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묵 시인의 독자 리뷰
임경묵 시집 『체 게바라 치킨 집』
최분임 | 입력 : 2018/09/04 [15:50]
-최은묵 시인
■ 시인의 말
골목 저편엔
언제나
저녁의 살점을 파먹는
낯익은 고음들……
나는 이 골목에 소속되어 있다
염소가스 누출사건
누가 염소의 뿔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뿔을 바로 잡는다는 건
잃어버린 염소를 찾아
여름 강둑을 헤매던 할머니를 위한
마지막 예의
할머니가 더는 홀로
저물녘을 되새김하지 않게,
한 가지 발음만 고집하다가 달아난 염소의 배관에
더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자정이 되도록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파트 창문마다
초록의 장식을 더 늘려야 하나
현관문을 활짝 열고
조율이시 홍동백서 좌포우혜는 제대로 지켰는지
메와 갱은 따뜻한지
다시 살피는 아버지
부웅- 부웅-
창틈에서 바람이 운다
촛불이 염소의 뿔처럼 휜다
누가 저 촛불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늙은 염소의 목줄을 붙잡고
할머니가 들어오신다
염소도 자루 같은 젖을 덜렁이며 창틈으로 들어온다
할머니와 염소는
초록이 우북한 여름 강둑에 앉아
서로의 울음을 울어 주다 왔을 것이다
아버지, 이제 초록의 향을 피우세요
비로소 뉘엿뉘엿
자리에 앉으시는 할머니
염소도 귓속말 같은 방귀를 부웅- 부웅- 뀌면서
할머니 곁에 앉는다
임경묵 시집 『체 게바라 치킨 집』 (시인수첩)
임경묵의 첫 시집 『체 게바라 치킨 집』이 지닌 사회적 질문은 내밀하다. 그것의 최종 목표는 어떤 저항이 아니다. 매일 해야 하는 숙제처럼 심중에 남게 만드는 불편한 목소리들. 현상을 되짚어보는 복기(復棋)의 방식이 임경묵 시인의 스타일이다.
그것은 “더는 못 참겠다며/ 시식용 닭 날개 튀김을 체 게바라에게 던”지는 행위로도 나타나고, “에미 쥐를 잡아야”한다며 보다 근원적인 방책을 찾기도 하고, “기타가 없으면 노동도 없고/ 노동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제시하기도 하고, “사워크림 초코쿠키”의 레시피가 던지는 핏빛 목소리를 지니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대상의 그늘을 향해 과장된 몸짓 없이 내미는 시인의 손에 주목하게 만든다. 과하지 않은 감정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공백이다. 하지만 그 공백이 지닌 울림에서 낮게 감지되는 어떤 ‘틀’의 잔상. 임경묵 시인은 그 ‘틀’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 기다렸던 임경묵 시인의 『체 게바라 치킨 집』이 세상에 던지는 화두에 함께 고민하며, 그의 다음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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