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Ⅱ(중산리-천왕봉-백무동)

김광수 | 기사입력 2017/03/20 [17:29]

지리산Ⅱ(중산리-천왕봉-백무동)

김광수 | 입력 : 2017/03/20 [17:29]

 

▲     ©김광수

 

봄이나 가을철에는 산행 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산불방지로 인한 통제구역이 있어 가고자 하는 산이나 코스가 통제구역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코스를 정해야 하는데 봄에는 눈이 녹은 215일부터 봄이 지나는 430일까지 입산통제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 북사면에 눈이 그대로 있는 모습     © 김광수

 

따라서 이번 산행도 지리산 종주를 못하고 열린 코스만 다녀오게 되었다. 코스가 짧아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 지나 세석대피소로 온 후 한신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고려해 보았으나 이 역시 입산통제로 불가능한 코스가 되고 말았다.

 

317. 저녁 1130분에 남서울터미널에서 산청 중산리행 버스가 있다. 지리산 산행을 위하여 금,토에만 야간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니, 나같은 사람을 위하여 퍽 다행이다. 11시에 일행과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하여 930분에 시흥에서 3200번 버스를 탔는데 길이 막히지 않아 40분 만에 서초동에 도착했다. 6분정도 걸으니 남부터미널에 도착하여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여유 있게 기다리는 것이 바쁘게 뛰는 것보다는 낫다.

 

예전에는 28인승 차가 만원으로 출발했는데 이번에는 총 6명뿐이다. 기름값도 안되는 요금으로 운행하니 걱정이 된다. 아마도 통제구간이 많아 산행을 덜 하는 모양이다. 그나마 6명 중 3명은 중간에 원지라는 곳에서 내렸으니 산행하는 사람은 모두 3명뿐이다.

 

버스 기사님이 베테랑이기도 하거니와 길도 막히지 않아 3시간 좀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행을 위해서는 버스 주차장에서 찻길을 따라 20분 이상 걸어야 한다. 이 길이 항상 가장 지루하고 힘든 길이다. 택시라도 타고 싶었으나 사람이 없어서인지 택시는 찾을 수가 없다.

 

헤드랜턴을 켜고 열심히 걷고 또 걷고 올랐다. 중간 좀 지나 법계사 아래 로타리대피소가 있어 대개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데 같이 간 사람이 자기는 산에 오를 때 잘 안 먹는다고 한다. 혼자 먹을 수 없어 잠시 쉰 후 산행을 하는데 정상을 다 올라가기 전에 배가 고파 많이 힘들었다.

 

잘하면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4시간 정도 걸리게 되었다. 정상 조금 못 미쳐 해가 올랐는데 날씨가 많이 흐려 제대로 된 일출이 아니었다. 조상 3대가 덕을 쌓아야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천왕봉일출이니 쉬운 일이 아니다. 계속 가다 보면 가능할 것이다.

 

▲ 지리산 정상에서     © 김광수

 

3월이라 얇은 장갑을 가져 온 동료가 손이 많이 시려서 고생했다. 하긴 나도 짐을 챙기며 겨울장갑과 아이젠을 담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챙겼는데 겨울장갑도 손이 시렸다. 복장은 다소 열악해도 산행하면 열이 나기에 추운 것은 견딜만 했다. 오르면서 보니 북사면은 눈이 하나도 녹지 않고 아직 겨울이다. 4월은 지나야 다 녹을 것 같다. 백무동 하산 길에서도 코스가 북향이라 곳곳에 빙판길이 많아 위험했다. 아이젠을 한 짝씩 나누어 착용해 겨우 내려올 수 있었으며 아이젠이 없는 다른 사람들은 쉬이 내려올 수 없었겠으며 꽤 고생했을 것이다.

 

▲ 천왕봉     ©김광수

  

정상에 도착해 인증샷 한 번 하고 가져온 김밥에 막걸리 한잔 하는데 추워서 김밥도 목 메이고 막걸리도 썩 맛있지 않다. 서둘러 장터목대피소에 가 따끈한 국물이 있는 라면을 끓여 먹었더니 좀 살 것 같다.

 

▲     ©시흥장수신문

 

장터목에서는 산청 중산리 방향과 함양 백무동 방향으로 하산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노고단이나 세석대피소가 있는 서쪽 방향으로 더 전진이 안 돼 아쉬울 뿐이다. 우리는 집이 가까운 함양 방면을 택했다. 중산리로 하산하면 진주나 원지에서 버스를 타야 하기에 길이 멀어지는 것이다.

 

▲ 하산길.천왕봉에서 장터목 대피소로     © 시흥장수신문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12시가 좀 안되었고 30분 후에 출발하는 함양 읍내행 버스가 마침 있어 50여분 걸려 함양에 왔다. 마침 잘 아는 친구가 시간이 되어 점심 겸 대포 한 잔 하고 서울로 향했다. 본래 계획은 함양에서 거나하게 한 잔하고 하루 쉰 다음 이튿날 아침 식사 후 귀향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많이 남아 곧바로 오게 되었다.

 

종주를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좋은 산행이었다. 기회는 또 있다. 올해가 가기 전 몇 번 더 다녀 와야겠다.

 

 

 

itajari1 17/03/26 [18:47] 수정 삭제  
  본문 내용 중 남서울터미널은 남부터미널로 정정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