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고생 안시키고 편히 죽는게 소원이지

대야동 사람들 구술생애사

민정례 | 기사입력 2019/07/09 [12:19]

자식들 고생 안시키고 편히 죽는게 소원이지

대야동 사람들 구술생애사

민정례 | 입력 : 2019/07/09 [12:19]

▲    ©민정례

 

요즘 애들에게는 인성교육이 없어

 

요즘 애들은 수 틀리면 죽어 없어진다고 그러고. 이게 대한민국 교육이 입시 위주로만 교육을 시키지 인성교육을 하나도 안시켜가지고. 옛날 우리 어렸을 적엔 어른들 앞에선 사실 말도 제대로 못했다고. 근데 요샌 중학교 애들이 우리 지나가도 빤히 보고 담배 물고 있는데 뭘. 그래도 그걸 걔들한테 야이놈들아 어디서 담배 태우냐고 얘길 못하잖아. 못본 척하고 지나가야지. 잘못하면 칼로 찌르니까.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돼. 교육이 안된거야.

 

내 자식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내 자식들은 안그런 것 같아. 손자들도 안그래. 막내 손자가 지금 은행고등학교 3학년인데. 애달파서 못보겄어. 학교 갔다와서 학원에 가야지. 학원에 갔다와서 독서실 가야지. 새벽 한 시 두시에 들어오는데 아침에 일어나질 못해요. 졸려서. 그런걸 보면... 우리 애만 그런지 알았더니 고3들은 다 그렇더라고.

 

사교육은 없어졌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공부한걸로 입시해야지. 이건 개인교습까지 받아가면서 그게 돈이 얼마야. 뒷치닥거리 하는 부모는 무슨 죄가 있어? 뻐빠지게 벌어야지. 그것도 혼자 벌어선 생활을 못하잖아. 생활이. 둘이 맞벌이 해야지. 그 돈을 사회건설에 투자하면 대한민국이 더 잘 살텐데. 

 

근데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잘 안하고. 어차피 부모님이 주신 생명. 태어났으니가 내 생명 다하도록 성실히 살아가는게 주어진 임무다 라고 생각하지. 살다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자기 목숨 스스로 끊는게. 태어나긴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조물주가 생산해서 태어난 거잖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건 규율 배반인 것 같애. 어차피 주어진 목숨 성실히 살면서 국가에 봉사하면서 성실히 살면 되잖아. 고달프면  또 세상이 희로애락이 겹치는 거니까 오르막 있으면 내리막 있듯이 어려움을 견디고 나면 좋은 일 있거든. 근데 못참고 자기 목숨 끊는다는 건 난 참 이해가 안간다고. 난 그런 생각을 안해봤거든.

 

아이고 우리 어렸을 때 비하면 625 사변 이후로 대한민국 많이 좋아졌지 뭘. 지금 애들 껌도 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그러지만 우리 자랄 때 그런거 없었다고. 미군이 들어와서 먹다 말고 던져준 초콜렛 먹으면 세상에 이런게 있었나 싶었지.

 

쫓아 다니기도 하고 인천 상륙해갖고 들어오는 미군들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면 악수하고는 주머니 뒤져서 뭐 하나씩 줬다고. 껌도 주고. 수인 산업도로 다라서 들어오고. 경인선 인천서 부평으로 해서 부천으로 해서 영등포 서울로 가는 길. 그 길로 들어오고. 이길로 들어와서 수원 쪽으로 내려갔거든. 길이 인천에서 수원가는 길이 없었어요. 신천리로 나와야 수원을 가지. 그래서 이리 와가지고 부천으로 넘어가고 수원으로 내려가고 그랬지 미군들이.

