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

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

동우 | 기사입력 2018/05/29 [15:31]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

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

동우 | 입력 : 2018/05/29 [15:31]

 

▲ '부처님 오신 날' 관불의식     ©최영숙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탄신일이라는 말보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말을 공식어로 하는 걸 보면 부처님은 어디서 오신 모양이다.

 

부처님을 칭하는 말 중에 여래(如來)라는 말이 있다. 해석하기를, ‘()의 세계에서 오신 분이라고 한다. ()의 세계란 진리의 세계, 나와 너, 유와 무, 생과 멸 등으로 나누어지지 않은 실상 그대로의 세계를 말한다. 불이(不二), 둘이 아닌 세계다.

 

2600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는 그가 이 세상에 드러내 알려준 진리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리로부터 온 것의 의미가 크다 하겠다. 진리란 새로이 생기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에 빈틈 없이 보편적인 것이어야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석가모니 부처님이 불현듯 진리를 새로이 만든 것이 아니다.

 

부처님 자신도 고성(古城)의 비유를 들어 자신은 원래 있었던 옛 성터의 발견자이자, 안내자일 뿐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래서 불교에는 부처님이 참으로 많다. 옛 성터를 발견하는 일은 누군가의 독점일 수 없으니 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에도 여섯 부처님이 계셨다.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 가섭불 그리고 일곱 번째가 석가모니불이시다. 다음은 이 일곱 부처님 모두가 공통으로 진리라고 알려준 가르침이다. 그래서 일명 칠불통게(七佛通偈)’라고 알려져 있다.

 

諸惡莫作    모든 악한 일은 저지르지 말고

衆善奉行    많은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自淨其義    그리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히는 것

是諸佛敎    그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일세

 

무언가 뒤통수를 내리치는 날카로운 한마디를 기대했다면 이 말은 너무 식상하기 짝이 없다. 너무나 지당하고 단순하여 별 감흥도 없다.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백낙천도 이 시를 듣고 시시해 했다.

 

백낙천이 항주 자사로 부임하고 당시 고승으로 이름이 높다 알려진 도림선사를 만나러 갔다. 혹은 의기양양한 백낙천이 고승을 시험할 생각으로 갔다고도 한다. 선사는 나무 위에 올라가 참선하기를 즐겨서 때로는 옆에 새가 둥지를 틀기도 하여, 조과(鳥窠)선사 또는 작소(鵲巢)선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날도 역시나 나무 위에 올라가 앉아있는 선사에게 백낙천이 말했다.  

스님, 너무 위험합니다! 내려오십시오.”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 더 위험하네.”

저야 땅에 안전하게 서 있고 자사 벼슬까지 하고있는데 무엇이 위험하겠습니까?”

티끌만한 세상의 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커서 번뇌는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은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이에 한바탕 기세가 꺾인 백낙천이 말했다.  

제가 평생에 좌우명을 삼을 만한 법문 한 구절을 듣고 싶습니다.”

나쁜 짓 하지 말고(諸惡莫作)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衆善奉行).”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렇지. 세 살 먹은 애들도 다 아는 얘기지. 하지만 여든 살 된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 아니오?”

 

우리가 성인들에게 존경의 예를 올리는 것은 앎과 실천이 하나인 삶 때문일 것이다. 진리를 아는 것보다 진리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것이 성인과 범부 사이의 좁히기 힘든 간극이다.

 

그러나 실천은 커녕 세대를 아우르고 시간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믿음조차 혼란과 위험을 겪고 있다. 착하게 살라는 말에 지금 시대인들이 얼마만 한 공감을 할는지...

매우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위험하고 또 위험하다.

 

사실 이 칠불통게의 가장 중요한 구절은 자정기의(自淨其義), 스스로의 마음을 맑게 하라는 데 있다. 오만과 탐욕, 질투와 분노 등으로 범벅된 마음으로는 도대체 착하게 살 수가 없다. ‘착하게 살자라는 말의 값어치는 그 마음의 청정성에서 판가름 난다. 이 청정의 세계가 바로 부처님이 오신 여()의 세계다

 

나와 너, 이익과 손해를 점치며 행동하는 범부의 어리석은 판단이 기필코 착하게 살아야 이익이라는 성인의 지혜로 가려면 마음이 ()의 세계와 가까워야 한다.

 

그 마음을 맑히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선하게 잘 쓰고 착한 일 많이 하라는 것, 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가 그동안 진리의 길을 걸어온 모든 부처님의 한결같은 말씀이다.

 

위험으로 치닫는 시대, 부처님 오신 날인 오늘. 부처님이 오신 ()의 세계를 꿈꾸며, 익숙하고 오래되어 잊혀져가는 성인의 삶을 다시 한번 흠모해 본다.

 

 

 ** 이 글을 부처님 오신 날 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없는 곳에 며칠 머물게 된 관계로 늦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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