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대산문화재단(이사장·신창재)이 대상자를 선정, 지원하는 2011년도 ‘대산창작기금’ 및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증서수여식이 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있었다.
| ▲ © 최영숙 대산문화재단 신창재 이사장으로부터 증서를 수여받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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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은 이날 경과보고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주요 문예지에 안내공고를 게재하고 지난 2월 21일부터 5월 31일까지 3개월여 동안 지원신청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대산창작기금은 시, 소설, 희곡, 평론, 아동문학 등 5개 장르에 걸쳐 등단 10년 이하인 신진문인을 대상으로 지원신청서와 함께 해당 장르 책 1권 분량의 작품을 신청 받았으며 총 3백 56건을 접수하였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대산창작기금에 시 부문 3명, 소설부문 2명, 아동문학 부문 2명, 희곡, 평론 부문 각1명 등 모두 9명의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으며 이날 증서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수여식에서 시흥시 장곡동의 임경묵(소래문학 회원, 문산제일고 교사)씨가 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시 부문 심사평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제 19회 대산 창작 기금에는 시집 1권 분량의 편수를 원칙으로 모두 167명이 응모하였다. 세 명의 심사 위원이 1차 윤독한 후, 2차 심사 대상작을 대상으로 2차 윤독을 거쳐, 3차 최종 심사 대상작을 결정하였다.
처음에는 등단 10년 이하의 시인의 작품 세계를 한꺼번에 살필 수 있는 계기여서 공부도 할 겸 흐뭇한 마음으로 시작하였지만 막상 167권의 시집을 읽어 내려가자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경향성은 대체로 이러했다. 첫째, 서정에 기대어 가족, 고향, 자연, 사물 등에 가탁하는 존재론적 사유를 드러내는 시. 이 경우 지나치게 기억에 의존하여 현실의 생동감을 잃어버리는 약점이 있었으며 전언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미학성이 떨어지는 시가 많았다. 둘째, 존재론적 사유를 드러내지만 도시, 현재, 자아, 타자, 세계 등에 일정한 시선을 두고 새로운 서사로 읽어내려는 시. 비교적 안정적인 시적 형식과 내용을 갖추었지만 진지한 통찰을 의도적으로(?) 소거시킨 듯.
셋째, 주체, 현실, 대상의 균열 속에 아방가르드적인 미적 모더니티를 산포시키는 시. 무시간성, 이질적인 공간, 선험 부정에 대한 옹호, 반윤리, 키치 등이 앞을 향해 있고 황량하고 고독하여 미래에 거처를 두고 있는 경향. 세 명의 심사 위원은 역량 있는 신진 발굴과 양성에 역점을 둔다는 심사 기준에 의해 장래성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선정하였다.『샴 외』(박성준)는 최근 시적 경향에 물줄기를 두고 있으면서도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지류를 이루려는 듯 경험적 사유를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대와는 구별 지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이로 인해 주체의 목소리가 컸다.
『과(果)를 새기다 외』(임경묵)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서사를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가독성과 시의 본원적인 것을 되새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시는 솔직한 것이 전부는 아닐 터.
『태양의 과녁 외』(한세정)는 미적 모더니티를 포합하면서 우리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적이었다. 이 밖에『정물 외』『거웃 외』등도 오랫동안 심사위원들을 망설이게 했던 작품이었다. 시대도 바뀌고 세대도 바뀐다. 당연한 이치다. 시도 보다 새로운 방향으로 바뀔 때이다. 이런 의미에서 젊은 시를 읽고 난 후 느낌은 보람에 찬 것이었다. 이들의 시를 읽으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세대의 자리를 염려해서가 아니다. 나태가 일생을 망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축하와 위로를 보낸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수상자들 얼굴 위로 플래시가 터졌다.
사과나무 가지 펴기 / 임경묵
밤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별빛 따라
센서 등처럼 사과 알이 반짝 빛납니다
바람도 사과나무 가지에 둘러앉아
사과 알 하나씩을 붙들고 후후 후후 불어줍니다
사과 알이 더욱 반짝 빛납니다
초승달처럼 구부러진 가지에
풋풋풋 풋사과 웃음소리 들릴 듯합니다
서둘러 가을이 붉어지면
나는 한 마리 푸른 애벌레가 되어
사과나무의 붉은 통점(痛點) 한 알을
입 안 가득 삼키고 있다가
단물 흠뻑 뒤집어쓰고 싶습니다
비탈 밭에 데구루루 구르다가
아무 데나 멈춰
배꼽 아래를 느슨하게 풀고 누워
달디단 우화(羽化)를 기다리고 싶습니다
몇 년째 아무도 돌보지 않은 과수원
비탈 밭에 굴신(屈身)했던
사과나무 하나 둘 가지를 펼 때 즈음
개집이 놀고 있다 / 임경묵
개 도둑놈덜 보아라
니들 잡히기만 해봐라
증말 다 뒈진다
뒷다리 쳐들고 오줌 갈길 때
개털 날리게
사타구닐 후려 갈 길 놈아
훔쳐간 개 훌륭히 잘 키워서
물려 뒈지기 싫으면
빨리 제자리 갖다 놔라
벼락 맞아 꼬꾸라져 부솨질
놈아
개집이 놀고 있다.
개 주인장 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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