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곡마을 정월고사

심우일 | 기사입력 2017/02/03 [09:32]

관곡마을 정월고사

심우일 | 입력 : 2017/02/03 [09:32]

 

▲ 시흥시 보호수인 관곡마을 향나무     © 소촌(蘇村)

 

병마소지 올립니다. 올해도 우리 마을 사람들이 아무런 질병 없이 건강하게 해주십시오!”

 

201721() 11시에 시흥시 연성동 관곡마을의 향나무 아래에서 마을주민 약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공동체 행사인 마을 고사가 진행되었다.

 

금년도 당주는 이건모(57)씨다. 당주는 고사를 총괄해서 준비하고 제관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당주는 집안에 애사가 없고 부정한 것이 없는 성인 남자 가장(家長)을 대상으로 순번을 정해서 선발한다.

 

▲ 마을회의에서 선발된 당주 이건모씨     © 소촌(蘇村)

 

이번에도 고사일 전후 6일간을 매일 해뜨기 전 1, 해지기 전 1회 총2회에 걸쳐 1,000년 된 향나무를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의 내외신으로 모시고 정안수를 떠놓고 치성을 드렸다. 부인인 김광숙(55)씨도 당주인 남편과 함께 고사 당일의 제례에 참배를 하였다. 정안수는 옛날에는 능안너머의 약수터에서 떠다가 사용했으나 지금은 당주집에서 깨끗한 물을 가져다가 올린다.

 

▲ 진눈개비가 내리는 날 정안수를 떠서 가져 오는 당주의 모습     © 소촌(蘇村)

 

제수용품은 김간란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하여 부녀회원들이 장을 봐서 준비했다. 소머리, 백설기 떡, 오색과일, 청주, 떡국 등등. 음식을 만들 때는 고춧가루 등을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 하얗게 만들었으며, 함부로 간을 맛보지 않는 금기사항이 있다. 떡도 쌀33홉을 갖고 했으나 지금은 13되로 양을 늘려서 준비했다. 고사후에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먹기 위해서다.

 

제례에 따른 비용은 집집마다 갹출했다. 올해는 1만원이다. 절값과 찬조금품을 합치면 고사를 지내는데 충분하며, 고사후 남는 돈은 마을기금으로 적립해서 사용해왔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제례 의식을 거행하는데 불편한 환경이었지만 참여한 주민들은 엄정한 자세로 임하였다. 짚을 태운 잿물을 향나무 주위에 뿌려서 나쁜 기운을 없앤 뒤에 제례 의식을 시작하였다. 당주가 분향재배한 다음에 술잔을 올리고, 당주는 2배를, 부인은 4배를 하였다. 이어서 축문을 읽었다. 축관은 권득상 관곡노인회장이셨다. 이어서 마을 주민들이 연장자 순서대로 절을 하고 술잔을 올렸다. 절이 끝나면 덕담과 음복을 하고, 절값으로 1만원에서 10만원까지 다양하게 소의 입에다 끼워 넣었다. 삼삼오오 짝을 맞추어 이렇게 몇 차례 진행하니 초헌부터 종헌까지 끝났다.

 

▲ 축문을 읽으면서 도당고사를 지내는 마을 사람들     © 소촌(蘇村)

 

당주는 마을의 안녕과 건강을, 그리고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벌기를 기원했다고 했다. 당주 부인은 남편과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들의 평안을,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의 건강을 빌었다고 했다.

이어서 소지를 올렸다. 부정, 대동, 당주, 병마, 우마, 풍년, 수마 등 7개 분야에서 소원을 빌면서 북어 입에다가 한지를 불태우는 의식을 말한다. 그리고 봉송을 쌓아서 나무에 얹어놓고, 축문을 불태우는 것으로 마을 고사는 끝났다.

 

▲ 북어를 이용하여 소지를 올리는 모습     © 소촌(蘇村)

 

이와 같은 마을고사는 원래 음력 1월에 정월고사 1, 음력 7월에 7월고사 1번 총2번을 지냈다. 그러나 2013년 마을총회에서 종교인이 많아지고 원주민의 수도 줄게 되는 상황이 되면서 당주를 맡는 횟수가 늘게 되자 1년에 1번 정월고사만 지내기로 변화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고사가 끝난 뒤 의례에 참여한 남자들은 관곡마을회관으로 다시 모였고, 마을회관에 온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뒷풀이로 떡국을 먹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안부도 묻고 소식도 서로 전하며, 웃음꽃을 피우면서 정담을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공동체의 힘이 느껴졌다.

 

▲ 관곡마을회관에서 뒷풀이로 떡국을 먹는 마을 사람들     © 소촌(蘇村)

 

개인의 개별성과 마을의 공동성이 아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내는 시간, 그리고 공간.

2가지가 주는 아름다움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 천년 동안 마을과 함께 해 온 향나무의 모습     © 소촌(蘇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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