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유가족과 대선 주자, 추모객 등 1만 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 "기억하고 함께하는 세 번째 봄"에 벚꽃 흐드러지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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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 기억식' 행사가 있는 화랑유원지는 벚꽃이 만개했다. 아름다워서 더 슬플 때가 있다. 이날이 또한 그랬다.
▲ 세월호 때 숨진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은 편지를 썼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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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 떠올라 밤하늘을 밝혀주는 언니, 오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는 편지를 썼다.
▲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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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과 대선주자, 참배객들이 만여 명 모였다.
단원고 ‘찬호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전명선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우리 아이 304명의 국민들이 사라져버린 그날을 어찌 있을 수 있겠냐."며 "오늘 이 자리까지 함께 해온 국민여러분과 재외동포 여러분 안산시민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세월호가 마침내 뭍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미수습자 이름을 호명한 뒤 “새 정부는 곧바로 제2기 특조위를 구성해 진실을 규명하겠다.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 돼도 대통령 권한으로 특조위를 재가동시키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미수습자 이름을 호명한 뒤 "희생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없다. 순직을 인정되게 하겠다.“며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나라 만들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겠다" 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세월호 참사를 돌이켜보면서 수없이 성찰하고 자책했다. 국가는 무엇인가, 무엇을 했어야 했나,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더 이상 다시는 잔인한 4월이 없도록 진심을 다해서 약속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세월호 특조위를 세우는 것도 모자르다면 특검이라도 세우겠다"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의 교훈을 영원히 새기기 위해 안산에 추모기록원과 안전공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추모사를 들으면서 후보에 따라 박수와 야유 등을 보냈다.
유가족 대표는 대선주자들과 손을 잡았다.
이어서 함민복 시인의 추모시 낭송이 있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시- 함민복
흙의 맑은 말
꽃이 피었다 지고 또 피었다 져도
눈앞에서 304명의 생명이
우리들의 눈빛을 잡고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
그날 피어난 슬픔은 지지 않았다
질 수 없었다
안돼 안돼, 애타는 마음들
세월호를 절박하게 떠받쳤으나
허둥지둥 정부차원의 구조는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원혼들을 품에 않은 채 바다도 넘실넘실 슬펐다
태풍도 슬픔과 분노에 젖은 한반도는 비켜 지나갔다
우리가 어찌 죽어갔는지 똑똑히 상상해보라고
캄캄하고 차가운 바닷속에서도
이렇게 옆으로 누워 기다리고 있었다고
천일 하고도 72일이 되어서야
침몰모습 그대로 올라온 세월호
유리벽을 양손으로 두드리다
물에 어룽져 지워지던 얼굴
손톱이 쪼개지고 손가락이 부러진 어린 주검들
죽음과 맞서 몸부림친 흔적 차마 보여줄 수 없어
뻘로 따개비로 시간의 상처로 상처를 덮은
상처의 만선 세월호여
목포신항 부두로 네가 올라올 때
“내 딸이 와요 엄마한테 다가와요”
206개의 뼈로라도 온전히 돌아오길
배처럼 모로 누워 밤을 뒤척이며
컨테이너 박스에서 3년 동안 자식을 기다려온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는 목이 메었다
혹여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있을까
혹여 이제 그날을 잊고 덮어버리자는 사람들 있을까 걱정되어
하늘이 아닌 사람들을 향해 옆으로 누워
침묵으로 간절한 말 쏟아놓는 세월호여
억울한 우리 죽음의 진실 낱낱이 파헤쳐 달라고
아니 아니 더 나아가
이 나라를 이 세상을 올곧게 바로 세워
더 이상 우리 같은 희생자가 없는
더 이상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람이 없는
참세상 만들어달라고
역설적으로 옆으로 누워
이제 모두 바르게 일어서야 한다고 일갈하는 세월호
저리 커다란 슬픔 한 덩어리
저리 적나라하게 우리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
저리 우리가 살아갈 길을 자명하게 가리켜주는 나침반 하나
우리 앞에 놓인 오늘
세월호와 함께 하며
사람이어서
사람이어서
흘렸던 눈물 그 뜨거운 눈물방울로
원혼들의 희생 유가족들의 아픔 헛되지 않게
정의로운 세상을 향해
영원히 빛날 등대를 세워야 할
오늘은, 꿈속이라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던
흙의 말 꽃들도 서럽게 피어나는
아, 4월 16일 그날이다
추모시에 이어 기억식 주제 영상 등과 마지막 무대로 가수 안치환의 추모공연이 2시간 여 동안 펼쳐졌다.
추모객들은 분향소로 들어서 헌화와 추모를 했다.
정부합동분향소 밖에는 유영호 작가의 작품인 ‘인사하는 사람’ 아래로 끝없이 이어졌다.
▲ 세월호 3주기 추모 기억식을 하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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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이 헌화를 끝내고 분향소를 나오자 밖은 소란스러워졌다. 안내하는 사람들은 대선후보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지지자들에게 “구호를 외치지 말라”고 부탁 했다.
행사를 담고 공원을 나오는데 공원은 벚꽃들로 환하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사진을 담고 있었다.
또한 아빠와 함께 베드맨턴을 치는 소년을 만났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이렇듯 가족이 함께 공원을 걷고 사진을 담고 일요일 오후를 즐기는 이 평범한 일상들이 아닐까 싶었다.
돌아오면서 세월호에서 숨진 304분의 영면과 살아 있는 이들의 평안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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