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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고려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문희석 ©시흥장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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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 「상고천진론」에는 진인(眞人)의 삶을 설명하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提挈天地 把握陰陽 呼吸精氣 獨立守神
전통적으로는 "천지를 거느리고, 음양을 파악하며, 정기를 호흡하고, 정신을 지킨다"라고 번역된다. 그러나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단순한 수양의 방법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생명철학으로 읽을 수 있다.
먼저 제설천지(提挈天地)는 천지를 지배하거나 다스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은 천지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인간은 천지의 일부이며, 우주의 질서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이다. 따라서 제설천지는 "천지의 질서와 상응하며 그 흐름을 통찰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현대 과학의 언어로 말하면 인간은 끊임없이 우주와 정보를 교환하는 존재이다. 태양의 빛은 생체시계를 조절하고, 계절의 변화는 호르몬과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며, 자연의 리듬은 우리의 수면과 각성 주기를 결정한다. 진인은 이러한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는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고 자연과 공명한다.
다음으로 파악음양(把握陰陽)은 변화의 원리를 이해하는 삶이다. 음양은 단순히 밝음과 어둠, 남성과 여성을 뜻하지 않는다. 움직임과 휴식, 긴장과 이완, 소비와 회복,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처럼 생명 현상 속에 존재하는 모든 균형의 원리이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활동하고 경쟁하며 성취하려 한다. 그러나 음양의 관점에서 보면 성장도 휴식 위에서 이루어진다. 진인은 힘을 써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안다. 그는 균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유지한다.
호흡정기(呼吸精氣)는 에너지의 관리이다.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를 칼로리나 영양소로만 생각하지만, 생명의 본질은 세포 수준의 에너지 흐름에 있다. 호흡을 통해 공급된 산소는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라는 생명 에너지로 전환된다. 진인은 단순히 숨을 쉬는 사람이 아니라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 신경계와 대사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사람이다.
호흡이 깊고 안정되면 자율신경은 균형을 찾고, 마음은 고요해지며, 세포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래서 고대 의학은 호흡을 단순한 생리작용이 아니라 생명의 근본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독립수신(獨立守神)은 의식의 주인이 되는 삶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스마트폰 알림, 뉴스, 광고, 타인의 평가와 욕망에 끊임없이 반응한다. 그러나 진인은 외부 자극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
독립수신은 세상과 단절된 고독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할 수 있고, 욕망과 충동에 지배되지 않는 의식의 자유를 의미한다.
결국 진인의 삶은 특별한 능력을 얻는 것이 아니다. 천지의 흐름을 통찰하고(提挈天地), 변화의 원리를 이해하며(把握陰陽), 생명의 에너지를 조화롭게 운용하고(呼吸精氣), 깨어 있는 의식을 유지하는 것(獨立守神)이다.
이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참사람 진인은 에너지와 정보와 의식이 통합된 인간이다. 그는 자연과 단절되지 않고, 자신의 몸과도 분리되지 않으며, 외부 자극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천지와 공명하고, 생명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황제내경』이 말한 진인은 신비로운 초인이 아니다. 그는 우주의 질서와 상응하며,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을 잃지 않는 참 사람이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양자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인간상의 모습 또한 바로 이러한 진인의 모습일지 모른다.
문희석 경희고려한의원장은 시흥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한의학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031-315-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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