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문학 25집 출판기념회를 갖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7/12/15 [06:08]

소래문학 25집 출판기념회를 갖다

최영숙 | 입력 : 2017/12/15 [06:08]
▲ 소래문학 출판기념회에서 단체사진을 담다     ©최영숙

 

2017122일 달과 6펜스에서 소래문학 25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언어의 밭을 일구고 꽃 피우는 모임인 소래문학회는 1992년 시작된 시흥시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 동아리이다. 시향문학회, 당진의 호수문학회와 지인들이 함께 했다.소래문학 회장 이동호 시인은 올해는 무엇보다 최분임 시인의 천강문학상 대상 수상을 축하하고 시인의 당선작을 싣게 되어 더욱 풍성하게 되었다. ‘소래문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글과 서평 또한 실렸다.”고 했다.

 

▲ 안봉옥 시인 시 낭송을 하다     © 최영숙


안봉옥 시인이 천강문학상을 받은 최분임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부활초*

 

-최분임

 

푸른 피를 싹둑 자르거나 흘리지 않았는데

뿌리 뽑힌 한 구의 미라로 떠돈다

언제 물을 만나 를 퍼뜨리게 될지

층을 이루고 싶은 무게 중심이 바싹 타들어간다

사막이 공처럼 말아놓은 몸을 수시로 걷어찰 때

지평선 낮은 자세를 바퀴로 장착한다

하늘의 미간에 낀 먹구름을 의심하는 동안

뿌리의 수심은 수십 리 눈물길이다

이곳에서 비가 허락하는 일이란

말라버린 꿈을 맹렬하게 불러보는 일

툭 툭 빗방울 듣던 아랫도리

비릿한 잉태의 자세로 돌아서는 순간

일제히 무덤을 걷어차는 씨앗들

싹이 꽃이 열매가 강박의 속도로 온다

길들여지지 않은 방향에서

식은 핏줄들 환하게 발견된다

부활한 맨발의 한

또 한 죽음으로 달려가는 그 사이

매파媒婆 같은 찰나가 뜨겁게 서 있다

간절하지 않는 한 은 어디에도 없다

사막의 모가지는 아직 자라는 중이다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로 가뭄 때 죽은 것처럼 지내다가 비를 맞거나 수분 공급이 되면 살아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 시향문학회 정덕현 회장 인사말 하다     ©최영숙

 

시향문학회의 정덕현 회장의 인사말과 소래문학 25집을 축하하는 시루떡 컷팅식이 있었다.

 

▲ 유홍준 시인     ©최영숙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유홍준 시인의 초청강의가 시작되었다.

 

유홍준(1962)시인은 1962년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났다. 2005년 제1회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2007년 제1시작문학상, 2이형기문학상, 2012년을 제2회 농어촌문학상(시부문)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2004) 나는, 웃는다(창비, 2006) 저녁의 슬하(창비, 2011)가 있다.

 

형형한 눈빛의 유홍준 시인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80년대 내 삶은 요동쳤고 나는 몸부림쳤다.”고 했다. 그의 젊은 날 직업은 다양했다. 자식의 수술비를 벌어야 했던 양양에서 나무를 차에 싣는 산목 일, 시멘트 게는 일, 가장 힘들었을 때가 고추부대를 지고 가락동 시장으로 가는 차에 옮겨 싣는 일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118이라고 찍힌 도장이 안 잊어진다고 했다. 짐승처럼 살았던 그때 자신의 이름은 그냥 유 씨였다고 했다. “그때는 하늘과 땅이 딱 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글을 쓰게 된 것은 “90년도 구내식당에 상공회의소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하는 문학상공모를 보고 소설로 대상을 받았다. 그 뒤 시를 쓰게 됐다고 했다. “시는 내가 안 써도 돼 그 선택의 문제가 온다면 애 엄마나 애가 요구한다면 시를 버려야한다. 가족을 버리고 쓸 수는 없다.”고 했다.

 

▲ 유홍준 시인의 초청 강의를 듣다     ©최영숙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그만이 가진 시의 힘의 원천을 보는 듯했다. 철저히 바닥을 쳐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슬픔과 통쾌함을 가진 삶의 관조,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올라선 교수라는 현재의 자리 그러함에도 가족이라는 대명제 앞에는 모든 것이 의미 없다는 저 골수에 박혀있는 가장의 무게까지. 그만이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 없이

 

-유홍준

 

탱자나무 울타리를 돌 때

너는 전반부 없이 이해됐다

너는 주석 없이 이해됐다

내 온몸에 글자 같은 가시가 뻗쳤다

가시나무 울타리를 나는 맨몸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가시 속에 살아도 즐거운 새처럼

경계를 무시하며

1초 만에 너를 모두 이해해버리는 나를 이해해다오

가시와 가시 사이

탱자꽃 필 때

나는 너를 이해하는 데 1초가 걸렸다

 

시집 <나는, 웃는다>(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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