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극 <성聖가족> 교교한 달빛 아래서 보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8/10/27 [02:31]

비언어극 <성聖가족> 교교한 달빛 아래서 보다

최영숙 | 입력 : 2018/10/27 [02:31]

  

▲ 비언어극 <성가족>을 달빛 아래서 보다     © 최영숙

 

25일 밤 8시 보름달이 떴다. 전통한옥 영모재(시흥시 향토유적 제4)에서 극단 기린의 비언어극 <가족>을 보았다. 유서 깊은 영모재는 보름달이 교교히 비추는 세트장이 되었다. 마루와 안방, 부엌, 마당, 뒤란까지 자연스러운 무대가 되었다. 영모재의 규모와 구조는 다르지만 어린 날, 우리들이 놀았던 그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     © 최영숙

 

 

가을밤은 서늘했다. 극단 기린에서 핫백과 담요 등을 제공해주었다. 동네 이웃이나 친척들을 초대해서 공연 하는 듯 모습들이 다정했다.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마당가에 둘러 앉아 공연을 보는 일은 색달랐다.

 

▲     © 최영숙

 


말이 없음으로 더욱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성聖가족>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머니란 존재는 당연하고 심심한 듯 보여도 위대하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한 순간에 어린이로 만들었다. 

 

▲ 떡을 나눠주다     © 최영숙

 

배우과 스탭들이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세요. 떡 드세요."하면서 떡과 따뜻한 차를 관객들에게 나눠주었다. 관객이 함께 참여하고 마치 연극이 시작되던 그 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참으로 세세하고 다정한 배려였다. 어린 날, 할머니나 아버지 생신이 돌아오면 온 동네를 다니면서 "아버지 생신이세요. 아침진지들 잡수세요."하고 심부름했던,  가을 이맘 때 쯤  엄마가 추수를 마치고 고사를 드리고 시루떡을 머리에 이고 동네를 돌면 언니와 엄마 치마꼬리를 잡고 걷던,  달과 별들은  머리 위에서 빛나던 그 시절이, 또  떡을 마지막으로 전해주던 외딴 집은 가는 길에 작은 연못이 있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던, 그 순간으로, 그 장소로,  추억이 한 순간에 떠올랐다.  그러나 엄마도, 언니도 이제는 곁에 안계시다는 것도...  

 

 

▲     © 최영숙



돌아가신 할머니와 엄마의 다디미 소리는 경쾌했다.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히 마루에서 두 분이 두드리던 소리가 한 순간에 들어왔다. 추억의 소환이었다

 

▲     © 최영숙

 

 

배우들의 혼연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다.

 

 

친정나들이를 온 딸이 돌아갈 때 짐짓 모른척 다른 곳은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당시의 아버지의 상을 보는 듯했다.

 

 

▲     © 최영숙


공연을 보면서 사진을 담다 보면 제대로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당시 스치듯 지나쳤던 장면들에서 순간 멈춤을 한다. 이 장면이 그랬다. 딸이 대문 밖을 나간 뒤에야 나와서 가는 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이 아버지를 보면서, 결혼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어쩌면, 막내딸인 내가 친정에 갔다 돌아 갈 때 우리 아버지가 짓는 표정일 듯했다. "제 설움에 운다."고 이제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야말로 훅, 들어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났다.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 할머니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다     © 최영숙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들과 작별하는 장면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가족들에게 인사를 해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일을 계속한다. 그렇다. 삶은 그렇게 무심한듯 진중하게 계속된다. 나 또한 할머니, 아버지, 엄마, 언니, 조카가  떠났다. 그 뒤에도 남겨진 나와 가족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삶은 이어졌다. 나 떠난 뒤에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지극히 평온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     © 최영숙

 

가족들이 각자 그리운 이름들을 불렀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등 나도 가만히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 보았다. 엄마, 언니, 아버지, 아버님, 할머니, 어머니, 명희야, 명숙아, 벧엘아,.. 나중에 부른 이름들 순서를 보고 풋 웃음이 나왔다. 정으로 가네... 싶었기 때문이다.

 

▲ 단체사진을 담다     © 최영숙

 

 

단체사진을 담았다. 달빛에 참 따뜻한 공연을 해준 배우들이 감사했다. 또한 이상범 극단기린 대표와 스탭분들에게도... 

 

 

달빛 교교한 밤, 참으로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28일 일요일까지 달빛공연을 한다. 시간이 허락되면 다시 한 번 추억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