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방이 여러 화학 물질로 뒤덮여 있다. 이 책은 고체 비누나 세제 등 위생 관리 용품을 제조할 때 사용된 역사적인 유기화합물의 유해성에 대해 환경과학자로서 또 생활인으로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경험한 우리는 개인위생용품에 관심이 많다. 독감 코로나 등이 유행할 때는 더욱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집안 구석구석 시중에서 살수 있는 제품을 이용해 청소를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이런 개인위생용품들에 들어가 있는 유기화합물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잔류 독성 화합물과 개인 위생용품에 포함된 항균 성분, 화학비료, 난연제, 플라스틱이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고 어떤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켜 금지되었으나 다른 지역에선 제품화되는지 또 어떤 순환으로 자연에 잔류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전에 사용했던 수백 종류의 위생용품에는 강력한 신경 독소 성분인 헥사클로로펜이나 트리클로카반과 트리클로산 등을 원료로 사용했다. 이런 항균 세제들이 병원과 치료실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은 너무 놀라운 사실이다.
1960~1970년대 즈음, 미국과 유럽에서 갓 태어난 아이들이 신생아 병동에서 원인 불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역학 조사에 따르면, 사망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항균성 유기염소 화학물이 함유된 세제로 세탁한 면 소재 옷을 두르고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천에 묻은 독성 물질은 제대로 헹궈지지 않아서 신생아들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이런 원료가 들어간 제품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광고했다.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면 항균력이 뛰어난 개인 위생용품과 소비재를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고. 이 광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비누, 세제, 구강 세정제, 탈취제, 학용품, 형광펜, 신발, 셔츠, 양말, 도어 매트, 카펫, 식탁, 애완동물 목줄 등으로 더 많은 물품을 확대 생산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화학물질 또는 물리적인 성질을 가진 물질이 생명체에 미치는 유해효과를 연구하는 독성학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는 잔존 화학물질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상수원 및 하수 처리장에서 발견되는 진흙 성분을 살펴 트리클로카반과 트리클로산의 함유량을 조사했다. 또한 인체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신생아가 태어나면 태반에서 추출한 태아의 혈액을 조사연구를 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위생용품에는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이 물질은 놀랄 정도로 멀리 퍼져나가며 매우 오랫동안 자연에 잔류한다. 그 잔류물 중에서 매일 접하는 플라스틱의 위험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침저녁 가벼운 플리스 재킷이나 폴리에스터 셔츠 옷을 갈아입을 때 공기 중 섬유 올이 먼지처럼 날리는 것을 본다. 또 합성 섬유를 세탁하면서 미세한 알갱이를 볼 수도 있다. 그 미세한 알갱이들이 코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물과 공기로 퍼져나가고 자연에 잔존한다. 플리스 재킷을 한 번 세탁할 때마다 최대 25만 가닥의 합성 섬유가 세탁수를 타고 빠져나간다. 그러나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연구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물론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레이첼 카슨은 “인류는 자연을 통제하기보다 자신을 절제하는 태도를 보여줘야한다”라고 했다.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아닌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절제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흥장수신문(시민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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