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인가, 법통인가
경희고려한의원장 한의학박사 문희석 | 입력 : 2026/08/2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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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고려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문희석 ©시흥장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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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이어가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혈연이나 지연과 같은 관계를 통해 자리를 물려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전통의 정신과 원리를 깨닫고 자신의 인격과 실천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전자를 세습이라 한다면 후자를 법통계승이라 할 수 있다.
세습의 문제는 혈연 자체에 있지 않다. 혈연으로 이어졌더라도 전통을 깊이 공부하고 그 정신을 실천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발전시킨다면 그것은 훌륭한 법통계승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혈통이 능력을 대신하는 순간이다. 자격과 역량을 묻지 않고 “누구의 자식인가”만으로 계승의 권리가 주어진다면 전통은 생명을 잃고 껍데기만 남게 된다.
그렇다면 법통이란 무엇인가. 법통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성정(性情)·지각력(知覺力)·행동능력(行動能力)의 계승이라고 생각한다. 성정은 정신의 뿌리로서 원칙과 철학을 세우는 힘이고, 지각력은 견문과 학습을 통해 진리를 분별하는 힘이며, 행동능력은 전략과 기술로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힘이다.
특히 한의학에서 법통의 의미는 더욱 깊다. 한의학은 단순한 치료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몸과 마음, 질병과 생명을 바라보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황제내경』에서 시작하여 수많은 의가들의 경험과 지혜가 축적되어 오늘의 한의학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한의학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옛 처방의 이름이나 술기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선현들이 질병과 인간을 바라보았던 정신을 이해하고, 그 원리를 오늘의 임상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참된 계승자는 과거를 복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통의 본질을 보존하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혈연은 계승의 배경이 될 수 있지만 자격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반대로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해서도 안 된다.
결국 세습은 사람에게 전통을 물려주는 것이지만, 법통은 사람을 통해 전통의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전통의 미래는 누구의 자식인가에 달려 있지 않다. 누가 그 정신을 품고, 깨닫고, 실천하여 다음 시대에 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문희석 경희고려한의원장은 시흥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한의학 정보를 지속 적으로 알리고 있다. 031-315-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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