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 배우며 정을 쌓아요"

군자동네관리소 다문화 여성 한국음식 배우기 진행

민정례 | 기사입력 2018/08/06 [12:20]

"한국 음식 배우며 정을 쌓아요"

군자동네관리소 다문화 여성 한국음식 배우기 진행

민정례 | 입력 : 2018/08/06 [12:20]
 
“너무 짜면 설탕을 더 넣으세요”
 
도일시장의 마을회관인 아지타트에 들어서자 한 줄로 길게 늘어선 탁자 위에선 지글지글 돼지고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빨간 양념으로 옷을 입힌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가니 냄새만으로도 입맛이 돌았다. 
프라이팬을 열심히 만지고 있는 이들은 젊은 주부들이다. 4명 모두 중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요리 강사로 선 이는 신영희 씨다. 주부경력 40년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군자동네관리소 운영위원회 중에서 여성 위원이 많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나이가 제일 많아 강사로 나섰다’는 겸손으로 음식솜씨를 감췄다. 하지만 신 씨는 해마다 군자봉 해맞이 무료 떡국을 준비하는 베테랑 요리꾼이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군자봉에서는 해맞이 행사를 하는데 군자동 어느 비닐하우스에서 무료로 떡국을 대접해 준다. 보통 1천200여 명이 떡국을 먹으러 온다는데 1천인분 이상의 음식 준비를 직접 한다. 김치도 김장 때 500포기를 담가 항아리에 묻었다가 1월1일에 꺼낸다.
 

▲군자동네관리소에서 이주여성들과 함께하는 한국음식 만들기 강좌를 열었다.     ©민정례

 
“간장을 더 넣을까요?”
돼지고기가 익고 파와 고추 등의 채소를 넣고 참기름으로 마지막 양념을 한 후 맛을 본다. 똑같은 재료와 양념으로 요리를 했어도 저마다 맛이 다르다. 서로서로 맛을 보고 부족한 양념을 지적해 준다.
 
“우리집 식구들은 다들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 반찬은 꼭 올리는 편이에요”
여기서 만든 반찬은 각자 반찬통에 담아 싸간다. 다문화 여성들과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 강좌는 군자동 동네관리소가 기획해 진행하는 것이다. 군자동네관리소 운영위원들은 마을에서 진행할 강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동네에서 종종 만났던 이주여성들을 떠올렸다.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다가 한국 음식도 가르쳐 줄겸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자고 결정했다. 이경주 실장은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이면서 다문화 가족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라며 “한국의 문화도 알리고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친밀해 지는 계기가 됐으면 해서 이번 강좌를 열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했는데 9월까지 진행되는 꽤 긴 호흡의 강좌이다.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다들 전문가들이야”
신영희 강사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주 여성들을 향해 이미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 요리 강좌에는 4명의 이주 여성이 참여했는데 모두 중국에서 왔다. 이들은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해 살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아이들이 8살, 7살, 6살, 4살로 왠만한 가사일은 익숙하다. 그리고 대부분 남편 입맛에 맞춘 음식을 자주 만들면서 한국음식을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을만큼 베테랑들이다.
 
네 명의 이주 여성들은 모두 같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소식을 듣고 지원해 참여하게 됐다. 
 
“음식 만들기는 같이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집에 가져갈 수도 있으니 좋아요”라고 말한 송수영 씨. 1997년 중소기업에 연수로 와서 지금까지 한국에 살고 있는 그녀는 주로 중국에서 건너온 동포들과 어울린다. 한국 사람들로부터 느꼈던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굳이 입밖에 꺼내진 않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원주민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마음과 언어가 더 잘 통하는 중국에서 온 동생들과 서로 살뜰히 챙기며 잘 살고 있기 때문.
 

▲군자동네관리소에서 이주여성들과 함께하는 한국음식 만들기 강좌를 열었다.      ©민정례

 
이들 네 명 중 두 명이 한족, 두 명이 조선족이다. 조선족인 변 영 씨는 “조선족은 청국장, 된장찌개 모두 다 먹을 정도로 생활방식이 한국과 똑같다”라며 이곳에서의 삶이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동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찾아 참여하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은 복지가 잘된 편’이라고 말했다. 주로 요리나 여행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마을과 이웃, 한국 원주민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만들기 체험이나 요리 등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한국 사람들과도 친해지지 않을까요?”라며 조심스레 진단했다.


 
*이 기사는 마을잡지 슬슬 7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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