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Ⅲ

상삼재-벽소령대피소-천왕봉-유평과 백무동

김광수 | 기사입력 2017/08/07 [19:05]

지리산Ⅲ

상삼재-벽소령대피소-천왕봉-유평과 백무동

김광수 | 입력 : 2017/08/07 [19:05]

 

▲ 천왕봉 가지전     ©김광수

  

지인들과 대포 한 잔 하다가 산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산을 이야기 하면 지리산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자연히 지리산 이야기가 나오다가 가자. 가자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졌고 대번에 멤버가 8명이 구성 되었다.

 

문제는 대피소인데 휴가철이라 인기가 있는 세석대피소나 장터목 대피소는 잡을 수가 없어 대기자로 접수해 힘들게 벽소령대피소를 예약 할 수 있었다.

 

지리산은 종주 하려면 오르내리는 구간 말고도 능선으로만 25km 이상을 가야 하니 하루에 종주하기는 무리다. 예전에 큰맘 먹고 무박 종주를 결행했다가 70% 이상을 가고도 폭우로 인해 중도 하산한 일이 있어 다시 도전을 맘먹고 있다. 대개의 코스가 비교적 짧은 성삼재 코스나 백무동 또는 피아골 코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등하산 코스10km 이상이 되니 종주를 하면 35~40km 산행이 되는 것이다.

 

종주를 처음 하는 사람도 있어 시작은 수월한 성삼재에서 시작 하였고 하산은 대원사 코스와 백무동 코스로 나누어 하게 되었다. 일행 중 승합차가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 경비도 절감되고 편히 오갈 수 있었으나 차에 짐이 많다보니 8명이 타기에는 비좁은 편이다.

 

8명이 탄 차가 버스 전용차로를 달려 막히지는 않았으나 기사님이 워낙 안전 운전을 하시다 보니 4시간이 넘게 걸려 반선에 도착했다. 예전에 자주 다니던 뱀사골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노고단 통과 시간이 촉박하다하여 빠르게 노고단을 올랐다.

 

 

▲     ©김광수

 

 

산 아래는 맑은 날씨인데 위로 오르니 많이 흐렸고 가스가 차서 시계가 좋지 않았다. 돼지령 임걸령 노루목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 대개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우리는 조금만 더 가면 오늘의 숙소인 벽소령이라 잠시 쉬고 통과 하였다. 배도 고픈데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냄새 피우면서 소주 한잔 하는 것을 보니 더 더욱 빨리  지나쳐야만 했다. 노고단 고개 통과 시간이 한 시경이었는데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니 어두워졌다. 배낭이 무거웠는지,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연식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힘들었다. 그래도 힘든 산행 후 하게 되는 식사와 대포는 꿀맛이다. 안 해본 사람에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김치찌개도 끓이고 라면도 끓이고 오리도 굽고 소고기도 구워 황제의 밥상도 부럽지 않은 식사를 했다. 오후 9시면 취사장이 소등을 하기도 하지만 내일 새벽에 출발하기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종주룰 하는 구간 중 벽소령이 거의 절반에 해당되는데 대개는 여기서 3시간 정도 더 간 세석대피소에서 숙박을 해야 다음날 부담이 덜 된다. 예전에 지리산 종주를 했을 때 동료가 가장 깊은 숙면을 취했다고 하듯이 산행 후 자는 잠은 꿀잠이. 얼마나 잤는지 모르게 누군가 깨워 일어나 보니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아침에 바가 질척질척 내리고 있다.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하산 하자는 사람도 있지만 종주하면서 지리산에서 비 맞는 일은 예사 아니던가! 1,500 고지가 넘으면 기후가 변화무쌍 하여 순식간에 비도 오고 개기도 하는 것이 일상이다. 우비를 꺼내 입고 가다가 덥기도 하고 많은 바가 아니기에 비 맞으면서 전진했다. 벽소령 대피소를 좀 지나 큰 바위 밑에 술을 한 병 숨겨 놓았다. 지리산 정기를 받은 술을 다음에 먹기 위함이다. 천왕봉 아래에도 있는데 이렇게 묻어 놓은 술이 전국에 20여병은 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 하도록 하겠다 

 

▲ 세석 대피소를 통과면서 휴식 중. 야생화가 아름답고 뒷 봉우리가 일출이 아름다운 촛대봉     © 김광수


 
선비샘 지나 세석 대피소 위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한참을 쉬었다. 밥도 안 주고 강행군만 한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에 일어나 아침도 안 먹고 계속 가기만 하니 무리도 아니다. 쵸코파이나 소시지 등 행동식으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다. 경관이 좋은 촛대봉에 왔지만 볼 것이 없다. 안개인지 가스인지 시계가 매우 불량이다.

 

 선비샘 지나 칠선봉 영신봉을 거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다. 영신봉을 오르는 길은 지리산 종주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대부분 길이 고목 아래 아니면 정글처럼 우거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이 길 만큼은 시야도 탁 트이고 길도 아름답고 가파르지도 않고 마치 하이킹 코스 같은 느낌이다. 마치 어의곡에서 출발 해 소백산 정상 밑의 아름다운 길을 연상케 한다.

 

▲ 아름다운 길     © 김광수

 

 장터목 대피소에서 식사를 하며 푹 쉬었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기에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즉 대피소가 아니면 취사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대피소가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한 시간만 가면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이다. 장터목에서 천황봉은 1.7km인데 처음 600m와 마지막 500m가 힘든 구간이다. 가끔 구름이 걷히기는 하지만 정상의 시계도 별로 안 좋다, 한 시경에 정상에 도착하니 무척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다. 우리도 줄을 섰다가 많이 와 봤으니 단체 사진만 찍고 다른 분들을 위해 빨리 비켜 주었다. 새벽에 출발해 바로 올라오면 7~8시면 정상에 닿는데 이때는 몇사람 없다. 대개 중산리나 백무동에서 올라오면 최단 코스가 되는 것이다. 

 

▲ 지리산 정상에서     © 김광수

 

백무동계곡과 대원사 쪽으로 나누어 하산 한 후 예전에 갔던 유평의 갑을식당에서 닭백숙과 삼겹살로 거나하게 대포한잔 하고 푹 잠을 하니 어디 神仙이 따로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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