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를 찾아서

강현분 | 기사입력 2018/04/04 [16:07]

야생화를 찾아서

강현분 | 입력 : 2018/04/04 [16:07]

 

▲ 두물머리의 소경     © 강현분

 

여기저기서 봄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왠지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소식이 두절됐던 친구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은 것 처럼.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방산교를 지날 무렵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려 얼핏 아래를 보니 미생의 다리가 상체만 드러낸 채 안개 속에 감싸여 있었다. 몽환적인 유혹도 잠시 회원들과 합류하기 위해 서둘러 약속 장소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행이다. 2분전이라 주차비는 무료다.

 

▲ 현호색     © 강현분

 

야생화를 찍겠다고 진통제를 먹고 동행들과 함께했다.

 떠난다는 즐거움 특히 낯선 곳을 찾는다는 기대감은 아픔을 까마득히 잊게 한다. 어쩌면 이번이 야생화 출사길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면서.

 세정사에는 벌써 몇 명의 진사들이 도착, 산기슭을 훑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서로 흩어져 보물찾기를 하듯 산기슭을 두리번거리며 야생화를 찾기 시작했다. 손가락 마디만한 아주 작은 야생화를 발견하기 위해선 마음을 비우고 시선을 낮춰서 가장 겸손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 만주 바람꽃     © 강현분

 

계곡이 흐르는 돌다리를 건너자마자 현호색이 합창을 하듯 천사의

날갯짓으로 말을 건다. 귀가 간질거리고 눈이 즐겁다.

야생화 중 제일 홀대를 받는 현호색이라지만 봄을 찾아든 회원들 눈에는 대견하고 기특한 아이일 뿐이다. 무릎을 꿇고 현호색과 눈을 맞추는데 바로 옆에서 누군가 손을 살짝 흔든다. 얼핏 눈에 들어온 건, 만주 바람꽃이 아닌가!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이라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탄성을 질렀다.

주여, 감사합니다.~

 

▲ 꿩의 바람꽃     © 강현분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선 아이들.

깊은 산기슭에서 모진 한파를 견디고 우뚝 선 여리디 여린 작은 꽃들이기에 감동이 밀려들었다.

꽃샘바람의 심술에도 아랑곳없이 대견하게 핀 꽃.

기껏해야 한두 달 살다가는 짧은 생을 위해 저토록 오래 시간을 버티고 견뎠는가

하는 애처로움에 가슴이 짠하다. 부디 사는 날까지 무탈하기를 기원하면서

계곡을 따라 위로 쭉 올라서자 한 움큼의 얼음 덩어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미처 떠나지 못한 겨울의 잔해다.

 

▲ 얼레지,금괭이눈     © 강현분


산기슭을 얼마쯤 오르자 괭이 바람꽃과 얼레지가 꼭 다문 입술을 열고 환하게 미소 짓는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마음을 터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위에 기대선 아이, 나뭇가지에 힘겹게 매달린 아이, 절벽에 홀로 우뚝 선 아이, 둘이서 혹은 셋이서 나란히 손잡고 선 아이들, 몇 년 만에 가족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 등등. 모두가 봄을 향해 노래한다

, 봄이 왔어요~~라면서.



 

최영숙 18/04/05 [07:56] 수정 삭제  
  선생님과 함께 봄나들이 잘했습니다. 봄꽃들에게 '아이'라는 호칭이 아, 맞다 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눈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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