 

계수리 쪽으로는 차가 안들어오고 보병부대 도보로 들어왔어. 미군이. 그때 길이라고 마차길 밖에 없는데. 그때 GMC라고 그때 미군들 트럭이 있는데 그 트럭은 길이 좁아 못들어온다고. 그래서 보병이 걸어서 도보로 들어왔지. 지금 30고개 낚시터 아나 몰라. 삼십낚시터라고 있는데. 수녀원있는데. 거 산에 주둔했어요. 그 건너엔 인민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거기서 한 일주일 이상 주둔했지 미군이 들어와서. 걔네들이 들어와서 딱 산이고 고개고 그러니까 더 안가고 산 위에 올라가서 정찰을 하잖아. 정찰을 해서 보니가 인민군이 있거든. 그래서 더 안가고 거기서 일주일을 있더라고. 근데 경인도로로 상륙한 미군들은 벌써 영등포 서울을 갔거든. 그러니까 완전 포위된 거 아냐. 그래서 나중에 도망간 건 어디로 도망갔는지 몰랐지. 전쟁 때 뛰어들면 죽기밖에 더해? 미군들 있는데 가서 걔네들은 개인 호를 파잖아. 요그만하게. 야전삽 가지고 그걸 팔려니 여간 더뎌? 우리가 집에서 삽 메고 가서 파준다고. 파주고 좋다고 자기가 먹는 사탕도 주고. 껌도 주고 초콜릿도 주고 그랬다고. 여간 좋아? 야전삽 요거만한 걸로 개인 호를 파는데. 한 구멍에 두 명씩 들어가더라고. 그걸 우리가 파주니까 금방 파주지. 그런 세월이 다 있었다고.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고

편히 살다가 편히 죽는게 소원이지. 자식들 고생안시키고 병원에 있다가 죽는거는 그것처럼 참... 그렇게 고생안하고 죽는게 소원이라면 소원이지. 삼일이고 길게 한달 정도 있다가 죽으면 딱 좋겠다 그런 생각. 자다가 죽으면 더 좋을 것. 

 

이제 나이가 드니까 그런 생각밖에 안들어요. 내가 뭐 돈을 얼마나 벌어보겠다 그런 욕심도 없고 그럴 힘도 없고 이제 갈날이 얼마 안남았으니까 마지막 떠날 때 뒤처리가 깨끗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자식들 잘되는거 보고 죽는게 부모들 다 소원이지. 어느 부모나 다 똑같지. 그게 자손들이 안되면은 맨날 가슴 아프다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어요. 죽을 때까지 약 먹어야 하니까. 석달에 한번씩 약 타다 먹는거. 세종병원 가서. 그걸 약을 안먹은면 사람이 피곤해. 기운이 없고 음식맛도 없고. 안다닐 수가 없어. 약은 하루에 한번씩 먹지.

난 늙어도 또래 친구들보다 건강한 것 같애. 우리 친구들 다 술들을 좋아했는데 지금 우리 다섯 명이서 만나는데 한달에 한번씩. 다 술먹던 친구들인데 다 안먹고. 유0문이라는 친구는 소주 두 잔만 먹으면 고만이고 과림동에 노인회장하는 김0준이라는 친구는 한잔 먹으면 그만이고 나머지는 내가 다 먹는다고. 내년에는 다섯이서 모이면 소주 열 병은 먹었어. 한 사람이서 두 병씩. 근데 지금 한 병이면 딱 떨어진다고. 못먹는 사람들이 많으니가. 

 

우리가 젊어서부터 출발한 친목회가 23명이거든. 지금 12이 죽었구나. 금년에 또 한명 죽고. 남은 사람이 11명이 있는데 그중에서 몸이 불편해서 못나오고 뭐. 이런 사람들 빼고 다섯이서 모인다고. 세사람은 멀쩡한데 이 사람들은 삐져가지고. 싸우진 않았는데 그 사람들은 지금 부천시 살거든. 부천서 모임을 했으면 저들도 좋을텐데 맨날 회장이 계수리 사람이니까 맨날 계수리 근처에서 만나니까 자기네들 오기가 불편하거든. 그러니까 안와.

 

*구술자 소개

이관영

39생. 북시흥농협 인근에 살면서 6.25를 겪었고, 군 제대 후 계수동 땅을 사서 포도농사와 목장을 운영했다.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고소득 마을지도자 22명에 선정되어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

 

*이 원고는 '대야동 구술생애사 잠깐만 살다가 이사가려고 했지'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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