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자월도에 못 가다

소촌(蘇村) | 기사입력 2017/04/09 [22:50]

내 마음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자월도에 못 가다

소촌(蘇村) | 입력 : 2017/04/09 [22:50]

 

▲ 자월도 가는 승선권     © 소촌(蘇村)

 

 나는 인천시 옹진군 자월도행 대부고속페리 3호를 타기 위해 201748일 오전 0740분경 일행들과 함께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을 향해 출발했다.

자월도(紫月島)에 가는 목적은 걷기 및 산행으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다. 계란도 삶고 막걸리도 배낭에 넣었다. 설레는 마음 가득하다.

  방아머리 선착장에 도착하여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받는데 매표원이 오늘 안개가 많이 끼여 출항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 이게 웬 소리인가? 당연히 출항하는 줄 알았지 날씨까지 염두에 두지는 않았었다. 시간 조금 지나면 안개가 걷히겠지 하면서 선착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다.

 

▲  매표소 내부 모습    © 소촌(蘇村)

 

 출항시간은 09:20. 대부해운 사무실에서 안개로 인해 출항이 늦어진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당일 코스로 잡은 자월도 여행인데 시간이 더 늦춰지면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았다. 10시가 되자 우리 일행끼리 협의를 했다. 자월도행을 취소하고 자가용으로 이동 가능한 영흥도 둘레길을 걷기로 하고 여행지를 바꾸었다. 결국 아쉽지만 자월도행 배를 타지 못했다.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나의 설레이던 마음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자연을 탓해본다.

 

 

▲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 소촌(蘇村)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Beagle)호를 타고 183112월에 세계 일주에 나선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나 신부가 되길 원해서 다윈의 세계 일주를 강력히 반대한다. 하지만 그의 스승인 케임브리지대학 헨슬로 교수의 도움으로 마침내 승선을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약 5년간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와 칠레를 비롯하여 갈라파고스 제도, 태평양 횡단, 오스트레일리아와 남아프리카를 거쳐 귀국하는데 여기서의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지질학, 광물학, 생물학 분야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다. 특히 진화론의 근간인 <종의 기원>이라는 위대한 저작은 비글호가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당시 창조론의 틀에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결국 비글호를 탔던 다윈은 그의 지적 호기심을 풀 수 있었고 축적된 지식으로 새로운 학설을 제기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헨슬로 교수와 비글호는 다윈의 인생에 있어 기쁨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 <종의 기원> 논문 겉표지 (사진출처-다음 백과 사전)     © 소촌(蘇村)

 

  앙리 세비니(Henri Savigny)는 메두사(Meduse)호를 타고 1816617일 아프리카의 세네갈로 향했다. 프랑스 식민 지배와 부의 창출의 꿈을 싣고 떠나는 배였다. 그러나 출항한지 한 달이 못 되어 서부 사하라 사막 앞바다의 모래톱에 걸려 좌초되고 만다. 400여명의 승객은 6척의 구명정에 나누어 탔고, 세비니를 포함한 구명정을 탈 수 없는 150여명은 가로 15미터와 세로 8미터 정도의 소형 뗏목을 만들어 급히 그곳에 오른다. 뗏목은 구명정 1척이 밧줄로 매달아 가까운 육지로 안내하기로 했다.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이유는 모른 체 밧줄이 끊기고 뗏목에 탄 150여명은 조그만 뗏목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뗏목 주변은 바닷물에 휩쓸릴 위험이 있자 사람들은 뗏목 가운데로 가려고 아우성쳤고, 시간이 흐를수록 물과 식량 때문에 뗏목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방치, 살인, 식인의 상황이 전개 된지 13일째가 되어 뗏목에 탄 사람들은 가까스로 구조 되었고, 그 인원은 불과 15명이었다.

  이런 사실을 앙리 세비니가 글로 발표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화가인 제리코(Gericault)<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작품을 탄생시킨다. 아비규환의 비극적인 상황에 처했던 앙리 세비니는 아마도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 깊은 절망감에 빠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원망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과 그런 세상을.

 

▲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사진 출처-미술사를 움직인 100인)     ©소촌(蘇村)

 

 영흥도(靈興島) 국사봉(國思峰)에 올랐다.

  봄의 기운이 이곳저곳에서 움트고 있었다. 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준다. 자월도에 가지 못한 마음을 진달래가 달래주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흥도에서의 즐거움을 찾아보니 자월도에 가지 못한 마음이 충족되었다. 일행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와 먹거리, 활기찬 걷기와 땀방울, 그리고 산과 바다가 주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광들.

 

▲ 영흥도 국사봉 가는 길에 피어 있는 진달래     © 소촌(蘇村)

 

 한 발 한 발 걸으면서 느껴지는 행복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내 마음인가 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또 다른 물음을 던져본다.

 나의 행복은 남에게도 달려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와 너의 우리에게도.

그것을 받아들이니 남으로서의 나, 우리속의 나로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이 되는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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