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 시인 '누군가 내 몸에 살다 갔다' 출판기념회를 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4/12/19 [20:00]

안정훈 시인 '누군가 내 몸에 살다 갔다' 출판기념회를 하다

최영숙 | 입력 : 2014/12/19 [20:00]
▲ 안정훈 시인 '누군가 내 몸에 살다 갔다' 출판기념회     ©최영숙


안정훈 시인은 2014년 12월 13일 오후 5시 신천동에 위치한 소야돈에서 가족 및 문우 80여 명을 초대하여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사회는 심우일 선생님이 맡았다.

▲ 안정훈 시인의 아내가 시를 낭독하다     © 최영숙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현재 소래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작가 소개는 안정훈 시인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의 아내 김동숙이 했다.

안정훈 시인이 아내를 위해서 썼다는 '못'을 낭송했다. 못 / 안정훈 / 너에게 견고하게 박혔으면 /정수리가 깨지도록 / 입에 사랑이란 액자를 물고 / 천년만년 녹슬지 않는 / 아내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그윽했다.

▲ 최찬희 전 미술협회장이 안정훈 시인에게 글을 써주었다     © 최영숙


박한석 예총회장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축하의 인사를 했다. 필붕(筆朋) "안 시인이 평생 펜을 친구 삼아서 살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썼다."고 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안정훈 시집' 누군가 내 몸에 살다 갔다'     ©최영숙


안정훈시집은 출판사 문학의 전당 시인선 186번으로 '누군가 내 몸에 살다 갔다' 제목으로 나왔다. 제목만 보아도 그의 깊은 내공이 보이는 듯했다. 

발문은 이준옥 소설가가 '낮은 것들에 대한 헌사'로 썼다. 안정훈 시인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준옥 소설가의 발문은 시집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안정훈 시인이 잘 발효한 생강식혜 같은 시를 가을 앞에 내어 놓았다. 시를 내 놓는 시인의 눈매는 웅크린 새우의 등을 만든다. 웅크린 새우의 등을 만든 시인의 눈매와 눈동자에 수줍음이 깃들어 있으나 자신의 시에 대하여 수줍어하지는 않는다.

시인은 얼키고 설킨 문단의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딱히 그런 욕심이나, 욕망도 없어 보이고)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점자를 찍듯 고개 숙여 묵묵히 자신만의 언어를 되새김질 한다.시인은 말 수가 적은데다 달변이지 못하다. 시도 그런 시인을 닮았다. 기교적이거나 현란스럽지 않다. 김홍도의 도강도 같은 여백이 있는 그의 시의 여백을 내가 찾아 갈 수 있을지 나의 인식이 의문스럽다. 

그러나 나는 나의 인식의 부족함과는 상관없이 시인의 심중에 담겼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그 언어와 여백을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 보고 즐겨 볼 참이다.

갓을 쓰지 않고 도포를 입지 않았지만 나는 시인의 언어에서 타락한 선비가 아닌, 과거 시험을 보는 시대가 사라져, 전혀 다른 시대로 훌쩍 날아 와 어쩔 줄 몰라 하는 선비의 모습을 본다. 과거 시험장이 사라져 과거를 보지 못하는 선비가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시를 쓸 뿐.................


어느 날
제 몸을 잘라서
감나무를 받아 들였네.

감나무는 고욤나무로 인해
감나무로 자라고
고욤나무는 제 몸을 다 바쳐
감나무가 되었네.

감나무는 감나무로 살지만
고욤나무는
제 몸을 죽여서 다른 삶을 살아가네. 

   -고욤나무 일부-




시를 읽은 후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 주고 남을 받아들여 그것이 되기까지의 고욤나무를 상상하니 고욤나무의 끙끙 앓는 신음소리가 들린다.

사랑도 고욤나무와 감나무와의 관계와 같지만 인간은 결코 고욤나무처럼 온전히 자신을 바쳐 상대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별과 눈물, 상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도 고욤나무 같은 사랑이 있다. 그것은 자식을 향한 어미의 사랑이다. 어미의 사랑은 고욤나무처럼 더 좋은 열매를 취하기 위하여 누군가 인위적으로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고욤나무보다 더 뜨거운 사랑이다."

▲ 담소를 나누다     © 최영숙


유종인 시인은 표지글에서 "탄맥炭脈속에서 캄캄하게 반짝이던 별이 이제 지상으로 나왔다. 본래대로 지상에서 천상을 바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간의 각고면려를 적잖이 지켜본 바대로라면 조금은 먹먹한 기분이 없지 않다. 호탕함과 유정함이 동숙하는 그의 인간미가 이 오래된 시편들 속에 능놀고 있다.

자연과 인간과 생사를 조율하는 그의 시에는 술과 꽃과 바람의 걸음걸이가 이 세속도시를 버리지 않고 걸어왔음을 보여준다. 그 사람과 그의 시가 두동지지 않고 한 어둠 속을 걸어 새벽이슬 냄새가 나는 이가 있다면 단연 안정훈 시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이슬의 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그의 천성天性일 것이다.

더불어 이 이슬은 눈물과 이야기를 받아안은 시의 '원정(圓井)에 수렴되어 주위의 얼굴을 비춰주는 심경(心鏡)으로 오롯하다. 눈물과 선비적 의기가 시를 한 몸에 거느린 지상의 별이 이제 서서히 천공에 오른다. 혼자만 아프게 애완하던 별을 모두의 하늘에 오려 가슴 한 번 찡하게 반짝이는 못으로 박아두었다."고 했다. 안정훈 시인을 오래도록 지켜본 이만이 쓸 수 있는 표지글이었다.


▲ 안정훈 시인 출판기념회를 하다     © 최영숙


안정훈 시인은 다음과 같이 감사의 글을 적었다.


초대글
                  안정훈

두근거릴 일들이 많다는 것은
설레는 날들이 많다는 것은
살아 있어서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늘 곁에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당신이 있기에
난 언제나 뜨거운 가슴을 가졌다고
그리움이 쌓이는 추운 날씨에
그대라서
그대가 오셔서
전 행복합니다
오늘 뜨거운 정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고 했다.

늘 한결같은, 어눌한 말 속에서 나오는 그의 말은 간결하다. 그가 시를 쓰면 노래가 된다. 날씨는 차가웠지만 평온하고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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