두 발길을 멈추고 달빛 속에 잠긴 무대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 2008년 갯골축제 폐막을 알리다     © 최영숙



2008 시흥갯골축제의 마지막 날 진행은 강수정 아나운서가 맡았다. 이어 김태경 갯골축제위원장의 폐회 선언이 울려 퍼졌다. 이로써 5일간 이어졌던 2008년 제3회 시흥갯골축제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 가랑비 내리는 가운데 공연을 기다리는 관중들     © 최영숙

  
마지막 날 행사에도 다시 가랑비가 흩날렸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관객들은 비를 개의치 않는 듯 좀처럼 자리를 뜰 줄 몰랐다.


▲ 선정적인 러시아 무희들     © 최영숙

 
러시아 무희들의 춤은 축제의 성격에 비추어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어린이 동반 가족이 많은 행사임에도 밤무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 슈퍼주니어 공연을 하다     © 최영숙

 
이어 청소년과 관객들의 환호 속에 마지막 순서인 슈퍼주니어가 무대에 올랐다. 아침 일찍부터 안양과 서울 등지에서 모여든 팬들은 파란색 풍선을 흔들며 열정적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기에 함께 휩쓸리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 마지막 날의 불꽃놀이     © 최영숙


슈퍼주니어의 첫 곡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소금창고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곡의 무대가 끝나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불꽃놀이가 시작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 마지막 불꽃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로써 5일간 이어진 제3회 시흥갯골축제가 모두 마감되었다.
 

▲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사람들     © 최영숙

 

축제 기간 5일 동안 현장을 사진에 담으며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세대별로 제각각이었다.

 

소사동에서 온 한유빈 어린이는 만들기 체험 등 즐거운 놀 거리가 많아 즐거웠다고 전했다. 거모동에서 온 유성희 님 가족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과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정수기, 머드장에서 제공한 비닐 등 세세한 배려가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천에서 온 김인순 님은 방송을 보고 처음 축제장을 찾았으나 주변 정리가 덜 된 느낌이고 안내판이 부족해 행사장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시흥 토박이인 최재갑 님은 역사 전시관에 전시된 옛 사진 속에서 지인들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는 소회를 전했다. 장곡동의 이상구 님은 1회부터 빠짐없이 참석해온 애정 어린 시선으로 좁은 진입로와 먹거리촌의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잔치다운 활기가 조금 더 필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시흥문화원의 역사 전시관이 아니었다면 어르신들이 공감할 공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며 전시관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대체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풍성한 무료 체험과 놀 거리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내년에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 해바라기 공연     © 최영숙

  

중년층의 반응은 방문 시간대에 따라 엇갈렸다. 저녁 공연에 해바라기나 사랑과 평화 등 세대에 맞는 음악이 많아 좋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낮에 방문한 이들은 본인들이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로그램의 세대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의 질적 수준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식전 행사의 어수선함과 공연 순서 안내 미흡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놓친 관객들의 항의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특히 공연 중간에 진행된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에 대한 감사패 전달은 무대의 흐름을 끊는 운영상의 미숙함을 드러내며 시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 희망엽서를 달다     © 최영숙


경기도 10대 축제로 선정된 제3회 시흥갯골축제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행사장 내 희망 엽서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의 소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비록 운영상의 미흡함은 있었으나, 어린아이들은 즐거웠고 부모들은 편안해 보였다. 부족한 중장년층 전용 콘텐츠를 보완하는 것은 향후 축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 5 일간의 무대가 끝난  다음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     © 최영숙



교통편 부족과 안내 시스템 미비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생태공원 보호를 위한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몫이지만, 주요 방향에서의 이정표 부재는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축제 기간 내내 신속하게 수거된 쓰레기 덕분에 행사장은 청결하게 유지되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묵묵히 배수로를 정비하던 공무원들, 상냥한 미소로 관람객을 맞이하던 진행요원들, 그리고 세계 기록 도전을 위해 6시간을 기다린 김형인 님의 집념은 축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부족함과 노력들을 바탕으로 내실을 기한다면, 시흥갯골축제는 내만 갯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국적인 생태 축제로 더욱 단단히 자리 잡을 것이다. 내년에는 한층 더 알찬 축제가 되기를 기원하며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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