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시상식과 대상작 '매조도를 두근거리다'

이상애 | 기사입력 2014/11/19 [22:55]

'제 12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시상식과 대상작 '매조도를 두근거리다'

이상애 | 입력 : 2014/11/19 [22:55]
▲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시상식' 모습     ©최영숙


대한민국 대표 커피전문기업인 동서식품의 '제 12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시상식이 11월 18일 서울 소궁동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로 25년째를 맞이한 국내 대표 여성 신인 문학상인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공모전에는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응모했으며 초심, 예심, 본심까지 3차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최종 대상작으로 최분임 씨의 시  ‘매조도를 두근거리다’가 선정됐다. 

'매조도를 두근거리다'의 최분임 씨는 아래와 같이 수상 소회를 밝혔다.

 "진화가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벌써 퇴화가 시작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몸이, 생각이 둔해지자 금세 눈치를 챈 이 짐승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달래고 어르다 주저앉을 때도 많았다. '돈도 되지 않는 고삐를 잡고 왜 시간을 허비 하느냐'는 주위의 힐난도 감수하며 詩를 붙들고 있다.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어느 한 모퉁이조차 돌지 못하고 머뭇거리지만 이 짐승의 고삐가 마치 스스로의 목줄인 양 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고 싶지 않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지루한 길 위에서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사실은 즐겁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동서식품이 깔아준 멍석 ‘멘토링클래스’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불안한 증상이 다시 시작됐다. 놀이판이 마냥 행복하면서도 초라한 글을 내보이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고삐를 바투 잡고 욕심을 부렸다. 칭찬과 격려의 회초리를 내리쳐 준 신용목, 박성우, 문태준, 박성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힘드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겐 잊지 못할 두 달이었다. 가슴 속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친 어느 날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매조도에 얽힌 사연을 접하게 됐다. 그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다 부인 홍씨에 빙의되듯 글이 가슴에서 터져 나왔다. 본부인에게서 난 딸과 소실에게서 난 딸에게 남긴 매조도는 한 달 간격으로 그려진 것이었음에도 그림의 분위기와 詩는 사뭇 달랐다. 생각이 많아졌다. 가슴이 먹먹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다산초당을 조만간 다녀올 생각이다. 저 세월 안쪽 그분들에게 죄송함과 감사함이 겹친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데나 슬쩍 발을 넣어 보는 짐승을 엄살 부리지 말고 끌고 가라는 채찍질임을 압니다. 서로에게 덤덤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 서로 고삐를 놓치지 않게 늘 한 끝을 잡아주는 소래문학회 식구들, 자매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대구의 백년회 멤버들, 일일이 이름 거론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친구들, 시흥문협 회원들, 천북초등학교 43회 동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이날 시상식에는 소설가 김홍신 영화배우 안성기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가운데 수상자들과 함께 했다.

▲ '제 12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시상식 모습     ©최영숙

 



매조도梅鳥圖*를 두근거리다
                           

                                                  최분임

                                                     


치맛자락에 달라붙는 연둣빛을 털어내고 들어왔습니다.

세월의 말간 걸음걸이 당신의 기별인 듯 이곳은 염두에 두지 말라고 한바탕 퍼붓고 돌아섰습니다. 녹슨 쟁기, 가슴에 고랑을 만드는 기척을 다 북돋워 주지 못했습니다. 땅이 속눈썹을 떨며 일어서는 악착, 봄이라 불러주지 못했습니다.

봄빛 우북한 매조도가 우물물 한 바가지에 꽃잎 몇 띄워 건네는 그 품을 헤아립니다. 한기 끝에 매달린 꽃을 고쳐 눈물 내려놓으라는 당부로 읽습니다. 뒤돌아보는 새 한 마리, 꽃 대신 당신에게 낯선 얼굴이었을 때 분홍에 가까웠던 시간을 묻습니다. 위리안치圍籬安置된 매화나무, 여백의 방향을 결정짓지 않고 가장 먼저 도착합니다.

처마 밑 둥지를 튼 슬픔이 툭 하면 날개를 펴는 통에 매조도 속 나뭇가지, 비어있기 일쑵니다. 털썩 주저앉은 툇마루를 물고 날아가는 새 두 마리, 먼 강진이 깃털처럼 흩날려도 다홍치마 화폭 당신은 끄떡도 않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리움은 그림자조차 거느리지 않고 피는 꽃 아니던가요. 뿌리도 모르고 향기도 없이 왈칵, 쏟아지는 허방 아니던가요.






*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이 시집간 딸을 위해 부인의 치마폭에 그림과 시를 그린 것



▲   다산 정약용이 본처 딸을 위해 그린 매조도   ©이상애
 
훨훨 새가 날아와, 우리집 마당 매화나무에 앉았네(翩翩飛鳥 息我庭梅)
짙은 향기에 이끌려, 흔연히 찾아 왔으니(有烈其芳 惠然其來)
여기에 멈추고 이곳에 깃들어, 함께 집짓고 즐겁게 살자구나(奚止奚樓 樂爾家室)
꽃이 핀 다음에는, 열매도 가득 맺으리(華之旣榮 有賁有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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