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오후에 / 홍지윤

강현분 | 기사입력 2022/01/05 [16:32]

생의 오후에 / 홍지윤

강현분 | 입력 : 2022/01/05 [16:32]

  © 홍지윤

 

생의 오후에 / 홍지윤

 

지난한 삶을 벗긴다.

맵싸한 손끝에 묻어나온

여여한 생이 환하다

 

 

 

   ● 홍지윤 시인

      인터넷신문 뉴스울산 기자

      한국사진문학협회 부회장

 

 [감상]

길을 걷다보면 우리는 많은 풍경과 마주한다.

그저 스치는 풍경이 있는가 하면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풍경도 있다.

홍지윤 시인의 생의 오후에가 그중 하나 시선을 멈추게 한다.

  

누군가는 아주 사소한 흔한 풍경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중년을 훌쩍 넘긴 남자가 마늘을 까는 모습은 결코 흔한 모습이 아니다. 물론 요즘 세대들은 요리 잘 하는 남자들이 대세, 호감 받는 세상이지만 5060세대들에겐 아직도 그 모습은 낯설다. 홍지윤 시인은 마늘을 통해 지난한 삶을 벗기고 맵싸한 손끝에 묻어나온 변함없는 생이 환하다고 말한다. 시인의 긍정적인 시선을 통해 나는 문득 친정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한다.

 

목수셨던 아버지는 늘 손발이 성할 날이 없으셨다. 그나마 비가 오면 막걸리 한 사발에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LP판을 통해 울려 퍼졌다. 연세가 드시면서, 생의 오후에 접어들면서부터 아버지는 부엌 출입이 잦아졌고 엄마 옆에서 마늘 까는 모습을 자식들은 종종 지켜볼 수 있었다.

부부란 발을 맞추며 걸어야 함을 두 분의 모습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부부는 함께 지나온  많은 시간들을 불행으로 느끼지 않는다.

같이 늙어 가는 즐거움 또한 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홍지윤 시인의 시속에는 서로 등을 밀어주는 아름다운 중년 부부의 모습도 보이고

늘을 한 톨 한 톨 벗기며 지난 상처들을 보듬고 씻어내는 삶의 향도 묻어난다.
알싸하고 매콤한 향으로. 시인의 따뜻한 내면을 통해 생의 오후가 햇살의 얼굴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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