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갇힌 제부도에서 관음상을 만났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5/07/25 [00:00]

얼음에 갇힌 제부도에서 관음상을 만났다

최영숙 | 입력 : 2005/07/25 [00:00]

 

▲ 제부도 관음상 모습 바위     © 최영숙

 

더위가 정점에 이르렀다.  기상청은 100년만의 더위가 없다고 했건만, 체감온도는 살아오면서 기억된  더위 중 최강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시간을 6개월 뒤로 되돌려 보았다.

올겨울 들어서제일 춥다고 방송하던 날  영하 12도, 체감온도 25도의 2005년 2월 1일 제부도로 들어섰다.  겨울이면 바닷물이 언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제부도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얼음바다였다.  제부도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고래바위가 보였다.  고래바위는  제부도에 와서 바위를 처음 보았을 때 모양이 마치 잃어버린 한조각을 찾아 다니는 동그라미와도 비슷했고 입을 벌리고 있는 고래의 입과도 비슷했다.  이름을 고래바위라고 지어주었다. 고래바위 앞 쪽은 얼음들이 둥실 떠 있었다. 새로운 풍경이었다.

 우리나라 지도 모양의 얼음덩어리를 만났다.  바닷물이 나가면서 추운 날씨에 갑자기 얼어 붙은 제부도의 얼음은 거품 같기도 했고 만지면 비릿한 바다냄새가 났고 미끈거렸다.  쨍한 기운이 나는 민물에서 얼은 얼음들과는 또한 틀렸다.

고래 바위의 뒷모습이다. 앞에서 보면 고래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 같았는데  뒷 쪽은 다정한 연인이 소곤대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었다. 얼음 목도리를 두르고 귓속말을 나누는 듯했다.

고래바위의 옆모습을 보고 깜짝놀랐다. 자애로운 관음상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눈매와 코, 두툼한 귓볼까지 모습이 고스란히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형상을 만나는 것은 순간의 눈길이다.

 그렇게 많이 제부도를 왔건만,  늘 고래바위라고 불렀던 바위에서 바다를 향해 눈길을 주고 있는 관음상의 모습을 만났던 것이다.

  특이하고 신기했던 새로운 만남이었다.

 뒤쪽으로 돌아 나오니  사찰에서 나오신 듯한 복장의 신도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앞쪽으로 가시면 관음상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분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이쪽에서 엄청한 기운이 뻗쳐서 찾고 있었다며 알려줘서 고맙다며 앞쪽으로 서둘러 갔다.

 여행이 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옷깃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들의 만남이다.


여래상 바로 뒷면에서는 고릴라의 모습을 만났다.  고릴라 상은 여러 생각을 갖게 했다. 전의 앞면과 뒷면 처럼 세상의 모든 사물들도 이처럼 양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훌쩍 떠나는 여행이 즐거운 것은 번개에 맞듯이 순간적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는 풍경들과 사람들과의 예고없는 만남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길은 오고 가는 길이 한 선상에 놓여있다. 가는 곳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내가 어느 방향을 향해 서  있느냐가 관건이다.


 2005년 2월 1일 제일 춥다는 일기예보만 듣고 떠났던 제부도 얼음 바다 여행은 여러 형상과 생각들이 합쳐진 하루였다.


 중복더위에 벌써부터 찌는 듯하다. 그러나 이 더위 또한  6개월 후면  생각나고 그리워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좀 더 수월해진다.

 더위를 피해 추운 나라로 떠나는 사람은  추워지면 다시 더운 나라로 떠날테니 늘 도망가는 나그네 아닌가!싶어 잠시 웃었다.

 사람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이 여름 더위를 만나기가 100번이 힘들터이고, 그 또한 지나간 세월이 이미 많이 지났다.

 이것이 100년 만의 더위라면 10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혜성을 만난 기분으로 지지분하게 도망 다니지 않고 이 여름을 한 번 제대로 느끼면서 지내려고 한다. 

 더위야,  맘껏 네 세상을 펼쳐봐라.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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